외국인 투자자 국내 회계자료 불신, 매각협상 '진땀' ... 부실여신 방지에 총력

김영수 한빛은행 기업개선1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과의 자산평가 시각차로 매각협상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외국인 투자자와 가격 협상하는 것이 제일 힘듭니다. 워크아웃 기업의 자산을 평가하는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견해차이를 좁혀야 합니다. 시간에 쫓겨 매각을 서두르다 보면 제값을 받지 못합니다.”김영수 한빛은행 기업개선1팀장은 워크아웃 현장에서 겪는 어려운 점을 이같이 전했다. 워크아웃의 기본목적은 잘 되는 사업부문을 적기에 매각, 몸집을 줄여 전체 기업의 재무구조를 정상화시키는 것. 따라서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자산가치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보여줘 매각시키는 것이 기업개선팀의 주요임무다. 한빛은행은 대우계열 12개사의 워크아웃 실무를 진행하는 기업개선1팀과 고합, 갑을, 벽산, 새한 등 16개 기업을 커버하는 기업개선2팀으로 나뉘어 있다. 김팀장은 지난해 8월 대우가 워크아웃 처리되면서 여신관리부에서 기업개선1팀으로 자리를 옮겼다.“대우는 계열사간에 상호보증, 자금 대차관계, 해외차입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기업입니다. 특히 (주)대우,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대우전자는 경영상태가 심각했어요. 우선 자금거래 관계를 풀어내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1년 넘게 기업개선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매출 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 유형고정자산 등을 제대로 평가하는 일이었다. 예컨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5대그룹에 나간 매출채권만 받을 수 있는 자산으로 평가하고, 그밖에는 대폭 가격을 깎아 매입가격을 낮춘다. 반면 매각대상의 기업측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매출채권 등에 대손율을 적게 적용한다.재고자산을 평가하는 시각 차이도 매각협상을 어렵게 끌고 가는 요인중 하나. 전자부품은 몇 개월만 지나도 유행에 뒤처지는 제품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매입자측에선 재고자산을 낮은 가격으로 평가한다. 반면 매각기업측에선 아직도 쓸만한 재고라며 매입자의 시각에 반대한다. 매입자와 매각자, 그리고 채권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은 이래서 어렵다.더욱이 이런 일에 익숙한 외국 투자자는 능숙하고 노련하게 가격협상을 주도하지만 국내 은행의 실무팀은 경험부족으로 이들의 주장에 끌려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또 국내 회계법인이 내놓은 자료는 외국 투자자의 눈엔 단순히 참고자료에 불과하다는 점도 워크아웃 실무자가 토로하는 어려운 점이다. 그만큼 국내 회계자료가 불신을 받는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가격협상에서 한발 밀리고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해외투자자에겐 투명성, 신뢰성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성실하게 제공하고, 솔직하게 답변합니다. 자료가 부정확하거나 답변이 불충분하다고 느끼면 시간만 끌게될 뿐 우리가 얻는 소득이 없습니다.”대우전자부품 워크아웃 졸업 등 성과이같은 노력으로 지금까지 대우 계열 12개사중 (주)대우전자부품이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대우통신의 정보통신부문은 성공적으로 매각됐다. 대우전자부품은 지난 11월 국내 기업인 알미늄코리아와 필코전자, 한국기술투자 등 3개사로 구성된 알루코 컨소시엄으로부터 2백4억원을 받고 매각됐다. 또 대우통신의 정보통신부문은 씨티은행 계열사인 CVC(City Venture Capital)에 총 3천7백억원을 받고 넘기기로 계약을 맺었다.김팀장은 부실여신을 남발한 은행측의 책임론에 대해 “기업의 미래가치나 경영지표를 예측하지 못해 부실여신이 된 것엔 은행측에 책임이 있다”며 “한빛은행은 기업여신을 다시 검토하는 론리뷰팀(Loan Review), 리스크 관리팀(Risk Adviser) 등을 두고 부실여신을 막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