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1%클럽’ 등 소외계층 대상 재계 프로그램 활발 … 외국기업들도 다양한 활동 펼쳐

삼성생명 임직원들이 성남시 자광원을 찾아 노인들에게 면도를 해주고 있다.연말이다. 가난한 사람에겐 더욱 춥게 느껴지는 때가 겨울이요, 이들을 더욱 외롭게 하는 때가 연말이 아닐까 싶다. 그나마 이들의 추위와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거리를 가득 메우는 구세군 종소리라곤 하지만, 요 몇 년 사이에는 경기불황으로 갈수록 모금액이 줄어든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해마다 이맘때는 기업들이나 명사들이 카메라 세례를 받아가며 경쟁적으로 거액의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내놓거나 불우이웃 시설을 방문, 쑥스러운 듯 포즈를 취하는 때이기도 하다. 연말엔 춥기도 더 춥고, 외롭기도 더 외로운 만큼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시용 연례행사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1년에 한번이나마 불우이웃을 생각하는 것이 한번도 생각 안하는 것보다 낫다고 믿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이런 가운데서도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일년 내내, 조직적으로 불우이웃을 돕거나 각종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른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다. 미국에선 ‘기브 파이브(Give 5)’ 운동-내가 가진 것(시간이나 돈)의 5%를 이웃과 사회를 위해 쓰자는 운동-등의 영향으로 이미 활성화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최근 국내기업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밑지는 장사는 안한다’는 기업의 생리에 비추어 볼 때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이미지 향상 및 장기적인 기업이익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특히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입장에선 현지화 및 지역화의 필요성에 따라 사회공헌 활동에 보다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들은 또한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앞선 경험과 노하우로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국내기업중 사회공헌 활동에 가장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기업은 삼성그룹이다. 삼성은 이건희회장의 취임 및 신경영 선언(93년) 이후 삼성사회봉사단을 발족(94년)하면서 그룹차원의 조직적인 봉사활동에 뛰어들었다. 95년 이후에는 사회봉사경력을 반영하는 열린채용도 실시해 오고 있다.삼성, 봉사단 발족해 조직적 활동현재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봉사단은 그룹 계열사의 모든 봉사활동을 총괄하면서 봉사활동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 29개 계열사, 1백8개 사업장에 속해있는 임직원 사회봉사 동아리만 해도 2천1백여개, 참여인원은 7만7천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각 계열사의 성격에 따라 직업의 특성을 살린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SDS의 임직원들은 95년 전국 8개 소년원에서 무료 컴퓨터 교육을 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12개 소년원, 3개 교도소에서 무료 컴퓨터 교육 및 자격증반 운영 등으로 수감생들의 사회복귀에 도움을 주고 있다.이밖에 영세민 임대아파트 주거보수활동(삼성SDI 체인지팀), 소년소녀 가장돕기 및 양로시설 봉사(삼성전기 하늘팀), 장애부모 결손가정 가사지원 및 학습지도(삼성중공업 작은모임), 독거노인 반찬배달 및 도배봉사(삼성생명 어르신사랑) 등 40여개 팀이 그룹내 우수 봉사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해복구를 위한 삼성3119 구조단이나 맹인안내견파견 등은 보다 전문적인 봉사에 속한다.삼성봉사단 김경주 주임은 “최근에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함께 참여하는 가족봉사활동이 늘어나고 있다”며 “봉사활동에 필요한 경비는 각 계열사에서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차원에선 94년(6백76억원) 이후 95년 1천9백여억원, 96년 2천3백여억원 등 99년까지 6년간 그룹 전체 매출액의 0.15%, 순이익의 8.6%가 사회공헌활동에 집행됐다.현대 LG 등 다른 대기업들은 주로 문화재단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대기업 이익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사회공헌팀 운영과 더불어 ‘1% 클럽’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경단련 산하 ‘1% 클럽’을 벤치마킹한 이 클럽은 말하자면 기업 경상이익의 1%를 사회공헌을 위해 쓰자는 취지. 현재 80여개 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했고, 내년 상반기쯤 가입 업체를 1백50여개로 늘려 창립총회를 할 계획이다.전경련 사회공헌팀 박종규 팀장은 “수해의연금 등 준조세 성격의 기부금까지 포함하면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도 외국기업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좀더 자발적인 사회공헌활동 및 기업의 사회공헌 분위기 향상을 위해 클럽발족을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IBM, P&G 등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도 자원봉사 성격의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지만, 최근 특이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이 씨티은행과 살로먼스미스바니환은증권이다. 세계적인 금융그룹 씨티그룹에 속해 있는 이들 금융회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마이크로 크레디트’라는 빈곤퇴치 프로그램을 국내에 도입했다. 씨티은행과 살로먼은 부스러기 선교회 강명순 원장을 책임자로 영입, ‘신나는 조합’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현재 마이크로 크레디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난해 3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5개국에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영자금으로 1천만달러를 기부했고, 그중 5만달러(5천여만원)가 1차 지원금으로 한국에 왔다.그러나 국내에선 아직까지 홍보가 덜된 탓에 지난 9월 임정숙씨(43, 강화도 양도면 도장리)를 비롯한 5명이 소모임을 만들어 5백만원을 지원받은데 그치고 있다. 씨티측은 앞으로 수혜대상자가 늘어날수록 지원금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며, 이미 그룹차원에서 1천만 달러를 추가로 아시아 5개국에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씨티은행은 이와 함께 98년 이후 ‘사랑의 집짓기 운동’(헤비타트) 한국 연합회에 20만달러(약 2억2천만원)를 주택건설자금으로 기부했고, 2백50여명의 임직원들이 집짓기 자원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는 한국보쉬, 라파즈코리아, 한국모토롤라, 체이스맨하탄은행 등 다수의 외국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란저소득층에 무담보 저리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소액+ Credit: 자본금/신용)는 담보와 신용이 없어 시중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빈곤층에게 소액의 자본금을 무담보, 저리(약 6%)로 대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빈곤층의 기준은 농촌지역의 경우 경작지 3천평 이하 소유자이고, 도시지역은 자산 3천만원 이하, 월소득 1백만원 이하인 경우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빈곤층에 대한 무조건적인 기부가 아니라 자립의지가 있는 사람을 골라 소규모 자영사업을 통해 자립하도록 도와준다는 점. 고기가 아니라 고기낚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이치다.수혜대상은 개인 1인보다는 가족이 아닌 비슷한 환경의 5명이 소모임 두레(일종의 자활공동체)를 만들어 1인당 1백만원 이하, 소모임당 5백만원 이하의 소액대출을 받는 식이다. 국내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을 이끌고 있는 신나는 조합(www.joyfulunion.or.kr)은 현재 인천, 강화, 안산, 대전에 지회를 두고 있는데, 어디에서나 지회설립이 가능하다. 연락처는 (02-365-19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