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모니터들이 품평회에 참가하고 나서 몇천엔의 돈을 받고 돌아가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습니다. 소비의 주역은 분명 여성들인데 왜 제품 개발의 주도권을 남성들만이 쥐고 있어야 합니까.”휴대폰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서비스 ‘i모드’로 일본 열도를 올 한해 동안 뜨겁게 달군 주인공 마쓰나가 마리 eWoman(www.ewoman.co.jp) 이사.i모드의 대히트로 일본 인터넷 시장에서 스포트 라이트를 독차지한 신데렐라가 됐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 성이 차지 않는다는 표정이 가득하다. 휴대폰이건 인터넷이건 IT(정보시대)시대의 소비는 여성들이 좌우하고 있는데 왜 모든 것이 여전히 남성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느냐는게 불만의 핵심이다.‘i모드’로 일본 열도 뜨겁게 달군 주인공인터넷 시장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는 평까지 듣는 i모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만족을 모르는 것처럼 그녀의 인생은 도전과 모험으로 가득차 있다.77년 메이지대학 불문과를 졸업한 마쓰나가 이사는 현재의 리쿠르트 그룹에 입사, 채용정보와 인재파견 등을 다루는 업무와 관련된 일을 담당했다. 남다른 능력을 인정받아 86년과 88년 이 회사가 발간하는 잡지들의 편집장을 한차례씩 지낸 후 95년 총괄편집장에 오를 만큼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렸다.뛰어난 사업감각과 도전의식이 눈에 띄어 97년 NTT도코모에 스카우트된 그녀는 게이트웨이 비즈니스부라는 부서의 기획실장을 맡았다.그리고 소비자들에게도 생소하기만 했던 i모드의 상품기획에서 판매촉진까지 전과정을 앞장서 지휘하면서 일본 인터넷 역사를 새로 써 내려갔다.일본 휴대폰 시장에서 i모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절대적이다. 첫선을 보인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지만 가입자수가 1천3백만명에 이를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개발해 놓고도 고객들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던 NTT 도코모에 마쓰나가 이사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정확히 그리고 기만하게 파악해 채워 넣음으로써 신화 창조의 희열을 안겨준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가만히 있어도 승진이 보장되는 NTT 도코모를 걷어 치우고 지난 9월25일 또 한차례 변신을 시도했다.친구와 함께 여성 이용자들을 겨냥한 전용사이트 eWoman을 만들면서 다시 처음부터 맨주먹으로 모든 것을 일궈야 하는 냉엄한 승부의 세계로 뛰어 들었다.인터넷 사이트는 많지만 여성들이 목말라하는 알맹이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마쓰나가 이사가 eWoman에 몸담은 이유다.인터넷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eWoman은 3가지 테마를 핵심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마쓰나가 이사는 이를 두고 “좋은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머니&워크, 라이프&워크, 뷰티&엔터테인먼트 3가지가 바로 그것이다.eWoman은 테마별로 전체를 11개 소장르로 구분해 최신정보를 담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일본 최고의 여성사이트를 만든다는 계획 아래 인기작가 무라카미 류씨를 비롯,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각 분야의 고급 두뇌를 사이트편집자로 대거 초빙해 놓을 정도다.마쓰나가 이사는 i모드 개발의 뒷이야기를 배경으로 엮어낸 책 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면서 서점가에서도 인기작가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같은 여세를 몰아 지난 10월 미국의 경제전문잡지 <포천 designtimesp=20479>으로부터 ‘아시아 최강의 비즈니스 우먼’으로 당당히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