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결핵제 등 강한 분야 집중공략 큰 성과 … 미국·베트남 현지공장 설립, 수출 확대 가속화

서울 논현동 힐탑호텔 뒤편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이 회사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이 회사에는 사장실이 없다. 사장은 ‘고충처리실’에서 근무한다. 강덕영(53) 사장은 직원들이 좀더 좋은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장실 간판을 내리고 고충처리실 간판을 내걸었다. 직원 4백여명중 절반 가량은 충남 연기 공장에서 일한다. 일주일에 한번 공장에 내려가지만 세심하게 신경쓰지 못한다. 고충처리실로 개편하자 팩스나 전자메일을 통해 직원들이 갖가지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더욱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불구하고’ 정신, 어려움속 고매출 비결이 회사 임직원은 ‘불구하고’라는 정신으로 무장돼 있다. 영어로 ‘In spite of’다. ‘무엇무엇 때문에’ 일하는게 아니라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정신이다. 제약회사 영업은 어렵다.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처럼 의약분업 파동이 생길 때는 판매도 힘들고 수금도 어렵다. 그런데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불구하고’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이런 정신을 강사장은 성경에 나오는 ‘친구의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한 사람이 사막을 건너 친구집을 방문했다. 밤늦은 시간에 도착했는데 그 친구 역시 가난해서 대접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친구는 할 수 없이 옆집 부자에게 부탁했다. 화가난 부자는 밤중에 무슨 밥이냐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 하지만 하도 조르는 통에 할 수없이 밥을 내준다. 예뻐서 주는게 아니라 귀찮아서 주는 것이다.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항암제 항생제 관절염치료제 등 3백여종의 약을 생산하는 업체. 대부분 필수치료제다. 87년 창업한 뒤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99년4월~2000년3월) 3백31억원 매출에 29억7천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올해 매출은 5백20억원, 순이익은 70억원으로 잡고 있다.해외시장 공략에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지난해 25개국에 2백여종의 완제품을 7백20만달러어치 내보냈다. 미국 앨라배마주 루번시에 1천만달러를 단독투자해 현지공장을 세웠다. 부지 1만2천평, 건평 1천6백평 규모다. 현지시장을 뚫기 위한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는 선진국 약품시장을 개척하기 힘든 점을 감안해 현지법인을 만든 것. 생산제품은 의약품 인삼제품 등. 연차적으로 항생제 항암제 등을 생산해 미국과 선진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베트남에도 공장 건설을 추진중이다. 송베공단내 부지 4천평을 49년 동안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총 5백만달러를 투자해 연건평 2천2백평 규모의 공장을 내년중 착공할 계획이다. 강사장은 “수출물량의 60% 가량을 베트남에 내보내고 있다”며 “공장이 완공되면 알카펜 등 일반의약품은 물론 전문의약품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다. 베트남은 인구가 7천만명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이곳에 생산기지를 두면 오는 2006년부터 아세안가입국에 무관세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한국유나이티드의 수출액은 완제의약품으로는 국내 정상급 규모라고 회사측은 밝힌다. 수출 규모가 작고 그나마 원료의약품 수출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제약분야는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가 들어가는데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것도 까다롭다. 머크, 바이엘, 화이자, 훽스트 등 다국적기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런 매머드기업들과 경쟁하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연구인력은 불과 30여명. 다국적기업들이 1만명 가량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가 안된다. 그런데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것은 송곳전략에서 비롯된다. 가장 강한 분야에 집중해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건강 식품분야 진출 ‘제품 다각화’지난해 ‘C-3 위치가 치환된 세펨 유도체의 제조방법’으로 특허를 얻는 등 12건의 특허를 획득하거나 출원한 것은 이같은 전략 덕분이다. 대신 독자개발이 어려운 분야는 공동개발에 나선다. 생명공학연구소나 삼성의료원 등이 파트너다.이 회사가 생산중인 첨단의약품 중에는 돌연변이 결핵균에 잘 듣는 항결핵제인 디사이클로세린도 들어 있다. 디사이클로세린은 물성이 까다로워 결정화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 회사는 1년6개월간 연구끝에 고순도 결정형 제품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최근에는 먹는 화장품 개념의 건강식품 분야에도 진출해 제품을 다각화하고 있다. 닥터라이프라는 이 제품은 포도씨에서 추출한 기름을 주성분으로 사용한 것. 중년 여성층을 주로 겨냥하고 있다.강사장은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와 동대학원을 나와 산도스제약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약품영업 유통분야를 두루 거친 뒤 창업했다. 그가 갖고 있는 경영이념 가운데 하나는 ‘거목과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 “큰 나무는 풍부한 열매를 맺어 사람들에게 나눠주지요. 여름에는 넓은 그늘을 만들어 쉴 곳을 제공해 줍니다.”이런 거목과 같은 회사를 만들어 과실과 쉼터를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제공해 주고 싶다는 것.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세계적인 다국적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02)516-2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