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애니메이션 등 영상산업 활성화 기폭제, 6만여명 고용창출 예상

한국통신이 대주주(18% : 한통프리텔 3% 포함)로 있는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컨소시엄이 디지털 위성방송 사업자로 선정됐다. KDB컨소시엄에는 공중파 방송 3사(KBS, MBC, SBS)를 비롯해 한국경제 중앙일보 연합뉴스 등 언론사와 휴맥스 삼성전기 프로칩스 등 셋톱박스 제작업체 등 1백60개사가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전반적인 기대 효과 : 디지털 위성 방송은 과거 흑백TV에서 컬러TV로 전환될 당시보다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장 큰 변화는 보는 TV에서 이용하는 TV시대라는 점이다. 즉 무선 키보드나 리모컨을 이용해 원하는 정보를 마음대로 선택하는 지능형 TV 시청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4백Kbps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현재 각 가정에 있는 PC 역할의 상당부분을 디지털 위성방송 TV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셋톱박스에 전화선 케이블망 ADSL 등 통신 회선을 연결하면 컴퓨터 없이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게 된다.IMT-2000과도 연결돼 방송과 이동통신이 결합된 기술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은 70~1백개 이상의 다채널 방송이 가능하므로 프로그램 공급업체의 활발한 활동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따라서 콘텐츠 제작 업체들의 활성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채널간에 경쟁도 촉진돼 특화된 전문 채널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볼 때 국내 방송산업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의 독과점 구조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영화·애니메이션 등 영상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교육 산업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현재 지상파 방송에 나오는 문자는 일종의 데이터 방송인데 디지털 위성 방송을 이용하면 다양한 문자 방송도 가능해진다. 원격 교육에도 응용할 수 있어 시청자가 강의 내용을 받아 보거나 리포트를 작성해 보낼 수 있게 된다.또한 CAS(Conditional Access System : 수신 제한 방송)도 가능하다. 방송사가 성인 또는 특별히 방송 접근이 허용된 수신자에게만 방송 시청을 허용해 미성년자를 성인방송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또한 방송사와 시청자간에 쌍방향 송수신이 가능해지면서 시청자는 리모컨 조작으로 물건을 주문할 수 있는 일종의 ‘T-커머스’(텔레비전 상거래)를 기대해 볼 수 있다.디지털 위성 방송 수신을 위한 수신기 제작업체들도 활기를 띠게 된다. 그동안 고가의 프로젝션TV가 주류를 이루던 디지털 TV 시장에 2000년부터 32인치 34인치의 2백만원대 완전 평면 브라운관 제품들이 대거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에 돌입했다.정보통신부는 2005년까지 국내에 약 30조원 가량의 디지털 위성방송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방송사의 위성방송 중계시설과 스튜디오 투자비용으로 1조5천8백억원, 위성방송 수신기와 PC용 수신카드 등 수신장비 5조3천억원, 방송 소프트웨어 2조6천억원, 디지털TV 15조4천억원 등 관련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국내 산업계에서 역량이 취약한 디지털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4조7천억원에 달하는 생산 유발 효과가 예상돼 관련 산업 발전에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6만2천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위성방송이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는 자동차 반도체 등 기간산업보다 더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받는 수혜업체들 : 최대 수혜업체로는 셋톱박스 생산업체를 들 수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휴맥스 삼성전기 프로칩스 현대디지털테크 등이 있다. 이들은 그동안 국내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해외 시장에 주력하던 업체들로서 이미 유럽시장을 석권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 가운데 휴맥스는 유럽 셋톱박스 시장에서 필립스 노키아 등을 제치고 자체 브랜드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선도 업체다. 이 회사는 아시아에서 최초, 세계에서 세번째로 CAS(수신제한장치)를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며 북아일랜드 프랑크푸르트 등 현지에 법인을 세우고 글로벌 전략을 세우고 있다. 2000년 11월에는 단일 품목으로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삼성전기는 영국의 비스카이비(BskyB)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용 셋톱박스를 생산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자체 브랜드로도 판매할 예정이다. 기륭전자는 KDB컨소시엄에 포함되지 않아 대량 물량공급 기회를 놓쳤지만 세계 최초로 MPEG-II 방식을 이용한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은 세계 수준이다.따라서 셋톱박스 사업을 중심으로 위성관련 장비 인공위성 위치 측정시스템(GPS) 등 제품을 다각화하고 있다. 프로칩스는 기존 제품의 4분의1 크기의 최소형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용 셋톱박스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현대디지털테크는 차량 탑재용 위성방송수신기와 하드디스크드라이브가 내장된 셋톱박스를 개발하고 유럽 수출을 시작했다.셋톱박스 업체들과 함께 주목받는 업체로는 수상기를 개발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를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00년 국내 시장에서 디지털TV를 1만대 판매했으며 2003년까지 3천만대로 예상되는 전세계 디지털TV 시장에서 20%인 6백만대 판매 목표를 세우고 있다. 대우전자는 브라운관 방식의 디지털TV를 올해 3만대를 생산하고 미국 시장에는 5만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올해 50만대 생산해 전세계 디지털 TV시장에서 25%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사업자 선정후 관련업체 주가 : 2000년12월19일 디지털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이 결정된 후 관련 종목의 주가 상승이 기대됐지만 모두 하락해 ‘위성방송 약발’이 발휘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약세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재료도 소용이 없었다. 발표 당일인 19일, KDB 주도 업체인 한국통신은 전날보다 주가가 1천5백원 하락한 6만7천원, 삼성전자는 1천5백원 하락한 17만6천5백원에 마감됐다. 특히 최대 수혜업체로 주목받는 셋톱박스 업체인 휴맥스는 4백50원 하락한 1만2천8백50원. 청람디지털은 4백70원 하락한 3천4백70원으로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다.증시 전문가들은 이날 주가하락에 대해 “위성방송 사업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전체 시장이 어두워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에 따른 관련 업체 주가 상승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위성방송 실적이 가시화되는 올해부터 셋톱박스 업체를 비롯해 디지털TV 수상기 업체, 프로그램 공급업체가 장기적으로 유망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해결과제 및 계획 : 디지털 위성방송은 철저히 상업방송에 기초한다. 따라서 가입자를 늘리는데 주력해야 하는데 고가의 수상기 및 셋톱박스의 가격이 가입자 증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0만원대에 이르는 셋톱박스와 설치비까지 부담한다면 일반 가정에서 디지털 위성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50만원대에 이른다. 방송 6년째인 케이블 방송의 설치 비용이 대략 5만원대인데도 기본 시청 가구가 70만 가구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이에 대해 KDB측은 가입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신기 할부 판매 등을 실시해 방송 시작 4년후에는 가입자를 2백만명 확보하고 당기순이익도 실현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때까지 투자비는 총 2조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예정대로 순익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참고로 우리보다 디지털 위성방송을 먼저 시작한 일본의 경우 사업개시 4년에 1백10만가구, 영국은 2년에 30만 가구를 확보하는데 그쳤다.KDB는 올해 초 법인조직으로 전환돼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KDB의 강현두 대표는 “기존에 운영중인 위성 방송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위성 방송 인프라 구축을 앞당길 것”이라며 “올해 10월 상용 서비스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업 첫해인 올해는 74개 채널로 시작해 2005년까지 1백14개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