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의 주식시장은 시가보다 종가가 오르는 상태로 양봉의 그래프를 그릴 수 있을까. 지난해 폭락했기 때문에 올해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오히려 희박하다고 대다수 전문가들이 예상한다.하지만 올해의 상황은 경기침체라는 원초적 악조건 속에서의 출발이다. 따라서 주식투자방법이나 종목선택도 달라야 할 것이다. 이같은 조건에서 일차적으로 주목해야 할 대상은 ‘저평가된 가치주’(Value Stocks)이다. 그것도 전통적인 의미의 가치뿐 아니라 정보통신혁명 등 산업흐름의 변화를 고려해 성장주(Growth Stocks)로서의 자질도 갖춘 가치주이다.통상 경기침체기에 수익을 안겨주는 주식은 이른바 경기방어주들이다. 가스나 전력, 정유 등 유틸리티산업, 제약, 음식료, 의류 등 소비재기업의 주식들이다.이미 이들 주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수익률 이상으로 올랐다. 또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반전의 조짐을 보이는 시점부터는 꺾일 수 있다. 올해중 경기가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을 감안하면 경기방어주 다음의 대안이 필요하다. 이것이 성장성을 갖춘 가치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보통 성장주는 시장평균 이상으로 이익과 배당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이고 가치주는 자산가치가 큰 주식을 일컫는다. 저평가라는 것은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돼 PER(주가수익비율)와 PBR(주가장부가치비율)가 낮은 것을 말한다.증권전문가들의 관심종목도 올해는 “단기간에 급락한 성장주”와 “과도하게 하락한 저평가 가치주”로 대별된다. “적절한 성장주를 적절한 가치에 사는 것”(삼성증권 이남우 상무)이다.<한경BUSINESS designtimesp=20550>가 최근 조사한 증권전문가 2001년 증시전망(1월2일자 신년호 참조)에서 가장 많은 추천은 성장주의 간판격인 한국통신 SK텔레콤이 받았다. 지난해 초 관심을 모은 첨단주, 닷컴주들은 추천에서 사라졌다. 금융구조조정의 수혜가 예상되는 우량금융주와 함께 본질가치가 높은 ‘가치주’들이 그 자리에 들어가 있다.“회사를 사는 마음으로 투자하라”사라진 종목들의 공통점은 PER가 수십배 수백배인 종목들이고 돌아온 종목은 내재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하락한 저PER주들이다. 성장주 패션시대에 홀대받아온 PER에 대한 관심이 돌아오고 있다.저평가 우량주를 유망종목으로 꼽은 한화증권 리서치센터 윤형호 팀장은 “경기상승 시그널이 나오기 전까지 저PER, 저PBR의 가치주 포트폴리오를 권한다”고 밝힌다.미국증시에서는 가치주에 주목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하다. 첨단기술주에 투자하는 성장주펀드의 수탁고는 줄어드는 반면 이른바 ‘가치주펀드’의 수탁고는 늘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은 “경기가 연착륙을 하든 경착륙을 하든 착륙기간 중에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증시관계자들의 진단이다.<월스트리트 저널 designtimesp=20562>도 최근 ‘증시침체기에도 돈버는 투자방법’이라는 기사에서 ‘일단 국채와 경기방어주가 랠리를 한 다음에는 바겐세일중인 소형가치주가 시세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문제는 어느 주식이 향후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어나며 내재가치보다 현재 대단히 싼가 하는 것이다.현재 국내증시에는 주가폭락으로 전통적 의미의 성장주이면서도 가치주 수준으로 PER가 낮아진 주식들이 많다. 향후 매출과 이익이 늘 전망이며 PER가 시장평균보다 낮고 자산가치나 배당가치도 높다면 성장성도 갖춘 가치주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있다.증권투자의 성패는 어떤 주식을 언제 사서 언제 파느냐에 달렸다고 한다. 지난해 데이트레이딩이 판친 한국증시에는 매매에 대한 관심만 무성했다. 트레이딩만 있고 투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과는 사상최악의 하락과 대다수 투자자의 손실로 마무리됐다.타이밍 포착과 매매기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들은 차라리 내재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제값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경제적일 것이다. 지난해 증시폭락 속에서 40% 이상의 수익을 올린 가치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처럼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사는 마음으로’ 투자해보는 것이다.★ 가치주란현재 PER·PBR 낮을수록 ‘저평가’보통 주식의 내재가치는 주식투자로 기대되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위험을 고려한 적정한 할인율로 할인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래의 현금흐름이나 적절한 할인율을 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대다수 증권분석가들은 현실적 지표로 PER와 PBR를 이용한다.PER(Price Earnings Ratio)는 주가를 주당순이익(EPS:Earnings Per Share)으로 나눈 값이다. PER가 1이라면 그 회사의 시가총액이 1년간 벌어들이는 이익과 똑같다는 뜻이다. 시가총액 1천억원인 회사가 연간 1천억원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만약 이 회사 주식을 사두면 1년 후 회사자산을 빼고도 그대로 투자원금을 버는 횡재가 된다. 그런데 국내증시에는 PER가 1도 안되는 종목이 매우 많다.통상 선진국 증시의 PER는 평균 10배에서 15배 정도이다. 국내 상장기업의 평균PER는 6배 정도로 전세계적으로도 낮다. PER는 업종에 따라서 달라 전통제조업은 PER가 10 이하인 경우가 많지만 성장률이 높은 인터넷기업이나 IT기업들은 PER가 수백 배가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현재 이익을 못내 PER가 안나오는 닷컴기업들은 PER대신 PSR(Price Sales Ratio,주가매출액비율)를 가치평가의 척도로 쓰기도 한다.PBR(Price to Book Value Ratio)는 주가를 주당 장부가치(BPS;Book Value Per Share)로 나눈 값이다. 비율이 낮을수록 기업이 가진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게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회계상 기업의 실질적 가치가 다 반영되고 주가도 내재가치를 정확히 반영한다면 PBR는 1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인적자산 등 무형의 자산 등이 회계장부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대개의 기업은 PBR가 1이하가 된다.지난해말 부동산만 팔아도 시가총액보다 많다며 일부 자산주들이 관심을 끈 것이 이같은 자산가치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었다.기업의 내재가치를 구하는 방법으로는 전통적으로 청산법, 계속기업법, 시장가치법이 있지만 모두 한계가 있다.청산법은 기업을 청산했을 때 잔여자산에서 잔여부채를 뺀 잔액으로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결정에 가장 중요한 향후의 기대수익이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워렌 버핏이 선호한 것으로 알려진 계속기업법은 향후 예상되는 현금흐름으로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시장가치법은 분석대상기업과 동종업계 대표기업을 비교해 산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것도 비교대상기업의 시장가치에 대한 정당성을 증명할 근거가 없다는 약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