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가 세계교역 증진이라는 목적은 달성할 지 몰라도 선진국과 개도국간 경제력 격차는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일반적으로 뉴라운드란 21세기 국제교역질서를 관장할 새로운 무역규범을 제정하기 위한 국제협상을 말한다.뉴라운드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상(GATT)’이나 ‘세계무역기구(WTO)’ 관장하에 진행돼 왔던 국제협상과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기존의 GATT·WTO 체제하에 이뤄졌던 국제협상은 세계 각국간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에 장애가 되는 관세 및 각종 무역장벽을 해소하는 것이 주된 과제였다.반면 뉴라운드는 종래에 세계 각국의 고유문제로 간주됐던 과제를 국제적으로 통일시켜 공정한 경쟁기반을 만드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다시 말해 세계 각국의 상이한 경제정책과 기업기준, 기업관행을 국제표준기준(Global Standard)에 맞추는 일이다.앞으로 협상을 통해 주요 현안에 대한 이해관계가 조정돼 뉴라운드 규범이 태동될 경우 세계 각국간에는 국명(國名)만 다를 뿐이지 최소한 경제적 측면에서는 하나의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의미의 지구촌 사회(Global Society)가 도래되는 셈이다.지금까지 논의돼온 뉴라운드 협상은 크게 두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추진돼 오고 있다. 하나는 농산물, 서비스, 반덤핑협정, 지적재산권 협정을 비롯한 이미 설정된 의제(BIA : built-in agenda)다. 다른 하나는 환경, 노동, 투자, 경쟁정책, 전자상거래와 같은 국제교역환경 변화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뉴이슈들이다. 여기서는 주요 쟁점사안을 중심으로 논의과제를 요약해 본다.먼저 기설정 의제중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분야는 농업수출보조금 폐지와 시장접근과 관련해 사전적인 예외조항의 인정여부를 놓고 각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농산물 수출국인 케언즈(Cairns) 그룹은 농업분야에 지원되는 각종 수출보조금을 폐지하고, 대폭적인 관세인하를 통해 적극적인 자유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농산물 수입국들은 농산물 자유화 추진에 있어서 각국이 처한 여건과 농업분야의 경쟁력을 감안해 신축적이고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마지막 순간까지 뉴라운드 출범에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환경과 무역의 연계문제도 검토과제다음으로 뉴라운드 이슈중 가장 먼저 검토된 과제는 환경과 무역의 연계문제다. 그동안 WTO산하에 설치된 무역환경위원회를 중심으로 94년4월 마라케시 각료회의에서 채택된 무역과 환경과의 연계방안에 대한 10개 의제를 중심으로 논의돼 왔다.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대부분 선진국들이 무역과 환경과의 연계방안을 뉴라운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개도국들은 무역과 환경과의 연계방안이 개도국 수출상품에 대해 수입규제적인 성격을 지닌 만큼 뉴라운드에 포함시켜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노동과 무역과의 연계문제에 있어서는 현재 미국과 개도국간에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역과 노동문제를 다룰 작업반(Working Group)을 설치하는 문제다.미국은 노동기준을 위반한 국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무역제재를 언급하는 등 노동과 무역을 연계시키는 문제를 뉴라운드 이슈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견해다. 미국의 이런 주장에 대해 대부분 개도국들은 환경문제와 마찬가지로 개도국 수출상품에 대한 무역제재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경쟁정책과 관련해서는 90년대들어 세계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각종 기준과 관행을 통일시키는 경쟁정책과 무역정책과의 부조화 문제가 실질적인 자유무역을 달성하는데 장애요인으로 대두됨에 따라 논의되기 시작한 과제다.현재 미국은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무역개념을 경쟁개념으로 수용하는 과제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무역정책과 경쟁정책은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홍콩, 일본은 미국과 EU의 주장과 달리 민간기업의 반경쟁적 관행보다는 반덤핑조치와 같은 정부의 반경쟁적 조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무역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 전자상거래에 대한 무관세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각국의 입장을 볼 때 무관세 대상범위를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간에 견해차를 보이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전자상거래의 무관세원칙에 대해서는 동조하고 있어 앞으로 빠른 속도로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뉴라운드 출범되면 정부보다 기업역할 확대앞으로 뉴라운드가 출범할 경우 우리 경제와 기업경영에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뉴라운드에 대한 기본인식은 우리 경제를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활동을 촉진시킨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첫째, 무엇보다 뉴라운드 출범에 따라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경제주체는 정부다. 뉴라운드 출범으로 세계 각국의 상이한 경제제도와 기준이 통일될 경우 정부의 역할은 기술개발과 교육, 환경보호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대신 경제전체의 효율을 증대시키는 주체로서 기업의 역할은 더욱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기업경제(Enterprise Eonomics) 시대가 도래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둘째, 뉴라운드가 출범되면 최소한 경제적 측면에서는 명실상부한 지구촌 시대가 도래된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 영역의 확장과 경제구조상의 동질화로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내외 가격차, 이중구조와 같은 불균형이 제기되지 않으면 기업도태와 대규모 실업발생이 불가피하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내수시장에서 수입저항력 강화와 잠재적 사업기회 발굴도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분야에 걸쳐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만이 생존이 가능한 시대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셋째, 세계화 진전과 경쟁격화로 세계 각국의 국민들은 상품홍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소비생활이 윤택해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진다.반면 기업들은 가격과 품질경쟁력을 전제로 소비자들의 개성화 고급화된 욕구에 얼마나 맞추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본격적인 소비자 주권시대를 맞아 소비자 구매행위 변화에 대한 조사활동, 경쟁기업 동향, 소비자 안전문제에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넷째, 기존의 국제협상은 주로 국경간 조치로 우리와 같은 대외지향적인 국가에 유리한 면이 많았다. 반면 앞으로 출범할 뉴라운드 이슈는 생산공정과 기업관행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처럼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한 국가일수록 불리한 측면이 많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특히 선진국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환경과 근로기준 제고, 경쟁정책의 국제화 요구는 기업의 생산방식과 이익에 직결되는 만큼 앞으로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종전처럼 규모(Scale)와 범위(Scope)를 중요시하는 경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하다. 불확실성 시대에 증대되는 위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위험관리능력에 따라 기업의 명암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