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쟁’. 한 겨울을 녹이는 에스프레소전쟁이 한창이다. 스타벅스를 비롯해 롯데리아, 파리크라상, 대상, 두산 등 대기업들이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여기에 외국에서 에스프레소를 경험하고 발빠르게 국내에 도입한 중소업체와 개인들까지 가세했다.혼전이다. 대기업-중소기업-개인업자, 외국계 기업-국내기업 등 얽히고 설켰다. 업계에서는 30여 업체가 격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격전의 흔적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요즘 인파가 몰리는 거리에 가면 으레 눈에 띄는 새로 들어선 에스프레소점이 그렇다. 단적인 예로 이대 근처만 해도 ‘스타벅스’ ‘할리스’ ‘로즈버드’ ‘에스프레소6230’ ‘프라우스타’ ‘스타라이트’ 등이 들어서 경쟁중이다. 업체간의 경쟁만이 아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에스프레소점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때문에 각 에스프레소업체나 점포마다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스타벅스 ‘방아쇠’, 대기업 앞다퉈 진출에스프레소커피시장이 주목받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지난 99년에 한국에 진출한 스타벅스를 들 수 있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20개국 4천여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다국적 업체다. 신세계백화점이 출자한 에스코코리아와 제휴해 이대앞에서 1호점을 열었다. 물론 이전에도 간간이 외국여행을 통해 에스프레소를 접하거나 이를 국내에 들여와 개인사업으로 벌인 에스프레소점이 있었다.국내기업 가운데에는 대상(주)이 99년6월 ‘길거리카페’를 표방하면서 테이크아웃커피점으로 명동에 ‘로즈버드’ 1호점을 내기도 했으며, 파리크라상에서도 파일롯숍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불을 당긴 것은 역시 스타벅스의 국내진출이라는데 대부분의 에스프레소업체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에스프레소커피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일반인들의 관심을 유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세가프레도’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 석용준과장의 말이다.자기만의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들만의 ‘스탠딩문화’ 등과 같은 특성도 에스프레소의 확산에 기여했다. 할리스 이대점 전정호사장은 “스탠딩문화에 익숙한 신세대들이라 커피를 기다려야 하거나 자리가 부족해도 불평이 없다”며 “혼자 앉아서 커피를 즐기거나, 커피를 손에 들고다니면서 마시는 학생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인스턴트커피나 기존의 드립식 원두커피와 확연히 구분되는 맛도 에스프레소커피의 인기를 부추겼다. 프라우스타코리아 김홍식사장은 “취향에 따라 크림 시럽 우유 계피 등의 재료를 가미해 맛을 변화시키면서 즐길 수 있어 젊은층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에스프레소점마다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으며, 자신만의 커피를 위해 일부러 특정 지역의 에스프레소점을 찾아다니는 마니아들도 수두룩하다.에스프레소가 관심을 모으면서 시장규모도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 어림잡는 올해 에스프레소 시장 규모는 적게 2천억원대부터 많게는 6천억원대. 그러나 업계에서는 당장의 시장볼륨보다는 향후 몇년간의 시장 규모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매년 시장이 2배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지금이 에스프레소의 도입기로 3∼5년내에 성숙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롯데리아 커피사업팀 한동욱과장은 “(우리나라)에스프레소시장은 5년 이내에 1조원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시장 급팽창, 점포확대 등 경쟁치열이처럼 에스프레소가 인기를 얻고 시장볼륨이 커지면서 각 업체마다 점포수를 늘리거나 체인가맹사업 확대, 조직개편 등을 통해 적극적인 사업확대에 나서고 있다. 직영점 중심의 대기업의 경우 입지조건이 관건인 만큼 좋은 점포확보에 드러나지 않게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한 업체의 점포개발팀장은 “서울시내에서 에스프레소점을 할만한 점포는 동이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프라우스타’ ‘디드릭로스터스’ ‘시애틀에스프레소’ ‘할리스’ ‘에스프레소6230’ 등 중소업체들은 체인점 확대를 통한 브랜드 확산으로 대기업에 맞설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이다.에스프레소시장의 간판격인 ‘스타벅스’는 현재 10개 매장이지만 올해에 매달 1개씩 신규 점포를 오픈하며, 2004년까지 1백30개 매장을 연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말 조인트벤처로 재출범하면서 회사명을 에스코코리아에서 스타벅스코리아로 바꾸기도 했다.‘로즈버드’를 운영하는 대상(주)도 테이크아웃위주의 매장확대에 초점을 맞춰 2004년까지 전국적으로 1백50∼2백개의 매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세가프레도’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은 에스프레소사업부를 SPC라는 이름의 별도법인으로 설립하고 올해에 10개점으로 점포를 확대, 1백5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모두 80∼2백평의 대형 매장이며, 내년 하반기에는 지방진출도 할 계획이다. “스타벅스와는 달리 유럽식 커피문화를 고수하면서 차별화를 추구한다”는 것이 석과장의 말이다.‘토니로마스’ ‘스파게띠아’ 등으로 잘 알려진 (주)선앳푸드(옛 이오코퍼레이션)도 현재 운영중인 여의도와 강남 등 2곳의 ‘카푸치노 익스프레스’외에 올해안에 최소한 3개 매장을 새로 연다는 목표다. 이 회사 정규광과장은 “2002년까지 모두 60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며, 10호점 이후부터는 프랜차이즈점을 여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프라우스타’는 매장형 에스프레소점으로는 가장 많은 체인점을 확보한 점을 살려 서울 주요 상권과 지방 대도시로 복합형 매장을 확대, 2003년까지 모두 50개 점포를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인 원두업체인 미국 뱃돌프앤브론슨사의 원두를 항공기로 직수입해 다른 업체에 비해 맛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김사장의 말이다. ‘자바’라는 브랜드로 에스프레소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롯데리아도 현재 3개 직영매장외에 올해안에 20개 점포를 새로 낼 계획이다. 매출목표는 70억∼80억원. “중대형점 위주로 하며 프랜차이즈 계획도 있다”는 것이 한과장의 말이다.대기업으로는 가장 늦은 지난해 12월 ‘카페 네스카페’를 런칭하면서 에스프레소시장에 뛰어든 (주)두산은 현재 직영중인 4개점 외에 올해 50개, 2004년까지 2백여개의 점포를 갖출 계획이다. “테이크아웃형태의 커피전문점 중심으로 직영점외에 프랜차이즈점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 네스카페사업팀 이중재부장의 말이다. 현재 20개 매장을 운영하는 ‘할리스’는 이달중에 3개의 가맹점을 오픈하는 한편 강남 등 핵심상권 출점과 구전마케팅으로 브랜드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기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사업확대에 나서는 한편으로 신규진출을 모색하는 곳들도 한둘이 아니라는 말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가장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영화배우 신일룡씨가 ‘시애틀베스트’의 국내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조만간 명동에 1호점이 문을 열 것이라는 ‘설’이다. 또 캐나다 서부지역 최대 커피업체라는 ‘캔터베리커피’와 일본 ‘가베관’ 등의 국내진출도 업계에서는 시기만 남은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이처럼 업체들이 에스프레소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당분간 에스프레소커피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상(주) 커피사업부 김종윤팀장은 “다른 커피와 달리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들은 다른 커피에 비해 충성도가 높은데다, 에스프레소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계가 필수적인데 가정에서 사두고 마시기에는 고가이므로 결국 에스프레소점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일본의 예가 인용되기도 한다. 롯데리아 한과장은 “일본은 95년부터 아메리칸스타일의 커피에서 에스프레소 위주로 변하기 시작해 98∼99년에 성숙기를 맞았다”며 우리나라도 같은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래저래 커피처럼 뜨거운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경쟁에서 도태되는 업체에는 지옥처럼 검고, 살아남는 업체에는 사랑처럼 달콤하겠지만.★ 에스프레소커피말 그대로 ‘빠르게(express)’ 만들어내는 커피다. 가정용 커피메이커와 같이 드립식으로 원두커피를 만드는데 약 1∼3분이 소요되는데 반해 에스프레소는 추출기를 통해 23초면 커피가 만들어진다. 순간적으로 높은 압력의 뜨거운 수증기가 미세하게 간 커피가루를 통과하면서 커피가 만들어진다.순간 추출이라 카페인의 양이 적고 맛이 진하다. 때문에 ‘커피의 심장(heart of coffee)’이라고도 불린다. 보통 유럽인들이 작은 잔에 마시는 진한 커피를 말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에스프레소커피는 이른바 ‘시애틀식 에스프레소’다. 추출한 에스프레소에 우유 크림 시럽 향신료 등 입맛에 맞는 다양한 재료를 가미한다. 맛이 부드럽고 향이 풍부한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