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호텔 싸게 인수, 사업구조 전환 기회 활용 … 인수자금, 사재·회사여유돈으로 마련

‘사업변신을 위한 절호의 기회포착인가’ 아니면 ‘무리한 사업확장인가’.신안그룹은 지난해부터 골프장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어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대기업들이 기존사업을 축소하고 있는데 반해 신안은 오히려 골프장 인수 등 사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안그룹은 지난해 7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중견기업으로 1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신안은 올해 초 대농그룹으로부터 관악CC를 사들였다. 신안은 이미 그린힐CC와 신안CC 등 골프장 두곳을 운영하고 있고 제주 신안CC를 공사중에 있다. 신안이 보유한 골프장 홀수만해도 1백8홀에 이른다.보유 골프장 홀수만도 1백8홀신안은 또 지난해 9월 우성관광을 인수했고 올 초에는 서울 청담동과 대전 유성 등 2곳에 있는 리베라호텔을 7백7억원에 사들였다.때문에 재계에선 ‘신안이 골프장 재벌로 급부상하고 있다’느니 ‘사업확장에 따른 자금출처에 의혹이 있다’느니 하며 말끝마다 의문부호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정권때 혜성과 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진 기업들중엔 묘연한 사업자금으로 무리한 사업을 꾀했던 기업들이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자금출처에 문제가 없다고 둘러댔지만 이내 과도한 금융차입이었음이 드러나 공중분해됐다.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신안그룹 사옥. 기자는 지난 12일 이곳 20층에 자리잡고 있는 박순석(57) 신안그룹회장을 찾았다. 박회장은 회의탁자에서 계열사임원들과 사업전략을 짜고 있었다. 언론에 나서는 것을 유난히 싫어하는 박회장은 인터뷰 도중 여러차례 자신이 더 이상 언론에 보도되지 않기를 부탁했다. 박회장은 최근 일부 신문이 자신의 사업인수 자금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해 상당히 못마땅해 하는 눈치가 역력했다.박회장은 “우리는 그동안 주택사업을 전문으로 해왔지만 주택 등 건설사업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사업구조의 전환을 모색해왔다”며 최근 언론들이 일제히 사업확장이라고 보도한 것에 불만을 표시했다. 주택사업이 더 이상 메리트가 없어지자 이 사업부문을 줄이고 대신 골프 레저 금융쪽의 비중을 늘렸다는 게 박회장의 설명이다. 기존사업을 그대로 끌어안은 채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리는 무리한 사업확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이와 함께 박회장은 “우리같은 중견기업이 호경기때 관악CC나 리베라호텔 등을 지금과 같은 돈으로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우리는 지금이 싸게 사업구조를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해 골프장과 호텔 등을 인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여기서 얘기는 자연스럽게 사업인수자금 출처로 넘어갔다. 박회장은 “기존사업에 지속 투입될 돈을 사업구조 전환에 따른 인수자금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자신있게 설명했다. 모자라는 자금은 박회장이 직접 개인돈을 출연했다는 것이다.신안그룹은 "아직도 그룹내 건설부문의 매출비중이 크지만 앞으론 골프 레저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박회장은 13세에 시골서 상경, 배달부·막노동 일꾼·심부름 등 안 해 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박회장은 이발소에서부터 철근도·소매업, 집장사 등을 하면서 익힌 사업수완으로 지난 80년 신안건설을 설립, 본격적으로 주택건설업에 뛰어들었다. 박회장은 이때 건설경기 붐을 타고 큰 돈을 벌었다.이를 입증하듯 박회장은 지난 94년 종합토지과세 납부에서 2위(93년 35위)에 올랐고 종합소득세 부문에서도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때문에 박회장은 빚을 지지 않는 무차입 경영을 일찍부터 실천할수 있었다. 신안은 골프장 세곳의 인수자금 2천5백억원도 회사자체자금과 박회장 개인돈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신안그룹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세무조사를 철저히 받아 자금에 관한한 투명하다”며 “특히 골프장 사업의 경우 회원들로부터 투자금을 미리받아 공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실제보다 크게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박회장이 골프장 사업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은 90년대 중반부터. 박회장은 이때부터 주택건설사업이 어려워지자 골프장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았다.박회장은 골프장 등 레저산업과 실버산업이 미래사업으로 뜰 것으로 판단, 지난 94년 곤지암 그린컨트리클럽 인수를 시작으로 95년 성덕산업을 인수하고 96년 대형 스포츠센터인 신안스포렉스를 만들었다.일찍부터 무차입경영 실천박회장은 “개인적으로 골프를 좋아한다”며 “일본에서 만난 한 사업가가 1백80개의 골프장을 갖고 사업운영하는 것을 보고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골프장사업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회장은 “앞으로 골프장을 더 인수하거나 만들어 10여개의 골프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골프의 대중화를 위해 앞장 서겠다”고 다짐했다. 박회장의 골프실력은 싱글수준이다.하지만 박회장은 자신이 유독 골프재벌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 그룹의 사업구조를 골프장사업 뿐 아니라 관광 등 레저, 금융사업 등으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다.박회장은 이미 지난해 그룹을 건설부문(신안종합건설 (주)신안 강남엔지니어링), 레저부문(신안리조트 신안개발 신안스포츠클럽 신안관광개발 관악CC 리베라호텔), 금융부문(신안캐피탈 그린시앤에프 신안신용금고), 공익부문(순석장학재단)으로 재구축했다.신안그룹 이진철 상무는 “아직도 그룹내 건설부문의 매출비중이 크다”며 “그러나 앞으론 골프 레저 등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그룹의 미래 사업구조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