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구조조정·사업구조 재편 통해 시너지 극대화 자신

▶ 인수납입금이 완료되는 3월19일이면 두산은 한국중공업의 새 주인이 됩니다. 한중을 인수하게 된 배경이 궁금한데요.두산은 그동안 유사업종의 대통합, 업종전문화, 사업구조 재편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1933년부터 기업의 터를 닦아온 영등포 OB맥주 공장부지와 83년에 세운 을지로 사옥을 주저 없이 매각했고 한국3M, 한국코닥 등 합작회사의 주식도 팔았습니다. 이것이 구조조정 1단계였고, 2단계는 98년부터 상사, 전자, 기계 등 9개 법인을 두산으로 한데 묶은 것이었습니다. 3단계는 경영의 투명성 확보와 상호지급보증 해소, 그리고 지배주주와 전문경영인이 경영에 대해 책임을 지는 독립 사업부문제를 도입했습니다. 주력사업을 재편하고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한 거죠.지난해는 구조조정의 마지막 4단계로 회사의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느냐, 기존의 사업을 키우느냐 고민할 때 마침 한중의 민영화 일정이 공개됐습니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두산의 경쟁력이 소비재산업보다 건설, 기계, 전자 등 중간재 산업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한중의 장래성과 두산과의 시너지효과 등에서 면밀히 검토했고 결국 인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발전설비 분야에 경험이 없는 두산이 한중을 인수한 것을 놓고 재계일부에서는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회사가 성공하려면 두 가지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첫째는 업종 전문성이고 둘째는 경영 전문성입니다. 특히 국내 재계의 역사를 보면 경영 전문성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부도난 회사를 보십시오. 감상적으로 사업에 매달려 잘못된 투자결정을 하거나, 지배구조의 왜곡이 부실경영의 주범이었습니다. 문제는 업종 전문화보다 기본적인 경영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두산은 발전설비 부문에 경험은 없지만 경영 전문성은 갖췄다고 자신합니다. 실제 지난해 30대 그룹 중 두산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게다가 식음료, 건설, 전자, 인쇄, 출판 등 다양한 사업군에서 골고루 이익이 발생했어요. 이는 업종별 전문성보다 경영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중의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두산은 경영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마련해줄 겁니다.▶ 한중 인수를 추진하면서 박용오 그룹회장이나 박용성 대한상의회장 등 형님들과 의견차이는 없었습니까.사실 박용오 회장님이 인수안을 냈고, 저는 실무를 총괄했습니다. 형제들끼리 모여 인수에 수반되는 문제점, 두산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가, 시너지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진지하게 의논했습니다.▶ 한중을 어떤 회사로 키워나갈 생각입니까.한중은 세계적인 발전설비 제조회사입니다. 이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GE나 웨스팅하우스, 지멘스 등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을 계획입니다. 최근 한중은 세계적인 발전설비 업체인 웨스팅하우스로부터 2천5백만달러의 외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한중의 성장성을 웨스팅하우스가 인정한 것으로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당면한 과제는 영업이익률을 최단기간내에 10% 이상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조정하고 원가절감을 해야 합니다.▶ 두산은 구조조정의 모범생으로 불립니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원칙이 있었을텐데요.다섯가지 원칙을 갖고 추진했습니다.첫째는 나의 걸레는 남에게도 걸레기 때문에 알짜 사업을 팔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구조조정 콤플렉스에 빠지지 말자는 겁니다. 매출이 감소하는 것을 감수하고 욕을 먹더라도 과감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 구성원 전체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공통의 컨센서스가 형성됩니다. 셋째는 스스로 만든 성역을 타파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두산은 적자기업인 크리스탈 사업을 선산이 있는 부지에 있다며 청산을 미뤘습니다. 나는 이같은 이유를 무시하고 정리했습니다.넷째는 감상적 가치를 없애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경영자와 기업은 땅에 대한 집착이 강한데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땅이라도 매각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운동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무슨 운동을 펼쳐나가면 다 될 것으로 착각하지만 위로부터 실천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습니다.▶ 한중 인수를 계기로 두산의 주력사업 재편이 예상됩니다. 사업구조재편 밑그림을 어떻게 그려놓고 계십니까.한중인수를 계기로 산업재 비중을 75%, 소비재비중을 25%로 재편됐습니다. 주력사업은 수익성과 경쟁력이 있는 중간 산업재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자소재 산업과 바이오 사업 그리고 e-비즈니스 사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성장가능성과 수익성이 좋은 외식, 김치, 주류, 의류사업 등에서 1위를 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두산의 과도한 차입금 수준을 걱정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보고서에서 두산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차입금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무엇입니까.계열사 통폐합, 수익성 없는 사업정리 및 철수 등으로 차입금을 꾸준히 줄이고 있습니다. 이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창출한 현금이 1조7천억원 정도 됩니다. 앞으로도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산매각 등을 해나갈 계획입니다. 이런 일련의 작업을 통해 차입금을 축소해나가고 궁극적으로는 무차입 경영을 실현할 것입니다. 한중의 인수자금은 차입금이 아닌 회사보유 현금으로 납입됩니다. 이 돈은 모두 구조조정과 영업을 통해 적립된 것입니다.▶ 지난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관심을 보인 바이오 산업이 시간이 지나면서 주춤한 듯한데요. 1천억원 투자 계획은 현재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바이오 산업은 활발히 진행중입니다. 천연 식물성장조절제인 LPE는 이미 지난해 7월 전북 익산에 연간 10t 규모의 바이오공장 설립을 완료했습니다. 11월에는 미국 JP바이오사로부터 3천만달러 수출계약과 함께 앞으로 5년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 피부노화방지의 기능성 화장품 원료인 스핑고리피드 및 의약용 레시틴 제품을 이미 개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기능성 지질 시장의 70~80%를 차지했습니다. 해외 유명 화장품 회사에 시제품을 납품해 좋은 반응을 얻어 해외진출이 예상됩니다.▶ 두산의 주력사업 중 소주와 맥주부문 사업이 경쟁사에 조금 밀리는 것 같은데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은 세워져 있습니까.OB맥주는 벨기에 인터브루사에서 선임한 전문경영인이 2년간 경영을 맡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형적으로 다소 밀린 듯 하지만 장기적으로 세계 최고의 훌륭한 맥주 회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소주사업은 지난해 가장 어려웠습니다. 올해는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신제품을 출시, 공격적인 경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반드시 시장을 탈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음료는 아니지만 버거킹이나 KFC 사업은 해마다 40개의 신규 점포를 오픈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예정입니다.▶ 올해 두산의 경영목표는 어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까.두산의 경영방침은 현금흐름 창출에 경영역량을 집중하고 사업관행의 선진화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한중 경영으로 도약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주요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두산은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성장엔진 발굴에 핵심역량을 집중시킬 겁니다. 회사가 보유한 전업종이 시장에서 1~2위가 되도록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과감히 정리할 생각입니다.현재 한중의 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한중을 제외하고 두산의 매출목표는 지난해(매출 3조8천억원, 영업이익 3천4백억원) 보다 10.5% 늘어난 4조2천억원, 영업이익은 4천억원, 투자 2천억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Profile in Mirror상인가(商人家)의 자손답게 박용만 사장은 소탈하고 가식이 없다. 오너 가족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도 한데, 겸손하고 배우는 자세가 됐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박사장은 지난 82년 두산에 입사한 뒤 줄곧 현장을 누비며 실무를 익혔다. 현장에서 만난 직원, 컨설턴트, 사업 파트너들을 스승처럼 모시면서 다양한 업종을 경험했다. 이들과 어울리면서 경제 흐름을 파악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박사장의 개혁 스타일은 점진적이기 보다 과감한 편이다. 예를 들면 선진 기업에서 성공한 시스템을 통째로 들여와 그대로 적용시킨다. 개혁의 걸림돌은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소신 때문이다. 시스템이 변하면 사람이 변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박사장은 아버지 박두병 선대회장의 다섯째 아들이다. 큰형(박용곤)과 둘째형(박용오 )은 그룹 명예회장과 그룹회장으로 재직, 박사장의 경영을 측면지원하고 있고 셋째형(박용성)은 대한상의회장, 넷째형(박용현)은 서울대 병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생 박용욱씨는 개인사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