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원화단기채무 의존도 탈피 시급 … 환율리스크 대응할 시스템구축 필수

‘재무구조조정’은 외환위기이후 우리에게 익숙해진 전문 경제용어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외환위기 직후의 급격한 금리상승과 금융기관의 무차별적 대출금 회수가 진행되는 가운데, 채무불능 위기나 유동성 위기를 경험했을 것이다. 재무구조조정이란 기업이 이렇듯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함과 동시에 기존의 자본구조를 변화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련의 방법을 의미한다. 기업의 대차대조표상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성이 자산부분(대변)의 합리화 과정이라고 한다면, 재무구조 재구성은 부채부분(차변)의 최적화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재무구조 전략에 관한 원론적 접근기업의 최적재무구조에 관한 접근방법은 일반적으로 ‘자기자본과 부채의 최적 구성비율의 결정(Appro-priate Mix of Debt and Equity)’과 ‘부채의 기채종류별 최적구성에 관한 결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첫째, 자기자본과 부채의 최적구성에 있어 기업이 부채를 갖게 되는 경우 이자비용에 대한 세금공제에 따른 기업가치 증대효과와 파산위험 증가에 따른 기업가치 감소효과를 동시에 갖게 된다. 부채증가에 따른 세금절감액과 재정난비용 증가간의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로 최적부채비율을 결정하게 되며, 일반적으로 높은 부채비율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대규모 자본집약적 기업들 중 전력, 통신, 가스공급회사와 같이 안정적 수요 및 독점적 시장지위로 미래현금 흐름이 확정돼 있어 높은 부채비율에도 파산위험이 낮은 기업들이 된다.둘째, 부채의 기채종류별 최적구성은 단기부채와 장기부채, 고정금리부채와 변동금리부채, 그리고 국내통화부채와 국외통화부채 등의 구성문제이다. 궁극적으로 이는 위험관리의 문제로서 기업경영자는 회사의 자산구조 및 현금흐름(Cash Flow)의 특성에 대응해 적절한 부채구조를 유지해야 하며, 이에 실패할 경우 각각 유동성위험, 금리위험 또는 환위험에 직면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심각한 손실 발생 또는 파산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국내 기업들의 재무전략 현황무엇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차입의존도가 높았다. 세금공제혜택 선호와 함께 외부자본도입의 레버리지(Leverage) 효과를 통한 자기자본 이익률의 극대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전략에서였다.이처럼 외부자본 조달비율이 높을 경우, 총자산 이익률에 대한 자기자본 이익률의 민감도가 증폭된다. 이는 경기상승시는 자본금에 대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게 하는 구조가 되지만, 반대로 경기하락시는 자본금의 손실률을 증폭시키고 심한 경우에는 차입금에 대한 변제능력까지도 상실케 하여 파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외환위기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의 파산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경기상승기에 바탕을 두었던 재무조달전략의 결과인 셈이다.부채의 기채종류별 관점에서 보면 우리 나라 기업들은 자금의 용도나 현금흐름의 성격과 무관하게 원화단기채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투자자금회수가 장기화되는 대규모 시설투자에도 많은 기업들의 재원조달이 3년 이내로 구성돼 있다. 장기금융시장이 육성되지 못한 원인도 있지만, 장기자금일수록 금리가 상승하는 통상적 자본시장 구조에서 이자절감 목적이 대부분이다. 이는 유동성위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 기인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부수익률이 20% 안팎인 사업을 진행하면서 1~2%를 더 얻고자 기업전체를 재무위험에 노출시키고 있음은 이해하기 힘들다.차입금만기구조의 최적화 실패사례로는 양호한 영업실적에도 불구하고 작년 하반기이후 계속적인 유동성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H기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규모 투자가 집행되고 이로부터의 현금흐름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채를 주축으로 한 3년 이내의 조달구조를 가져감으로써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경우이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금창출능력 대비 차입금 규모는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이나, 만기도래금액을 감안한 부채상환능력계수는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통화 관리 전략 측면에서 본 우리 나라 기업들의 재무 전략상의 특징은 전통적으로 환율에 따른 손익의 변화를 통제 불가능한 외부변수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기업수익의 의존도를 감안할 때 환율문제는 더 이상 불가항력의 천재지변이 될 수 없다. 97년말 상장기업의 순외화부채 규모는 54조원에 달했고, 외환위기로 환율이 9백원에서 1천4백원으로 상승해 발생한 손실규모는 30조원에 달했다. 2000년6월 기준 정유회사만 1백억달러의 달러화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1백원의 환율상승에도 1조원의 환손실이 발생한다.재무구조조정 전략의 기본방향은 위험관리이다. 기업의 재무담당자는 실물부분에서 기획된 기업의 장기전략 및 마케팅전략을 재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나아가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데 그 기본방향을 두어야 한다. 또한 이는 기업의 현금흐름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예측을 바탕으로 한 적정부채규모의 결정, 그리고 유동성, 환율, 금리위험에 대응한 최적의 재무전략 수립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기업개선작업(Workout)과 재무구조조정재무구조조정이 부실기업에 대해 행해진 대표적인 경우가 우리나라의 기업개선작업이다. 기업개선작업은 존속기업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인 유동성위기로 채무상환불능상태에 빠진 기업에 대해 채무구조를 조정해 줌으로써 기업의 영업활동을 보장하고 궁극적으로 채권자의 채권회수 또한 극대화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재무구조조정의 주요수단은 출자전환과 차입금만기구조(원금상환유예)의 재조정, 그리고 이자의 감면이다. 출자전환은 부채의 절대적 규모를 낮춤으로써 파산위험을 감소시키고, 만기구조의 재조정 및 이자감면 조치는 기업의 유동성위험을 완화시킨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대상의 선정이다. 출자전환이나 이자감면조치, 원금상환유예조치는 채권자인 금융기관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99년11월 이후 신규지원 5조원을 포함한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채무조정액 21조억원중 상당부분이 회수 불투명해 보이며, 외환위기이후 집행된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의 규모가 1백40조원에 달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올해부터 상당부분의 대상기업들이 정부의 지도에서 벗어나 금융기관들의 자율적인 워크아웃 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출발선상에서의 재검토가 가능한 시점으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분석과 경제적 합리성에 기초한 선정작업이 진행되어야 하며, 오직 영업부분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만이 재무구조조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최근 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한 기업을 보더라도 유동성위기로 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할 당시에도 영업실적 자체는 업계평균 대비 우월한 기업들이었음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