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CBS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미국 대륙을 뜨겁게 달구었던 서바이버(Survivor)라는 TV쇼가 있었다. 엄선된 16명의 출연자들이 39일 동안 무인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이 쇼는 투표를 통해 탈락자를 섬에서 내쫓고 최종 승리자에게 백만달러의 상금을 수여한다. 승리자뿐 아니라 참가자 모두가 스타덤에 올랐고, 최종회가 방영되던 날엔 붐비던 퇴근길 지하철이 한산했을 정도였다.이 프로그램의 극장판인 <캐스트 어웨이 designtimesp=20621>의 등장은 TV와 만화, 게임을 복사해 온 헐리우드의 생리에 비추어 볼 때 그다지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거기에 흥행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톰 행크스가 가세하면서 <캐스트 어웨이 designtimesp=20622>는 전미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세계적인 운송회사 페덱스 직원인 척(톰 행크스)은 여느 때처럼 전세계로 배달될 물건과 함께 비행기를 탄다. 그러나 난기류에 불시착한 비행기는 바다 한복판에서 산산조각나고 그는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갑작스러운 사고보다도 두려운 것은 아무런 보호장치없이 대면해야 하는 야생의 자연. 척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4년 후, 그는 극적으로 구조되어 꿈에 그리던 연인 켈리(헬렌 헌트)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온다.남태평양의 무인도에서 고군분투하는 척의 모습은 21세기의 로빈슨 크루소에 다름 아니다. 감독은 이 익숙한 이야기와 함께 자연이 가지고 있는 천연의 장관을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게 접목시킨다. 카메라의 움직임과 편집, 생동감 넘치는 사운드는 잔잔한 파도와 나뭇가지 하나조차 스릴 넘치는 스펙터클로 주조해낼 만큼 치밀해서 마치 진짜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듯한 착각을 할 정도다.무인도의 섬뜩한 상황들을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동시에, 저메키스 감독은 투쟁과 탈출뿐 아니라 그 이후에 주목하는 여유도 부린다. 이 영화의 독특함은 바로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던져졌던(cast away) 척이 다시 사회 안으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당혹감이나,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버린 연인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심경을 포착해 내는 사려깊음에 있다.아카데미 연속 2회 수상에 빛나는 톰 행크스 역시 여기서 빛을 발한다. 상황에 따라 변화해가는 척의 캐릭터를 표현해 내기 위해 체중을 22kg이나 감량했던 그는 절망과 희망, 좌절과 극복 등 폭넓은 순간들을 능숙한 솜씨로 표현해내면서 또 한번 오스카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