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시대가 종말을 향하고 있다. P2P(Peer to Peer)기술을 이용해 서버 없이도 서버가 제공하던 모든 기능을 클라이언트 컴퓨터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둘씩 나오기 때문이다.최근 미국의 조그만 벤처기업 X디그리란 회사가 MS 아웃룩에서 P2P의 파일공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MS 아웃룩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메일프로그램이다. 여기에 X디그리에서 개발한 플러그인을 설치하면 냅스터나 그누텔라와 같은 파일공유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X디그리의 아웃룩 플러그인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 못지않게 기업용 서버 소프트웨어를 통한 매출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익스체인지 서버가 그중 하나다. 익스체인지 서버는 아웃룩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공동으로 일정을 관리하고 파일을 공유하는 등 PC사용자들의 협업 환경을 만들어주는 대표적인 서버용 소프트웨어다.그런데 P2P플러그인을 아웃룩에 적용하게 되면 아웃룩은 익스체인지 서버 없이도 익스체인지가 제공하는 모든 협업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굳이 수백만, 수천만원씩하는 고가의 익스체이지서버 소프트웨어와 수천만, 수억원이나 하는 고가의 서버용 컴퓨터를 구매해 복잡한 설치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현재 X디그리가 발표한 아웃룩 P2P 플러그인이 협업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기능 추가는 시간문제다. 실제 P2P를 이용해 완벽한 협업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이미 나와 있기 때문이다.그룹웨어로 유명한 노츠를 개발한 레이 오찌사장의 그루브가 대표적이다. 10MB도 채 안되는 조그마한 소프트웨어 그루브를 PC에 설치하면 게시판 일정공유 파일공유 등 과거 수십, 수백MB의 서버소프트웨어와 고가의 서버하드웨어를 통해서만 만들 수 있던 협업환경을 거의 완벽하게 구축할 수 있다.이런 현상은 주요 매출이 서버를 통해 발생하는 오라클이나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같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복잡한 연산을 처리하려면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영업을 하거나 연구개발을 위해 수억원 혹은 수십억원을 들여 서버용 컴퓨터를 구매한다. 그런데 PC를 활용해 서버가 하던 구실을 대체할 수 있다면 굳이 별도의 서버용 컴퓨터를 구매할 필요성이 사라진다.그러나 썬이나 오라클 등 서버공급 기업들은 P2P에 시큰둥한 편이다. P2P가 대형 서버 판매에 별 도움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P2P를 무방비로 맞는 것은 아니다. 썬은 지난해 7월 P2P전문기업 그리드웨어를 인수해 고기능 워크스테이션 서버에 적용했다. 기업 네트워크안에 분산된 CPU의 파워를 효과적으로 배분해 전체적인 시스템 효율을 높이는 분산컴퓨팅 기술이다.반면 매출이 PC를 통해 발생하는 인텔과 같은 기업들은 P2P에 적극적이다. 클라이언트만으로 네트워킹 구성이 가능한 P2P의 확산은 인텔의 주 품목인 CPU의 수요를 더욱 촉진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인텔은 P2P워킹그룹을 결성하는 등 P2P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마이크로소프트는 P2P의 확산으로 익스체인지와 같은 서버부문의 성장기회를 놓치겠지만 P2P를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다질 전망이다. PC의 핵심기능과 P2P를 통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닷넷을 통해 P2P를 PC의 핵심기능인 운영제체와 통합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P2P는 당분간 소규모 기업이나 개인들의 전유물로 남을 것이다. 당장은 PC가 서버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거대한 메인프레임 컴퓨터의 자리를 서버가 차지했듯 PC가 서버자리를 차지하게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