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좋다는 ‘프렌치 패러독스’ 영향 급속 확대 … 수입와인 80% 차지

서구문화의 한 부분처럼 인식되던 와인이 최근 국내에서도 대중화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주류매장.플라톤으로부터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는 과장섞인 평가까지 받았던 술 와인. 서구문화의 한 부분처럼 인식되던 와인이 최근 국내에서도 대중화되고 있다.현재 국내에서는 전세계 1천가지 이상의 와인이 팔리고 있다. 웬만한 양식당은 대부분 와인리스트를 갖고 있고 이색직업이던 소믈리에는 몇몇 대학에 전문가과정까지 개설돼 있다. 지난해에는 햇포도로 담근 ‘보졸레누보’ 시음행사가 호텔과 식당의 보편적 이벤트가 됐을 정도다.집에서 담아 먹던 사제포도주가 아닌 와인용포도로 제조한 와인의 국산생산 역사는 30년 남짓하다. 70년대 초반 정부의 ‘국산주정책’에 따라 해태의 ‘노블와인’, 진로의 ‘샤토몽블르’, 동양맥주의 ‘마주앙’이 등장했는데 마주앙만 성공했다.와인이 대중화된 시점을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로 꼽는다. 첫째는 외국 방문객이 급증한 88올림픽 전후. 둘째는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가 국내언론에 알려진 96년. 프렌치 패러독스란 ‘프랑스인들이 미국인보다 육류를 많이 먹어도 심장병 등 성인병 발생률은 낮은 이유가 프랑스인이 많이 마시는 와인에 포함된 폴리페놀이란 성분 때문’이라는 가설이다. 건강에 좋다면 물불 안가리는 한국국민의 정서에 어필, 와인수입상이 난립하고 수입와인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소비가 급증했다.국산와인 시장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두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와인은 국산과 수입을 포함, 7백㎖ 한 병 기준으로 1천만병(1백67만케이스)을 조금 넘는다. 경제위기 때보다는 회복되고 있지만 97년 수준에는 못미친다. 그것도 수입와인이 크게 늘었고 국산와인은 오히려 줄었다. 전체 와인시장에서 국산의 비중은 20% 남짓하다. 프랑스산 와인이 50%를 넘고 독일산 미국산 호주산 포도주를 비롯, 수입포도주가 80%에 달한다.다소 부담스런 가격 대중화 걸림돌1인당 와인소비량은 미미하다. 19세 이상 성인인구가 연간 0.2ℓ 정도, 즉 1년간 두 잔 정도의 와인만 마신다. 같은 동양권인 일본만 해도 “성인 1인당 소비량이 연평균 2.8ℓ로 우리 나라의 14배”((주)두산의 정성주 과장)이다.이처럼 절대시장 규모가 작은 것은 일단 비싼 가격 때문. 두산이 운영하는 와인사이트(www.wine.co.kr)에 소개된 1백14개 와인의 가격대를 보면 1만원 이하는 15개에 불과하다. 수입와인 전문점에 가면 10만원을 넘는 것도 많다. 미국 유럽의 슈퍼마켓 등에서 2, 3달러로도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살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 싸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섬세한 맛의 와인이 유달리 강한 맛의 한국음식과 조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장확대의 걸림돌. 게다가 그 다양한 산지와 포도품종 등급 빈티지 라벨을 따지다보면 ‘술이 깨서’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다.그러나 절대소비량이 적다는 것은 이 시장의 성장여력이 높음을 시사한다. 서울 테헤란로에서 주류전문점 ‘세브도르(Cep D’or)’를 운영하는 김명진씨는 “예전에는 선물용으로 많이 사갔는데 최근에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가소비용으로 사가는 사람이 많다”고 밝힌다. 2002년 월드컵도 와인수요 급증의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두산의 와인팀 김준완 과장은 “젊은층의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고 공부하려는 동호회도 많다”고 말한다. 그래서 조만간 “국산와인 시장의 확대를 위해 수입와인과 경쟁할 수 있는 저가와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