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대형차 내세워 선제공격… 국산차, 현대차 선두로 내수시장 수성 안간힘

“위기에 처한 한국 인문과학에 적극 지원하겠습니다.”일본 토요타자동차의 토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이 지난 2월21일 서울 하얏트호텔 기자회견에서 밝힌 얘기다. 그는 3년간 5억원을 투입, 위기에 처한 한국 인문과학(정치 사회 철학 어문학 역사 경제 등) 박사과정 수료자 24명을 지원하고 5천만원을 들여 양국 국제교류재단(YFU) 협력 하에 고교생 15명을 일본에 초청할 계획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한국에 일본산 토요타자동차 렉서스시리즈를 첫 출시한 것을 기념하고 향후 대한국전략을 밝히기 위해 방한했다. 그의 이번 비즈니스 차원의 방한은 30년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는 자동차 판매전략에 앞서 엉뚱하게도 한국 인문과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밝혀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기자회견장에 참석했던 기자들은 “한국 진출을 위해 5년 동안 연구해 만든 토요타의 대한국전략이 드디어 본격 가동되는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홍보부장도 “토요타는 쇼이치로 명예회장의 이번 기자회견으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며 “국산 자동차회사들이 토요타자동차의 공격경영을 눈여겨보지 않았다간 큰 코 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수입차 공격경영, 올 7천대 판매 계획한국토요타자동차는 올들어 수입차업체로선 이례적으로 TV와 케이블방송에 광고를 내보내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병행, 눈길을 끌었다. 또한 렉서스 전 모델에 대해 4년 또는 10만㎞까지 보증수리를 보장했다. 국내 수입차업체중 최장기간의 보증수리제를 적용한 것으로 국산차 메이커들까지 긴장케 했다. 한국토요타는 이같은 노력으로 올해 첫 출시 한달만인 지난 1월 모두 90여대의 렉서스시리즈를 팔아 일약 수입차업계 2위로 올라섰다. 한국토요타는 올해 모두 9백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다른 수입차 판매회사들도 올들어 한국 내수시장 공략에 어느 해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1백80대를 판매해 수입차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는 BMW코리아는 지난해 12월 부산 해운대에 지상 3층, 연건평 2백40평 규모의 대형 전시장을 오픈한 것을 비롯, 지난해 경기 일산과 포항, 청주 등 4개 지역에 전시장을 새로 개장했다. 또 대구 등 6곳의 기존 전시장을 확장, 이전한데 이어 올해 수도권, 대도시 중심의 판매망을 지방도시로 확대, 20개인 전시장을 올해 안에 30개로 늘리기 위해 장소 물색에 들어갔다.메르세데스 벤츠의 국내 공식 수입·판매법인인 한성자동차는 최근 서울 반포전시장을 확장해 재오픈했고 벤츠 E클래스 전차종을 대상으로 특별 프로모션 행사에 들어갔다. 벤츠는 올해 1천8백~2천cc급 C클래스를 수입해 벤츠 시장을 중형차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는 수입차 회사로는 처음으로 경기도 분당에 전시장을 개설하고 신도시 고소득 고객잡기에 들어갔다. 최근 분당지역에서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임러는 지난 1월 충남 천안과 경기도 이천에도 전시장을 오픈했다. 현재 15개인 지방 전시장을 연말까지 20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포드코리아는 지난해 말부터 전시장이 없는 부산지역 고객들을 상대로 인터넷(www.fordnet.co.kr)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볼보자동차코리아 역시 지난해 충북 청주, 부산 전시장을 새로 오픈했으며 올해 경기, 수도권을 중심으로 딜러망을 확대할 예정이다.수입차 판매회사들은 이같은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끝에 지난달 전년동월(2백68대)에 비해 무려 74%가 늘어난 4백66대를 판매했다. 이들은 올해 지난해(4천4백14대)보다 58% 증가한 7천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국산차, 올1월 판매 감소 ‘비상’이같은 수입차 판매회사들의 대약진에 놀란 때문일까. 국산 자동차회사들은 겉으론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속으론 내수시장을 보다 확고히 고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은 지난 1월 국산차의 내수판매가 감소해 내부적으론 이미 비상을 걸어놓은 상태다.실제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메이커들은 지난 1월중 승용차를 6만5천9백83대 팔아 지난해 같은달(8만3천6백14대)보다 21%가 줄었다.이에따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최근 36개월 이내 자동차 할부금리를 연11.8%에서 11.0%로 0.8%포인트 내렸다. 할부금리 인하로 고객들을 끌어들이자는 의도에서다. 이중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9일 EF쏘나타 후속모델인 준대형차 ‘뉴EF쏘나타’를 출시한데 이어 2월 들어 스포츠 유틸리티차량(SUV)인 ‘테라칸’을 투입, 내수시장 본격 수성전에 들어갔다.대우자동차판매도 주택은행, 삼성화재와 손잡고 무보증 할부제를 시행하고 아울러 차량할부금 전액을 균등 상환하는 정상할부와 할부기간 중 할부금 일부만 상환하고 나머지 최고 40%는 할부기간이 끝날 때까지 유예하는 유예할부 2가지를 내수부진 만회 카드로 내놓았다. 워크아웃중인 쌍용자동차는 최근 국민은행과 업무제휴 조인식을 갖고 ‘무보증 할부(국민 뉴오토론)’로 시장공략에 들어갔다. 카드판매기법을 자동차에 도입한 쌍용차의 무보증 할부제는 연대보증인 없이도 소득이 있는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자동차 할부 구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12월부터 2000년 출고분을 대상으로 할부고객이 먼저 이자 선수금 30만원을 내면 나머지 이자는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납입하는 마음대로 할부제를 시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