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자신의 재능을 50세가 넘어서 발견한다면 서글퍼질까. 아니면 그 재능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열정을 태울 수 있을까.장호만(53) GTS 사장은 50세를 넘기면서 만난 자신의 재능을 놓치지 않고 창업으로 연결했다. 어렸을 때 ‘에디슨’으로 불릴 만큼 신기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던 그였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이런 창의력은 잊고 살았다. 게다가 89년 운영하던 건설업체가 쓰러지면서 실의에 빠져 방황하는 생활이 이어졌다.이런 그에게 3년 전부터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아이디어가 솟아났고 요즘 이를 실현시키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지난해 4월 시작한 ‘차량을 이용한 멀티비전 이동광고’ 사업도 이런 아이디어 중 하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 대형 TV를 실은 차량을 세워놓고 직접 제작한 영상광고를 틀어주는 것이다.이동 광고 전광판 손수 개발“값비싼 TV광고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서민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체를 위해 벌인 사업입니다. 이들에겐 월 1백만원만 받고 24시간 내내 이동차량에서 영상광고를 해줍니다. 반응이 좋아 전국에 40개의 지사를 세웠고, 올해는 1백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지사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전국에서 동시 광고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사장은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이 사업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언뜻 보면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간단치 않다. 예컨대 멀티비전 TV는 뒷부분에 전자봉이 있는데 한낮에 여러 대의 TV끼리 붙어 있으면 열을 받아 폭발 위험이 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사장은 차량에 라디에이터를 응용해 열 식힘 시스템을 부착, 이 문제를 해결했다.이처럼 그는 문제가 생기면 직접 해결하고 새로운 제품도 개발한다. 최근엔 햇볕이 강한 낮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선명한 화질을 내보낼 수 있는 이동광고 전광판을 손수 개발했다. 지난해 2월엔 DVD 한 대로 여러 대의 TV에 영상을 내보내는 ‘다분사기’를 개발, 특허출원 했다.전자통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장사장이 개발 인력도 없이 혼자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던 것은 무모할 정도로 일에 몰두하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창업하기 전 6개월 동안 서울 청계천을 돌아다니며 상가 직원들에게 멀티비전의 특성에 대해 묻고 또 물었다. 때론 직접 가져온 도시락을 내놓고 이들에게 다가가 배움을 청했다.마땅한 실험실이 없던 그는 인천지역의 공장 한 귀퉁이를 빌려 멀티비전 기사와 함께 직접 실험도 했다. 다시는 실패하지 않는다는 각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제가 다시 재기할 수 있었던 요인은 제 아이디어를 인정해준 친구와 묵묵히 뒷바라지한 아내의 내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재윤 GTS 전무는 사회에서 만난 친구였지만 창업 의지를 북돋아 주었어요. 이전무는 때로 급전이 필요하면 어디선가 자금을 끌어들였고, 제가 지칠 때면 한강변에 나가 같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용기를 주었습니다. 10여년간 방황하던 남편을 믿어주었던 아내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