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의 정보화시대에 강조되고 있는 덕목의 하나는 신속성이다. 모든 일을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세를 말한다. 모든 일을 빨리 처리하는 신속성에 관한한 우리 한국인들은 어느나라 사람보다도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모든 일을 너무 빨리하려고 서두르는 우리의 습성이 여러가지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다.몇년전 한강의 성수대교가 무너져 내리고 여기저기서 대형 붕괴사고가 일어나자 정부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나서서 우리의 고질적인 빨리빨리 정신을 청산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앞다투어 목청을 높이던 일이 생각난다. 급변의 정보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빨리빨리 하는 신속성이 긴요하다고 선진각국 사람들이 서둘러 새로운 자세를 가다듬고 있는 사이 우리는 오히려 이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달려간 셈이다.정보화 시대에 새롭게 요구되고 있는 신속성이 우리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신속성과 조급성을 혼돈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과 어떤 일을 조급하게 이루려 하거나 또는 조급하게 얻고자 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정보화사회에서 강조되는 신속성은 결코 필요한 과정을 생략하거나 원칙을 무시하고, 질을 따지지 않은채 양만 추구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정보화시대에 요구되는 신속성은 우선 변화의 물결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적은 노력과 적은 투자로 가능한한 짧은 시간에 보다 좋은 것을 보다 많이 산출해내는 능력을 말한다.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절차나 과정을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절차나 과정을 개선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어 보다 빨리,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장점인 빨리빨리 정신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빨리빨리 서두는 과정에 소홀히 되고 무시되기 쉬운 것들을 철저히 점검하여 그 헛점을 잘 보완하는 일이다.급변하는 정보화사회에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모든 일에 남보다 한걸음 앞서는 신속성을 발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남보다 먼저 변화의 방향을 예견하고 예상되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절차나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고 무엇보다 남보다 먼저 의사결정을 하고 먼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긴요하다.지금 선진각국 기업들이 추구하는 각종 의사결정 권한의 대폭적인 하부 위임 움직임은 모든 사원의 사장화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파격적이다. 소비자의 기호나 시장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모든 사원이 사장의 입장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즉각 행동에 옮기는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대통령이나 회장 또는 사장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시하는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연히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변화하는 경제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우리도 서둘러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조급하게 서둘고 무조건 뛰어간다고 어떤 일을 빨리 성취할 수 없다. 모든 일에 원칙과 우선 순위가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 신속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제로 정보화사회에선 모든 일에 산업사회보다 철저함이 더욱 엄격히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