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감시장치 디지털화 강자… 모니터 일체형 '올인원DVR' 21개국 특허 출원

매서운 추위와 폭설 때문에 도무지 다가올 것 같지 않던 봄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택가에도 얼굴을 살며시 내밀었다. 강남구청 뒤편 한적한 마을.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산더미처럼 쌓였던 눈들이 사라지고 희끗희끗한 자취만 남았다. 이곳에 5층짜리 코디콤빌딩이 자리잡고 있다. DVR(디지털 비디오 레코더) 생산업체. 이 빌딩에 최근 낯선 외국인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호주인 테리 에인스워스. 52세인 그는 23년 동안 보안장비 영업을 해온 이 분야의 마케팅전문가. 2만명이 넘는 각국의 바이어명단을 갖고 있을 정도로 발이 넓다.코디콤이 지난 2월초 그를 영입했다. 글로벌비즈니스를 위한 것. 근처에 아파트를 얻어주고 해외마케팅을 총괄토록 했다. 코디콤 직원들도 열심히 뛴다. 하지만 외국인 특히 서양인과 상담을 할 때는 아무래도 얼굴색이 같은 서양인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코디콤은 올해를 해외시장 공략의 해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외국인까지 스카우트한 것. 이 회사는 지난해 1백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출이 62억원으로 절반이 넘는다. 올해 매출목표는 4백10억원. 이중 수출은 2백80억원(약 2천3백만달러)으로 책정했다. 수출을 4배 이상 늘려잡은 것은 DVR시장이 유망한데다 이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로 해외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아날로그 CCTV에서 DVR로 세대교체 주도무인감시장치의 세계시장은 아날로그형 CCTV에서 DVR로 교체되기 시작했다. 보급률은 아직 1%선에 머물고 있다. 아날로그형 CCTV는 테이프를 바꿔 끼워야 하지만 이 제품은 메모리에 저장하기 때문에 테이프가 필요하지 않다. 화질이 선명하고 통신기능도 있다. 녹화된 내용을 컴퓨터로 자동 전송시킬 수 있고 외부에서 인터넷을 통해 볼 수도 있다. 외국출장중에도 호텔방에서 인터넷을 접속하면 자사 공장이나 매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이 장비의 강국은 한국. 국내 벤처·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의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코디콤은 DVR시장을 개척해 온 맏형격 회사. 안종균(56)사장은 87년 CCTV 설치사업을 하는 금성시큐리티시스템을 창업했다. 이 시장을 주도해온 그는 95년 한국신용정보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CCTV는 테이프를 계속 바꿔 끼워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들고 관리도 불편하니 이를 개선한 장비를 납품해 달라는 것. 이를 계기로 개발한게 바로 DVR.회사 이름을 코디콤으로 바꾸고 주력제품을 이 품목으로 과감히 바꿨다. 이 회사가 만드는 DVR인 ‘디지넷’시리즈는 한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원격지에서 화상 검색도 가능하고 화질도 뛰어났다. 지난해부터 해외시장 공략을 시작해 전세계 60여개국에 샘플을 보냈다.주시장으로 선정한 중국과 호주에 지사도 설립했다. 바이어들은 안사장이 직접 상대했다. 2년 동안 현장테스트를 통해 좀처럼 고장나지 않는 제품을 개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 바이어들과 당당하게 상대할 수 있었다. 그 결실은 작년 하반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디콤의 지난해 매출이 99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DVR는 화질도 깨끗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잔고장이 없어야 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고장이 나서 녹화가 돼 있지 않다면 무용지물이니까요.”안사장은 고장방지는 단순히 연구실에서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현장에 설치해 여러가지 상황을 점검해야 제품의 안정성을 검증할 수 있다고. 필드테스트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무인감시장치는 3백65일 한시도 쉬지 않고 자동으로 작동돼야 하기 때문. 이를 위해 코디콤은 각종 조건에서 제품의 성능을 검사했다. 이 과정에서 쌓은 시행착오와 개선 노하우가 회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안사장은 “수출 제품이 고장으로 반품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퍼지면서 바이어들이 찾아온다고 덧붙인다. 미국 FCC, 유럽 CE, 국내 EMI ISO9001 등의 인증을 받았다.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모르는 사람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지난해 미국 제너럴솔루션사와 5백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고 12월부터 매달 50만달러어치를 선적하고 있다. 중국업체와도 8백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위한 막바지협상을 벌이고 있다. 코디콤은 한우물 경영을 하고 있다. 오로지 DVR를 개발 생산하고 있으며 벌어들인 돈이나 투자받은 돈은 DVR의 성능개선에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한미열린기술투자 국민기술금융 신보창업투자 등으로부터 75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모니터를 일체형으로 결합시킨 야심작 ‘올인원(All-In-One)DVR’를 선보이기도 했다.세계 20개국에 특허를 출원한 이 제품으로 수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안사장이 올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02)2193-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