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GDP에서 수출이 기여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그것도 주요 시장이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이 경착륙을 하고 일본이 장기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한국만 홀로 저점을 찍고 회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뜻이다.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의 경착륙으로 수출과 무역수지만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심재웅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장한다. 심연구원은 “미국의 성장둔화와 이에 따른 세계경기 악화는 국내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에도 상당한 하락압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심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경기의 하강충격으로 설비투자는 2분기후에 하락폭이 극대화되며 민간소비의 경우 3분기후에 하락폭이 극대화된다고 설명한다.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기지표들도 불길한 예감을 강화시켜 준다. 1월중 내구재공장주문이 19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2월말 미국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도 7년만에 최저치(106.8)로 추락했다.이 수치의 의미는 향후 6개월간의 경기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미국경기가 6개월 이내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1일 발표된 NAPM(전미구매자관리제조협회)의 공장활동지수는 1월의 41.2에서 2월 41.9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50 이하로 경기위축을 보여주고 있다.물론 1월중 소매판매 증가율 수치가 그런대로 양호하게 나타나는 등 일부 지표는 희망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V’자형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무산시키고 있다.무엇보다 모토로라 오라클 시스코시스템즈 등 대표적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미국 신경제의 성장엔진이었던 IT분야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IT기업의 실적이 특히 타격을 받고 있다. 반면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는 예상외의 증가를 보여 경기하강중에도 인플레압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이유로 미국경기가 일본같은 장기불황, 이른바 ‘L’자형 국면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V’자형 급반등은 어려울 것 같고 다소 회복된 상태에서 수평으로 횡보하는 루트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미국경기가 예상보다 급랭하고 있다는 점에서 3월20일로 예정된 미FOMC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그러나 지난 1월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나스닥지수가 저점을 경신하고 있는 데서 보듯이 경기에 대한 우려로 인해 미국금리인하의 약발은 이미 많이 떨어졌다. 따라서 금리인하에 의해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미증시에 블랙먼데이와 같은 폭락이 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증시 주변에 맴돌고 있다.일본 경제 3월 위기설도 미국 경기둔화 못지않게 우리 금융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본 3월 위기설은 2월에 S&P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의 AAA등급에서 AA+로 한 등급 내리면서 증폭됐다.3월 위기설은 3월이 결산기인 일본 금융기관들이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주식매각과 대출금회수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렇게 될 경우 기업과 금융기관의 연쇄도산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제대로 된 구조개혁을 해본 적이 없는 일본 시중은행의 부실은 한국보다 심하다고 알려져 있다.이렇게 되면 국내증시에 투자된 일본계 자금이 상당 부분 유출될 것이라는게 국내금융시장에 드리운 3월 위기설에 대한 불안감의 실체이다.이미 도쿄증시에서는 닛케이평균주가가 3월2일 1만2천2백61엔으로 마감, 85년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올들어 10.44%, 지난 한 주 동안 7.43%나 떨어졌다.더 심각한 것은 일본채권시장까지도 마비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본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국제자금들이 일본채권을 팔면 아시아금융시장에는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이 재할인율을 내린 것도 3월 위기설과 같은 일본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막기 위한 다급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