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날 때 탐독, 과중한 스트레스 해소하고 인물 행적 통해 '경영의 묘' 찾아
경영인들중에도 무협소설이나 무협영화를 즐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무협은 세상사의 축소판이다. 배신, 협력, 복수, 애정 등 인생사의 크고 작은 극적 요소들이 버무려져 있다. 무협은 비현실의 세계다. 이름조차 낯선 갖가지 절대무공이 등장하고, 주인공은 거듭되는 기연을 통해 추앙받는 영웅으로 재탄생해 줄거리를 이끌어간다. 등장인물의 관계설정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비합리나 현실과의 궤를 거부한 내용을 오히려 무협물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기도 하다. 때문에 무협소설이나 무협영화 등은 강력한 흡인력으로 독자나 관객들을 잠시 현실의 세계에서 벗어나도록 이끈다.경영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경영현실에서 벗어나 잠시 휴식할 수 있는 시간으로 이끌어가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때문에 경영인들 가운데 무협소설이나 무협영화를 즐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과중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무협물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지만 그 가운데에는 무협소설이나 무협영화에서 기업경영을 하기 위한 지혜를 빌리는 경우도 있다.KTB 권성문 사장, 만화가게 운영하기도남용 LG텔레콤 사장중국과 일본의 난세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인물들의 행적에서 경영의 묘를 배우려는 서적들도 그런 수요에 맞춘 예에 속한다.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던 <삼국지 인간경영 designtimesp=20758>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삼국지 designtimesp=20759> 등 삼국지 관련 경영서적, 오다 노부나가·도요토미 히데요시·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일본 전국시대의 인물과 일생을 방랑하며 무사 수련에 전념했던 미야모토 무사시의 궤적을 쫓는 경영서적들이 그렇다.재계인사 가운데 무협소설을 즐기는 인물로 가장 먼저 ‘카이’로 이동통신시장에 바람을 일으킨 LG텔레콤의 남용사장을 들 수 있다. PC통신의 인물정보란에 자신의 취미가 무협비디오 감상이라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로 무협물을 탐닉한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협비디오에서 주인공이 싸워 이기는 것보다 제자를 수련시키는 과정을 주목해서 본다”며 “인간의 도리나 정도를 배울 수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남사장은 직원을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키우기 위해 하드트레이닝시키고, 힘들어하는 직원에게는 한약까지 지어준 일화도 있다.이헌출 LG캐피탈 사장지난해 ‘레이디카드’ ‘2030카드’ 등 잇따른 히트상품으로 LG카드를 신용카드업계의 정상으로 끌어올렸던 LG캐피탈의 이헌출사장도 마니아급으로 알려진 무협애호가. 짬이 날 때마다 무협소설을 탐독하는 전문경영인으로 소문나 있다. “여유가 생기면 무협소설을 쓰는 것도 생각중”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할 정도다.권성문 KTB네트워크 사장‘한국의 워렌 버핏’을 꿈꾸는 KTB네트워크의 권성문사장도 학창시절 무협소설과 만화에 깊이 빠졌던 경험이 있다. 대학졸업후 취직한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만화가게를 차린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을 정도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창시절 탐닉했던 만화와 무협소설이 간접체험의 좋은 재료였다”고 회고하며 요즘도 여전히 비디오를 즐긴다고 밝히기도 했다.이밖에 인터넷 어학사업, 교육용 CD-ROM 개발, 도서출판 등 왕성한 사업을 전개하는 현민시스템의 이화순사장도 여성경영인 가운데 드물게 무협물을 즐겼다고 밝혀 눈길을 끌며,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도 틈만 나면 무협비디오를 보며 휴식을 가졌던 경영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