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강의할 때 첫 마디를 이렇게 시작했어요. 디지털은 감성이다. 그랬더니 처음엔 ‘어?’ 하다가 조금 뒤 ‘아!’ 하더군요.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은 감각의 확장이라는 본질을 이해하기 시작한 거죠. 강의를 듣는 청중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본질과 핵심을 뚫어내지 못하면 시시한 강의가 됩니다.”정진홍(39)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교수가 요즘 청중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은 한마디로 ‘통념을 뒤집어서 낯설게’ 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일상’이란 지루하고 재미없는 단어지만 일상을 뒤엎으면 변화의 원동력이 되는 또다른 혁명적 특성을 갖고 있다. 정교수는 우리가 살면서 흔히 접하는 일상을 뒤집어 보여줌으로써 청중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이다. 그의 강의를 좀 더 들어보자.“이 시대를 속도의 시대라고 합니다. 데이터 전송 뿐 아니라 운송 수단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있죠. 여기서 저는 ‘빨리 가서 뭘 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겨요. 빨리 가면 여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을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사용해야 합니다. 새로운 가치는 상상력으로 창조할 수 있어요. 디지털 시대는 상상력이 중요합니다. 상상력이 왜 중요할까요? 예를 들면 해발 8천m 에베레스트 산을 등반한다고 쳐요. 첫 베이스 캠프는 해발 3천m에서 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우린 해발 3천m 되는 산을 구경한 적이 없어요. 여기엔 3천m가 어느 정도 될 것인가 하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천m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 시대의 승리자가 되는 겁니다.”정교수의 강연주제는 디지털 리더십, 변화 그리고 미래학이다. 세 가지의 추상적인 주제는 그가 제시하는 7단계의 실천과정을 통해 구체화된다. 우선 빠른 시대를 적응하면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 시간을 통해 자신이 남과 다른 차이를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발견된 차이를 나만의 경쟁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인의 습관을 바꿔야 한다.“작지만 나만의 감성 중요하게 생각해야”예전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해 거창한 탐구작업이 필요하지는 않다. 작지만 나만의 감성과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된다. 연극, 영화 등 문화생활을 통해 자신의 감성을 키워간다. 이와 병행해야 하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낯설게 하는 것이다. 낯설다는 것은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다름을 발견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는 다름을 조화시키고 시너지효과를 내도록 훈련된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많다.여섯 번째는 자기만의 룰을 만들어 자기중심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원칙이 없는 사람은 유연하지 않다. 마지막 실천강령은 이 모든 것을 실행하기 위해 고독의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본인의 내면을 발견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항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정교수는 매일 남산 주위 7㎞를 걸으며 고독의 시간을 갖고 있다.“제가 글을 쓰거나 강의할 때 지키는 원칙은 저를 울릴 수 없는 것은 말하지도 쓰지도 말자는 것입니다. 제 일상에서 이해하는 ‘딱 그만큼’만 얘기하자는 겁니다. 제가 아팠던 것을 얘기하지 않으면 청중들의 마음을 울릴 수 없어요. 40대는 재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제 자신으로 사는 거라지 않습니까. 이젠 제 자신으로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