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평등과 동시에 차별을 원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평등을 원하면서도 평등한 상태에 만족하지 않는다. 평등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보다 더 나은 차별화를 원한다.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차별화 욕구를 동인으로 하여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신봉하는 나라중에서도 미국이 이 부문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경제체제를 능력주의 경제체제라고 하기도 한다. 능력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남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으며, 남보다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자연히 각국의 능력있는 사람들이 미국으로 많이 몰리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이란 말이 생겨난 것도 미국의 능력주의가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제일의 기업으로 성장한 마이크로 소프트는 바로 미국의 능력주의 경제체제가 만들어낸 걸작품의 하나다.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출발한 마이크로 소프트는 회사에 큰 유익을 안겨준 사람들에게 파격적인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예로 지난 89년에 입사한 SW개발 담당자중 무려 2천명 이상이 2년만에 백만장자가 됐으며 지금도 해마다 수많은 백만장자를 배출하고 있다.마이크로 소프트 뿐만 아니라 미국의 많은 회사들이 우수한 경영자나 기술자 등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나 일본같이 연공서열에 묶여 있지 않고 능력에 따라, 성과에 따라 다양하게 과실을 나누는 인센티브 제도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한마디로 능력있는 사람들이 마음껏 자기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얻어진 결과에 대해 최대한 보상을 해주는 시스템이 미국경제를 활기차게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능력주의 시스템은 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으나 부의 편재, 즉 빈부의 격차를 확대하고 능력없는 사람들이 극단적으로 소외되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미국이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지난 90년대에 장기호황을 누리고 명실상부한 세계 제일의 경제로 군림해 왔으나 빈부간의 소득격차가 더욱 커지는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워싱턴의 경제정책연구소가 작성한 한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88년부터 98년까지 최상위 소득계층 20%에 속하는 사람들은 평균 15%나 소득이 늘었으나 최하위 소득계층 20%에 속한 사람들은 겨우 1% 증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그동안 평등주의에 많은 가치를 부여해온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오랜 전통인 종신고용제가 무너지고 신축적인 고용제도가 도입된 것은 바로 능력주의가 강조되는 현상의 하나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 등기이사 20명에게 지급된 보수가 2백98억원에 달했다는 뉴스는 이제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능력주의가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어느 나라에서나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고 부를 창출하는 힘은 소수의 능력있는 사람들의 손에서 나온다.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능력주의를 잘 활용해 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이 긴요하다. 특히 기업의 입장에선 과감한 능력주의의 도입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능력주의는 빈부의 소득격차를 확대시켜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따른다. 이 부작용을 합리적으로 해소하면서 능력주의를 꽃피우는 것이 앞으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