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관계 관리가 전공인 민경현(45) D&B 소장은 기업체 강연을 하기 전 ‘꼭’ 준비하는 것이 있다. 고객인 척하면서 회사 직원들과 전화하고 그 내용을 녹음한다. 평상시 직원들이 불만스런 고객을 어떻게 응대하는지 녹음해놓고 강연장에서 틀어주면 갑자기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온다. 평소 솔직한 자신들의 모습을 들켜서일까. 하지만 여기서 청중들은 민소장에게 비로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강의 분위기가 잡히는 것이다.“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을 제가 대신 다 털어놓습니다. 대부분 직원들이 사장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얘기할 수 없거든요. 저의 큰 목소리와 다소 과장된 몸짓으로 직원들의 불만을 신나게 쏟아놓으면 직원들의 얼굴에 살짝 웃음꽃이 핍니다. 시원하다는 거죠. 거기서 저는 양자간 화해를 모색합니다. 서로 솔직해졌을 때 해결점이 나오거든요.”민소장은 15년간 삼성 계열사에서 순환근무하며 고객만족, 고객응대 등 ‘고객관계 관리론’을 강연했다. 지금까지 강연한 횟수도 1만회가 넘는다. 여성 전문 강사로선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이력을 갖고 있는 셈. 샐러리맨에서 전문 강연 회사인 D&B를 지난 99년 설립한 것은 그가 삼성뿐 아니라 다른 기업에 그만의 독특한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서다.민소장의 특기는 고객 접점 관리. 직원과 고객이 일대일로 맞부딪치는 곳에서 어떻게 충성고객을 만들어갈 것인지 여러 가지 노하우를 제자(?)들에게 전수한다.그가 꾸준히 청중들에게 사랑받는 요인은 그 역시 영업 등 실무 부서를 두루 섭렵했기 때문. 자연스럽게 이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은 그들이 겪는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서다. 여기에 일본에서 5년간 살면서 배운 일본기업의 고객 서비스 기법과 능숙한 화술이 어울려 전문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객관리 중요성 조목조목 설명“무조건 고객들이 왕이란 식으로 강의하면 먹히질 않습니다. 고객을 잘 관리하면 내가 어떤 이득이 있는지 조목조목 설명해줘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누가 충성심이 강한 고객을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몸값이 틀려지는 세상이거든요.”그는 고객을 4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기업이 돈을 주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홍보하고 다니는 사도(使徒)고객. 둘째는 여기저기 기업의 나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테러리스트. 당연한 얘기같지만 사도고객을 늘리고 테러리스트 고객을 줄이는 것이 고객관리의 핵심. 두 고객중 더 신경써야 하는 쪽은 테러리스트들이다.셋째는 세일할 때만 오는 용병고객으로 이들은 갈만한 이유가 있을 때 비로소 기업을 찾는 사람들을 말한다.마지막은 사내 직원들을 총칭하는 인질고객. 예전에 기업 경영자는 회사가 생산한 제품을 직원들이 당연히 사줘야 하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이젠 이들에게 밉보였다가는 보이지 않는 테러리스트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강연장에 나가보면 첫 느낌에 성장할 수 있는 회사와 퇴보하는 회사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영진이 직원들을 내부 고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틀림없이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겁니다. 경영자가 신경써야 할 고객은 외부고객보다 내부고객의 만족도예요. 여기에서 실패하는 기업 치고 잘 되는 곳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