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한경와우TV 등 실시간 동시 시청… 디지털 방식 강점·유료 콘텐츠도 풍부

주부 이혜정씨(32)는 지난해 10월 항공기 조종사 연수생인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워싱턴에 살고 있다. 고국을 떠난 지 반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까지도 이국 땅에서 생활하는 게 힘겨울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이씨는 한국에 있을 때 즐겨보던 드라마며 쇼 프로그램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한달에 한번씩 LA에 사는 친구가 보내주는 한국 방송프로그램을 녹화한 비디오 테이프로 그나마 향수를 달래는 정도다. 그러다 최근 이씨는 기쁜 소식 하나를 접했다. 다음달부터 위성방송으로 한국에서 방송되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뉴스였다.북중미에 거주하는 교포를 대상으로 한 첫 한국어 위성방송 ‘아이스카이컴’이 4월 본격적인 개국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국내 최초로 KBS(한국방송), YTN(연합뉴스) 등 한국어 방송을 북중미 지역의 교포를 대상으로 24시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것이다.실시간 다채널 한국어 위성방송을 이국만리 땅에서 시청할 수 있다는 소식만으로도 미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우리 교포들은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 있다.아이스카이컴은 미국 위성업체인 ‘팬암셋(PanAm Sat)’의 갤럭시(Galaxy)11 위성망을 이용해 중남미지역에 거주하는 교포를 대상으로 한 최초 위성 사업자다. 지난해 10월 팬암셋과 10년 계약으로 트랜스폰더로 갤럭시 11호를 임대하는 데 성공했다. 갤럭시11호는 최신의 정보통신위성으로 첨단 디지털 통신기술이 집약된 다기능 위성체다. 앞으로 데이터 방송과 인터넷을 연계한 양방향 방송서비스를 완벽하게 제공한다. 위성 수신범위도 넓어 미국 전지역을 포함한 중미와 알래스카의 일부 지역을 제외한 캐나다 등 북미주 어느 곳에서나 시청이 가능하다.기술적인 부분에서 원활한 방송을 위해 협력업체들과도 모든 제휴를 마친 상태다. 국내 방송사들의 송출은 온세통신이 담당하며 미국내 송출은 미국 4MC사가 맡게 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기가 수신 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현대기술투자 등 국내 최고의 제작 기반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 대거 뛰어들었다. 이 같은 인프라 위에서 4월 한국방송(KBS), YTN, 증권전문 케이블방송채널 ‘한경와우(WOW)’ 등을 비롯한 4개 한국어 방송이 3백만명의 교포들의 안방까지 갈 수 있게 된다.아이스카이컴 위성방송은 이미 여러 차례의 테스트를 통해 우수성이 확인됐다. 우선 기존 TV로도 HDTV와 같은 고화질, 고음질의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바로 기존 지상파나 케이블 TV가 아날로그 방식인 반면 아이스카이컴은 디지털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디지털 위성방송은 공중파보다 최대 10배나 많은 채널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저장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즉 디지털화에 따른 다채널과 메모리기능 확보로 시청자가 보고싶은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간에 마음껏 시청할 수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홈쇼핑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의 이용이 가능하다. 지상파방송과 달리 유료서비스를 통해 영화나 스포츠 음악, 성인방송 등 풍부한 방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아이스카이컴이 갖춘 경쟁력이다.최첨단 위성 매체와 방송 솔루션을 이용해 아이스카이컴은 미주지역의 한국인뿐 아니라 다른 소수 민족들에게도 양질의 한국 방송 프로그램을 공급할 수 있다. 현재 미국내에 거주하는 한인을 포함한 소수민족의 비중이 전체 미국 인구의 10%를 육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잠재된 시청자수는 엄청난 규모다. 한국에 관심있는 미국인들 중 상당수도 아이스카이컴 위성방송의 시청자 그룹으로 흡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광고수익과 시청료만도 그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내년 3월까지 21개 채널 운영 계획결국 미주지역내에 어엿한 방송국이 하나 생기는 셈이다. 이는 우선 한국의 유수 방송사들에는 해외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참여한 KBS, YTN, 한경와우TV 외에도 국내 공중파 방송사, 케이블 방송사들이 앞다퉈 참여 의사를 타진해오고 있는 상황이다.아이스카이컴은 올해 9월엔 텔레비전에 이어 라디오 채널도 개국할 계획이다. 또 소수민족 시청자를 대상으로 2개 외국어 방송을 포함한 8개 채널도 개통하는 등 채널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3월까지 적어도 21개의 위성방송 채널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아이스카이컴은 내다보고 있다.서비스 지역도 계속 넓힌다는 전략이다. 위성을 추가로 임대해 올 하반기엔 현재 확보된 동일한 콘텐츠를 이용해 남미,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으로까지 방송지역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인터뷰 / 박유선 사장“국내 기업 해외진출 길잡이 의욕”“우리나라에선 미국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 한국방송을 보여줄 수 없다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없겠죠.” 박유선 아이스카이컴 사장은 제대로 우리문화를 해외에 수출하려면 방송채널부터 만들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정보와 문화콘텐츠를 확보해도 이를 보여줄 ‘통로’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서다.박사장은 일찍이 미국 현지에서 한인방송국을 운영해오면서 미국내 한인의 90%가 영어에 익숙하지 않고 그 때문에 절반정도가 미국 TV를 시청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이 동기가 돼 지난 94년부터 교포들과 미국내 소수민족을 위한 위성방송 서비스 사업을 준비해왔다.“이민족들이 미국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선 서로 단결할 구심점이 필요한데 가장 효과적인 게 바로 방송매체라고 생각했던 거죠.” 이 때문에 일단 그들을 위한 방송 서비스가 시작되면 충성도가 높은 시청자를 확보하는 일은 시간문제란 게 박사장의 기대다.박사장은 또 아이스카이컴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마케팅이 한층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한다.“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을 선언하며 해외로 진출하는데 아이스카이컴이 홍보길잡이로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증권 등 경제전문 방송콘텐츠와 기업광고 등이 미주시장에 확산되면 현지 투자자들의 국내 기업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미주뿐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 한국의 모든 것을 알릴 수 있는 글로벌 디지털 위성방송으로 거듭 나겠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 한국방송의 안테나를 꽂은 박사장의 다부진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