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용 냉연강판 안정적인 공급선 확보 차원 … 학계 일부에서도 긍정적 여론

포스코가 자동차사업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사업인 철강업의 시너지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에서다. 포스코는 자동차용 냉연강판의 주 수요처인 현대자동차 및 기아자동차가 일본 가와사키 제철소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현대하이스코로 거래선을 아예 바꾸기로 하면서 자동차사업 진출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의 자동차사업 추진내막을 알아본다.주총서 신사업 추진을 위한 임원정원제 삭제포스코는 3월16일 포항본사 대회의장에서 제33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중요한 안건 하나를 통과시켰다. 정관에 들어 있는 ‘집행임원의 정원’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유상부 포스코회장은 “지난해 10월4일부로 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식(정부지분)이 매각됨에 따라 포스코는 민간기업으로 태어났다”며 “이에 따른 회사규모 및 업무영역의 유연성을 갖기 위해 30인 이내로 규정돼 있는 상임이사 정원조항을 삭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포스코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철강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개발 등 철강본업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사업 진출 기회가 오면 즉시 추진할 수 있는 탄력적인 조직을 운영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회장은 포스코의 신사업과 관련, 주총에서 “정보통신분야로의 진출 목적으로 파워콤과 IMT 2000사업 컨소시엄에 각 5%, 12%의 지분을 참여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단지 정보통신부문의 진출만을 위해 임원정원 조항을 삭제한 것일까. 여러가지 정황을 놓고 볼 때 꼭 그렇지 만은 않다.GM과 대우차 공동인수 저울질 한창이와 관련, 포스코 안팎에선 포스코가 자동차사업 진출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보통신 분야는 이미 (신세기이동통신을) 해봤기 때문에 현재로선 대주주가 아닐 바에야 이 부문에는 지분투자만 할 계획”이라며 “우리의 본업인 철강업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자동차사업 등을 신사업 대상으로 검토중”이라고 말했다.포스코의 자동차사업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0년대 초반 포스코는 광양제철소 건립에 들어가면서 남는 96만여평의 부지에 자동차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이에 대해 포스코 전 임원은 “당시 광양제철소를 짓고 남는 부지활용 방안을 논의하던 중 비공식적으로 자동차사업 얘기가 나온 것일 뿐 구체적인 검토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포스코의 자동차사업 추진은 1990년대 초반 삼성의 자동차사업 참여 얘기가 나오자 다시 상용차공장 및 승용차공장 추진설 등으로 흘러나왔다.특히 최근엔 전남대 이성웅 교수가 모 지방일간지에 ‘포철 33기 정기주주총회에 부쳐…’라는 시론에서 ‘광양제철소에 당초 자동차공장을 설립하려고 했던 것은 매우 옳은 일이었다’며 ‘만약 포철이 자동차공업과 M&A내지 수직적 계열화를 도모한다면 한국경제 위기의 돌파구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그러나 이번에 포스코가 염두에 두고 있는 자동차사업 진출은 회사를 설립하기보다 기존 자동차회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형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로 자동차회사를 만들 경우 막대한 투자비용 등으로 오히려 포스코에 큰 손실을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재계에선 포스코가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자동차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대우차 처리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재계의 한 관계자는 “GM측이 대우자동차 인수 컨소시엄에 포스코의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포스코는 자동차용 냉연강판의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포스코와 GM이 대우자동차 지분을 각 40%씩을 보유하고 나머지 20%는 채권금융기관이 보유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산업은행의 관계자는 “포철의 대우자동차 지분참여는 GM과의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왈가왈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우리로선 GM이 단독으로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든 국내기업들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사든 어떤 경우도 환영한다”고 말해 포스코가 자동차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줬다.실제 GM은 르노-삼성자동차를 벤치마킹해 국내 유수의 기업과 컨소시엄으로 대우자동차 인수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와 GM이 함께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경우 서로 ‘자동차용 냉연강판 안정적 공급(포스코)’과 ‘국내 자동차 판매 기반 다지기(GM)’라는 ‘윈-윈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냉연분쟁이 자동차사업 진출 불 지펴포스코는 현대하이스코가 자동차용 냉연강판시장을 넘보자 자동차사업 추진을 적극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현대자동차 및 기아자동차는 냉연강판 수요량중 50%를 포스코에서 공급받았고 30%는 현대하이스코에서, 나머지 20%는 수입(10%)과 연합철강 및 동부철강(10%)을 통해 납품받았다. 그런데 현대하이스코가 자동차용 냉연강판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일본 가와사키 제철소로부터 핫코일을 받기로 한데다 포스코측에 핫코일 공급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벌어졌다.물론 포스코는 이에 앞서 현대가 일본으로부터 핫코일을 들여오자 덤핑가격이라며 이의를 제기해 현대의 신경을 건드렸다.현대는 이에 맞서 포스코가 자동차용 핫코일을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에 제소했고 계열사들인 현대자동차 및 기아자동차는 포스코에서 구입하는 냉연강판을 올해는 지난해보다 50%정도를 줄인 49만5천t만을 통보했다. 현대자동차 및 기아자동차는 지금까지 자동차용 냉연강판 필요량 2백만t중 52%인 1백8만여t을 포스코로부터 공급받아왔다.이쯤되자 포스코는 현대하이스코의 핫코일 공급 요구는 계열 자동차 회사에 냉연강판 공급을 독점하겠다는 의도이며 포스코로 하여금 이들 자동차회사에 냉연강판 판매를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맞받아쳤다.포스코는 특히 자동차용 냉연강판은 품질이 엄격해 (포스코와 같이) 자체적으로 쇳물에서 제강-열연-냉연공정을 갖춰 품질관리를 해야만 생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일본 자동차회사들도 5대 고로사에서 생산된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포스코 관계자는 “현대하이스코처럼 고로제철소가 없는 냉연업체의 경우 지금과 같은 수준의 자동차용 냉연강판을 생산해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외국 제철소로부터 핫코일을 제공받더라도 3∼4년 동안 시험가동을 해야만 현재 기술수준의 생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포스코는 이같은 논리의 관철과 함께 냉연강판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자동차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포스코는 현대가 이미 기아자동차를 인수, 사실상 자동차업종을 독점하고 있고 대우자동차의 GM인수가 물 건너갈 경우 현대가 대우자동차의 위탁관리까지 추진할 것이라며 이 경우 현대하이스코가 자동차냉연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포스코는 GM과 함께 대우자동차 지분참여를 통해 안정적인 냉연강판 공급계획을 세웠을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하지만 재계에선 ‘포스코의 자동차 사업 진출이나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설비 확장은 산업적인 측면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의 목소리가 높다.포스코 vs 현대하이스코 철강분쟁 막전막후“독점 공급” “본말 전도” 입장차 팽팽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의 철강분쟁은 냉연강판시장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비롯됐다.현대측은 핫코일은 물론 냉연강판 모두 포스코가 독점해 사실상 수급을 조절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중가격 정책으로 냉연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코가 주장하고 있는 냉연설비 과잉은 뒤늦게 뛰어든 포스코의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반면 포스코는 냉연강판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을 거치지 않고 핫코일 공급을 요구하는 현대의 주장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일단 포스코의 핫코일 독점공급 문제는 현대의 제소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가려지게 됐다. 공정위측은 “아직 종합적인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포스코가 원료 독점자로서 자동차용 핫코일을 현대하이스코에 납품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있다”고 말해 포스코에 시정명령을 내릴 듯한 기세로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이미 현대의 판전승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임을 의식한 듯 “단순하게만 평가할 문제는 아니기에 여러 가지 보충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한편 정부 고위관계자는 “재계의 소문과 달리 공정위 내에선 포스코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듣고 있다”며 “아직도 진행중인 공정위의 조사를 더 지켜봐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공정위가 이번 철강분쟁에 어떤 판정을 내리든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간 또 한차례 접전이 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