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감독 마지드 마지디에게 한 친구가 찾아왔다. 마지디는 친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고 친구는 옆집에 사는 한 남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아이의 신발이 떨어지자 부모에게 새 신발을 사달라고 부탁하기가 미안해 한 켤레를 나눠 신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친구는 “얼마나 가난하면 몇푼 되지도 않는 신발도 못 살까”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마지디 감독은 그 하찮은 신발 한 켤레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알고 있었고 그 덕분에 이 운동화 에피소드는 초등학교 3학년 알리와 동생 자라의 이야기인 영화 <천국의 아이들 designtimesp=20789>로 탄생했다.알리는 자라의 구두를 수선하러 갔다가 그만 구두를 잃어버리고 만다. 구두가 없어 학교에 갈 수 없게 된 자라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지만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새 구두를 장만할 수는 없다. 결국 오전반인 자라와 오후반인 알리는 운동화 한 켤레를 나눠 신기로 하지만 자라가 학교를 마치고 아무리 빨리 뛰어 와도 신발을 바꿔 신고 그제서야 등교하는 알리는 매일 지각하기 일쑤다. 자라는 커서 헐렁거리고 더러운 오빠의 운동화가 싫기만 하다.그러던 어느 날 알리는 자라에게 새 신발을 안겨 줄 기회를 맞는다. 얼마 후 열릴 꼬마 마라톤 대회의 우승 상품이 바로 운동화였던 것. 알리는 죽어라 연습을 하지만 무조건 잘 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1등도, 2등도 아닌 바로 3등 상이 운동화였기 때문. 결전의 마라톤 대회는 시작되고 알리는 울고 있는 자라를 떠올리며 죽을 힘을 다해 뛰어 드디어 선두로 나선다. 1등은 안돼. 나는 3등을 해야 한단 말이야. 이제 알리는 눈치를 보며 슬슬 자리를 내줘야 하지만 쉽지가 않다.이란 영화는 유난히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자파르 파나히 등 이른바 ‘이란 거장’들의 영화가 예술적 여백과 관조적 거리 두기로 일관하는 것과 달리 <천국의 아이들 designtimesp=20796>은 극적 갈등을 부각시키면서 정교한 드라마 구성에 보다 충실하게 다가간다. 물론 이란 전역을 뒤져 캐스팅했다는 알리와 자라의 모습은 바라만 봐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하지만 <천국의 아이들 designtimesp=20799>이 시종일관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는 건 단지 말끔하게 뽑은 이야기에 담긴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 때문만은 아니다. 그 얼굴에는 고통스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기쁨과 희망을 바라보는 지극히 따뜻한 시선이 어려있다. 인생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함의 미덕이야말로 <천국의 아이들 designtimesp=20800>을 한없이 해맑고 사랑스럽게 만들어 주는 원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