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맥 로버트·로니 호프먼 지음 / 정기인 옮김 / FKI미디어 / 2001년 / 323쪽 / 1만원

경영자나 주주, 직원 등 한 기업에 몸을 담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다. 바로 기업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 순간에 기업을 현실을 떠난 기억의 한 귀퉁이로 내몬다. 그러나 정작 심각한 것은 도산이라는 그림자가 결코 기업을 떠나지 않는다는 점과 다른 기업이나 정부 등으로 연쇄적인 악영향을 파급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한 순간의 판단착오나 실수로 문을 닫은 많은 기업들이 생생한 사례로 이를 보여준다. 그만큼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기업이 문을 닫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일이 많다. 상황이 감지됐을 때는 이미 도산이라는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을 덮기 직전인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많은 경영학자나 저널리스트들은 기업붕괴는 사전 예방이 최선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진단법과 처방전을 내놓기도 한다.이 책도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책들과 달리 생산에 투입된 자원보다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비효율적인 기업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기업도산은 자체 정화작용일 수도 있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이런 토대 위에서 저자들은 도산 징후의 발견부터 도산후의 정리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적극적인 대처방법을 제시한다. ‘위험은 비즈니스에서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진리이고 위험과 도산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도산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알아야 도산의 징후가 보이더라도 절망보다는 합리적인 전략을 세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저자들은 도산의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대처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많은 기업도산 사례를 인용해 이해를 높였다. 여기에는 90년대 초반까지 ‘논노’ ‘마르시아노’ 등의 브랜드로 국내 패션시장을 주도했던 논노의 사례도 언급된다. 92년 도산 전까지 1천개 이상의 소매점포를 개설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과다한 부채와 소비자의 기호변화 등으로 도산했다는 게 저자들의 분석이다.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에 실린 “논노의 관리자들은 의류를 판매하는 것보다 부동산거래에 더 관심이 있어 점포사업은 재산투기를 위한 현금을 만들어내는데 이용되곤 했다”는 전문가의 글도 덧붙였다.이 책의 또다른 특징으로 이전까지 기업도산을 다룬 책들처럼 재무적인 잣대로만 붕괴 징후를 발견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재무적인 징후는 물론 비재무적인 실마리들을 예로 들면서 붕괴의 조짐을 발견하는 탐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기업붕괴의 일정한 궤도를 설명하는 내용이나 기업도산이 한 나라의 경제에 해악을 끼치는 구체적인 사례, 기업붕괴의 처리절차와 붕괴후의 법적인 절차 등 세세한 내용을 다룬 것도 눈길을 끈다.‘기업도산에 대한 조기경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된 이 책은 원래 지난 97년에 나온 원서를 번역한 책으로 기업붕괴를 예방하는 법, 붕괴의 원인과 징후, 붕괴에 이르는 길, 붕괴 방지, 붕괴를 다루는 법, 붕괴의 처리절차, 붕괴 이후의 상태 등 기업붕괴에 관한 처음부터 끝까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인 앤드루 맥 로버트는 아태지역과 남아프리카지역의 금융기관을 상대로 부실여신관리에 대한 훈련과 세미나로 유명한 전문가이며 로니 호프먼은 호주에 설립된 기업과 관리자들을 위한 정보와 훈련을 제공하는 한편 전문칼럼을 집필하는 저널리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