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일정한 고정관념에 매여 있다. 이 고정관념은 대부분 옛날의 경험과 지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번 굳어진 고정관념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쌓은 지식과 경험의 성을 허물지 못하고 그 속에 갇혀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이미 오래전부터 일부 경제 학자들은 사람들의 이런 고정관념이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고 지적해 왔다. 경제환경은 크게 바뀌고 있는데도 사람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고 모든 사물과 현상을 옛날 기준으로 보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 원활한 경제운용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지금 정보통신기술 혁신이 몰고 오는 급변의 바람은 실제로 하루 하루가 다른 새로운 경제환경을 펼쳐가고 있다. 새롭게 나타나는 여러가지 경제 현상들은 기존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 옛날의 생각과 기준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고 적응하기 어려운 현상들이 우리 앞에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경제현상이나 사물의 구분과 경계가 희미해지고 여러 가지 것들이 서로 혼합되고 융합돼 기존의 틀과 질서가 흐트러지고 있으며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들이 수시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구분이 매우 어렵고 각종 거래에 있어 구매자와 판매자,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으며 또 어디가 시장이고 어디가 생산 현장인지, 무엇이 소비이고 무엇이 투자인지 제대로 구분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나라경제 발전과 나의 삶에 이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기가 힘든 환경인 것이다.산업사회에서 제조업의 왕자로 군림해온 자동차 산업만 해도 이제 단순 제조업이라고 부르기는 모호한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미국 자동차 3사의 경우 단순히 자동차를 조립 생산하는 부문보다 자동차와 관련된 여러가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는데 더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또 이 부문에서 나오는 수익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제 모든 산업부문에서 제품 자체로 시장에서 승부를 거는 시대는 지났다. 모든 제품에 다양한 서비스가 가미되지 않으면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현상을 반영, 모든부문에서 제품 자체의 품질과 기능보다 제품 사용과 관련된 서비스의 질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산업사회 특히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바탕으로 한 경제구조 아래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정한 시간,일정한 장소에 모여 일률적인 작업에 종사하는 것이 경제 생활의 기본 틀이었다. 출퇴근 시간과 일하는 장소가 분명하며 일하는 방식이 정형화돼 있었다. 이 틀에 나 자신을 맞추면 대부분 일은 원활히 처리될 수 있었으며 내 일자리 자체도 비교적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그러나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이 몰고온 네트워크화와 자동화는 이같은 질서를 완전히 흐트려놓고 있다. 이제 많은 부문에서 컴퓨터나 다른 정보통신 기기를 이용, 구태여 회사나 공장에 나가지 않고 집안에 앉아 더 많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돈을 송금하기 위해 꼭 은행에 가야 할 필요가 없으며 필요한 책을 사기 위해 꼭 책방에 들려야 하는 불편도 이미 사라졌다. 한마디로 산업사회에서 형성된 질서와 가치 기준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굳어진 우리의 고정관념도 서둘러 털어버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