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출한 외국 IT기업 최초 여성 지사장’ ‘IT 업계 최연소 여성 CEO’. 기업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팁코소프트웨어 최마리아(33) 한국지사장에게 붙여진 타이틀이다. 타이틀만큼이나 최지사장은 젊고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당찬 여성 CEO다.“한국전력이 민영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팁코소프트웨어는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했습니다. 전력 등 에너지 분야 솔루션을 갖고 있던 팁코소프트웨어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였죠. 전력이 민영화되고 전기를 사고 팔기 위해선 전력거래 솔루션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팁코소프트웨어의 주력 솔루션은 정보를 원하는 곳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보내는 ‘퍼블리셔 앤드 서브스크라이브(publisher and subscribe)’라는 데이터 전송기술이다. 전력 거래 솔루션도 이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최지사장은 이 분야 전문 엔지니어로 호주 지사 시절 명성을 날렸다. 호주 전력거래 솔루션 시장의 80%를 팁코소프트웨어가 점유한 것도 최지사장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팁코소프트웨어는 이런 최지사장의 실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한국지사 설립에 참여하길 제안했다. 최지사장 자신도 새로운 도전으로 생각해 본사의 제안을 적극 받아들였다. 호주 지사에서 1년 동안 파견되는 형식으로 한국 땅을 밟은 최지사장은 지난해 11월 전임 지사장이 그만 둘 때까지 한국지사의 ‘안방마님’으로 기술, 영업지원 등 후선 업무를 맡아왔다.전임 사장이 갑자기 그만두면서 대형 프로젝트가 ‘펑크’날 위험에 처했지만 전문지식으로 무장된 노련한 최지사장 덕분에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하마터면 날아갈 뻔했던 13억원짜리 삼성전자 반도체와의 협상 건을 성사시킨 것이다. 그 공으로 올해 3월 지사장에 올랐다.“기업내 흩어져 있는 정보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주는 EAI 솔루션은 경영진의 결정이 없으면 구축하기 힘든 솔루션입니다. 가격도 비싸고요. 경영진을 설득할 수 없으면 비즈니스 하기 힘든 분야입니다.” 최지사장은 그래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필수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선 기술적 노하우를 갖고 있는 엔지니어 출신 CEO가 더 유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이 어린 여성 지사장이란 점 때문에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올 매출 전년보다 2~3배 성장 ‘자신’“고객 미팅에 나가면 ‘딸 같은 사람이 왔네’라는 표정이어요. 처음엔 난감할 때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최신 정보를 알려주면서 관심을 유도합니다. 그렇게 해서 신뢰를 쌓고 나면 비즈니스 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최지사장은 호주에서 태어났다. 93년 호주 뉴캐슬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97년 호주 테크놀로지 대학에서 기술학 박사를 받아 전문 엔지니어로 탄탄한 실력을 닦았다.그후 호주중앙은행 전산실, 웨스팩은행 금융전산 담당 엔지니어를 거쳐 99년 팁코소프트웨어 호주 지사 수석 엔지니어로 들어갔다. 팁코소프트웨어는 EAI, EIP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 지난해 2억5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세계적인 기업이다. 한국지사는 지난해 3백9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지사장 원년을 맞은 최지사장은 전년보다 2∼3배 이상 매출을 올려야 하는 부담도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있다.“한국에서 영업하기 어렵다는 것 잘 알아요. 하지만 영업 환경도 변하고 있고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에 해 볼 만합니다.” 최지사장의 이런 자신감이 최연소 여성 CEO의 타이틀을 달 수 있었던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