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개봉된 영화인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designtimesp=20972>에서 남자 주인공 멜빈으로 나온 잭 니콜슨은 강박증상을 가진 사람의 연기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집에 들어 갈 때는 문을 잠근 후 몇 번씩 확인하고 길을 걸을 때도 보도블록의 금을 밟지 않으며 손을 씻을 때도 항상 새로운 비누를 사용하기도 한다. 식당에서도 언제나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며 웨이트리스도 항상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의 매일 매일의 생활은 언제나 의례적인 행동의 반복이며 조금의 변화만 있어도 심한 불안을 느끼게 된다.강박증이 주목받게 된 것은 90년대 들어 전 인구의 약 2% 정도가 이 질환을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라는 연구결과 때문이다. 그러나 강박증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병을 성격적인 문제로 여기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소위 ‘정신병 환자’라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 자신의 증상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실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병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강박증상 중 가장 흔한 증상은 더러운 것, 병균 등에 감염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하는 반복적인 청결행동이다. 한번 씻을 때마다 20~30분씩 손을 씻는 경우도 있으며 심한 경우 몇 시간씩 샤워를 하여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다음으로 어떤 사실에 계속 의심을 가지며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문을 잠근 것을 몇 번씩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고 가스레인지, 수돗물을 잠근 것을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는지 불안해 주위사람들에게 확인하기도 한다.이 외에도 물건이 항상 대칭이나 직각으로 정렬돼 있어야 편안해지거나 필요 없는 물건이나 쓰레기를 불안해서 버리지 못하고 집안에 모아두기도 한다. 또 자신의 행동을 빨리 결정하지 못해 우유부단하다는 소리를 듣거나 행동이 아주 느린 경우도 있고 자신의 숨이 멎을까봐 두려워 반복적으로 코로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안심이 되는 경우도 있다.숫자에 대한 강박증상이 있기도 한데, 4나 13을 보면 불안해 피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강박증상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타나며 스스로 불합리하다거나 과도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억제되거나 조절되지 않는다.강박증상은 청결을 강조하는 분위기나 혹은 더러움으로 인한 나쁜 경험 때문에 나타난다. 그러나 양전자단층촬영(PET)에 의해 뇌의 전두엽과 기저핵에 기능 이상이 있으며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을 이루고 있으면 강박증이 나타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약물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에 개발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인 프로작, 루복스, 졸로프트 등이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약물치료와 더불어 인지행동치료를 같이 시행하면 효과가 더욱 좋다. 불안을 일으키는 상황이나 물건에 노출됨으로써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을 훈련하는 노출-반응방지법은 강박증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청결하고 깨끗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이다. 정갈하고 꼼꼼하며 완벽한 사람이 더 인정받고 요구되는 사회이다. 하지만 지나침도 병이 될 수 있다. (02) 760-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