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흑자전환, 자체 자금조달 가능… 업계 "비메모리 포트폴리오가 사업 성패 좌우"

동부그룹의 도약 의지가 결집된 동부전자 충북 음성 비메모리반도체(파운드리:수탁생산) 공장이 지난 4월25일 8인치 웨이퍼 생산을 개시했다. 동부전자가 음성공장 기공식(97년)을 가진지 4년만의 일이다. 동부전자는 월 5천장의 생산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생산규모를 월 2만장으로 늘리고 2003년 초엔 월 4만5천장으로 대폭 확대시킬 계획이다.동부는 최근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지만 준비과정은 오래됐다. 동부는 지난 83년 미국 몬산토사와 제휴로 실트론(옛 코실)을 세워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웨이퍼를 국내 처음으로 생산했다. 웨이퍼 전문제조회사인 실트론은 현재 동부와 LG가 지분을 각 49%, 51%를 갖고 공동경영하고 있다.이와 함께 동부제강은 92년 반도체 주변기술인 고순도 다결정 실리콘 제조기술을 세계 두 번째로 개발, 94년엔 독일 바커사에 수출까지 했다. 이 기술은 반도체 재료 웨이퍼를 만드는 전단계 공정이다. 결국 동부는 이미 반도체 제조를 위한 제반기술을 확보해 놓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동부는 김준기 회장의 지시로 94년 그룹내 반도체사업 준비팀을 두고 기초조사를 진행해왔다.동부는 97년 동부전자를 설립, IBM과 기술제휴를 맺고 256메가 D램 메모리 반도체시장에 참여키로 선언했다. 그러나 동부전자는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설립 이듬해에 반도체사업을 일시 접었다. 동부의 반도체사업이 재가동된 것은 지난 99년 하반기. 김회장이 그룹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판단, 반도체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동부전자 한신혁 사장은 “반도체사업은 김회장이 20여년전부터 추진해온 ‘준비된’ 동부의 미래사업이다”며 느닷없는 신규업종 참여라는 재계의 주장을 일축했다.동부전자는 반도체사업을 재가동하면서 처음 하기로 했던 메모리사업을 비메모리 사업으로 바꿨다. 이는 한마디로 메모리보다 비메모리의 사업성이 밝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IC인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03년에는 순수 파운드리 규모가 1백94억달러, 종합반도체업체의 외주생산 규모가 43억달러로 늘어나 전체 파운드리 시장규모가 2백3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특히 파운드리시장은 99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34%의 고성장률을 유지하고 이중 순수 파운드리시장은 이보다 높은 37%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가트너그룹의 손종형 부사장은 지난 3월 국내 반도체업계 경영자들의 ‘파운드리 비즈니스 전략에 관한 토론회’에서 “파운드리시장이 지난 99년 이후 오는 2005년까지 평균 26.5% 성장해 3백억달러가 넘을 것”이라며 “기술력과 입지조건이 좋은 한국업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동부전자 최경진 상무는 “종합반도체업체들의 외주생산 규모가 늘고 공장없는(FABless) 중소업체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파운드리 사업은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추는 최고 대안”이라고 설명했다.“추가 자금조달 문제 없어”후발주자인 동부는 기존업체들보다 앞선 기술을 도입키로 했다는 점을 들어 반도체사업에서의 자신감을 은근히 뽐내고 있다. 동부는 기술제휴선인 일본 도시바로부터 세계 최첨단수준인 0.25∼0.13 마이크론급 공정기술을 도입키로 계약을 맺었다. 이는 현재 파운드리 시장의 주력제품인 0.35∼0.25마이크론급보다 4∼5년 앞선 기술이라는 게 동부측의 설명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도시바가 아직 상용화시키지 않은 첨단기술까지 동부에 이전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동부의 반도체사업과 관련, 가장 큰 관심거리는 뭐니뭐니해도 자금조달 부문이다. 동부가 밝힌 반도체사업의 총 투자규모는 21억달러다. 이 금액은 동부가 2015년까지 30만평 부지에 모두 7개 라인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동부는 이중 6억달러를 영업활동에 따른 이익분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15억달러는 올연말까지 확보되는 7억5천만달러의 자본금외에 추가로 해외자본을 유치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중 동부가 기확보한 자금은 4월말 현재 모두 4억4천만달러다.한사장은 “올해중 추가로 마련하기로 한 3억1천만달러는 해외투자자들과의 계약이 거의 성사단계에 달해 문제 없다”며 “이젠 차입경영이 발붙일 수 없어 해외투자자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동부전자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려면 많은 해외투자자들을 유치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동부의 안정적 재무구조를 위해 대출금 대 투자유치 규모를 1대1 수준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문제는 영업활동에 따른 자체자금조달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향후 동부의 해외투자자 유치 가능성을 점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대규모 매출에 따른 수익이 발생해야 자체자금 조달이 가능해지고 그래야만 해외투자자들이 동부전자의 사업성을 인정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부측은 수익이 내년부터 발생해 자체 자금조달이 어렵지 않다는 게 동부측의 설명이다.한편 기존 국내반도체 회사들은 “동부가 파운드리에만 집착한 나머지 비메모리분야의 포트폴리오를 잘 구축하지 못하면 불경기때 하이닉스반도체처럼 사정이 크게 악화될 수도 있다”고 충고하고 있다.반도체 사업 재가동 뒷얘기흩어진 기술자 찾아 지구촌 누벼동부전자는 지난 98년 반도체사업을 일시 중단하면서 기술인력을 3백여명에서 70여명으로 대폭 줄였다. 풀이 죽어있던 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한 것은 김준기 회장이 99년 반도체사업 재가동을 선언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일명 ‘S프로젝트팀’이라 명명된 이들은 처음 계획했던 메모리 D램사업을 비메모리 파운드리로 방향을 바꾸고 기술자 보강에 들어갔다.이 팀의 중책을 담당했던 최경진 동부전자 상무는 일시적 사업중단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반도체 기술자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멀리 말레이시아까지 날아갔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의 비메모리 반도체회사들은 스카우트해온 한국 기술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봉급을 올려주는 등 한바탕 난리를 폈다고 한다.동부가 세계 2위의 일본 도시바를 만난 것도 극적이었다. 도시바는 당초 안정적 비메모리반도체 수급을 위해 대만의 반도체회사에 기술투자를 했었다. 하지만 대만 최대 비메모리제조 회사인 TSMC(대만반도체제조회사)가 도시바가 기술투자한 회사를 투자금액의 몇배를 주고 인수하자 도시바는 그 회사로부터 핵심기술을 즉각 회수하고 다른 반도체회사를 찾아나서 동부와 인연을 맺었다.동부는 지난해 도시바로부터 기술을 제공받는 한편 5천만달러의 자본을 출연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최상무는 “도시바가 기술투자를 하는 회사에 자본까지 출연한 것은 동부가 처음”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