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웅구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애용되는 기호품이다. 적당한 음주는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술이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술은 위, 간, 췌장 등 장기에 강한 독성이 있다.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술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술에 의해 불안감이 사라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갖는 것은 일시적 현상일 뿐이며 잦은 음주는 이들 문제를 악화시킬 따름이다.장기적인 음주는 우울증을 일으키며 뇌 손상을 일으켜 정신병이나 치매에 이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술은 가족의 평화를 해치고 사람을 사회적으로 무능력 상태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사고와 범죄의 많은 부분도 술에 기인한다.그러나 보다 심각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문제성 있는 음주를 하면서 그것을 스스로 자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알코올중독(의존)이다.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designtimesp=21045>에는 심한 알코올의존 환자의 말로가 잘 묘사돼 있다. 그처럼 심하지는 않더라도 알코올 의존은 매우 흔하다. 술 마시러 가서 발동이 걸리면 3차는 기본이고, 아침에 눈을 떠보면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모르겠고, 혹시 취중 실언하지는 않았는지 걱정되고, 머리가 지끈거려서 직장에 지각하고, “다시는 술 안 마셔”라고 결심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딱 한잔’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알코올 의존 환자의 모습이다.알코올 의존을 간단히 자가진단 할 수 있는 방법으로 CAGE 설문이 있다. CAGE 설문에는 ‘술을 끊어야(줄여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가(Cut-Down)’ ‘술 마시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이 귀찮을 정도로 간섭하는가(Annoyed)’ ‘술 마시는 것에 대해 스스로 나쁘다고 생각하고 죄책감을 느끼는가(Guilt)’ ‘오전부터 술을 한잔 마셔야 일을 할 수 있는가(Eye-opener)’의 네가지 항목이 있다. 이중 한가지라도 그렇다고 느낀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고 두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알코올 의존일 가능성이 높다.자신의 음주습관이 문제가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치료의 첫 단계가 되지만 결심만으로는 부족하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부인하고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주위에서 치료를 권유받아도 거부하는데 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알코올 의존은 의지 박약이나 못된 성품에 기인하는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으로 봐야 할 것이다.알코올 의존은 유전성도 매우 높은 질환이다. 환자의 뇌에는 술에 대한 ‘갈망’을 일으키는 회로가 작동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최근 의학의 발전에 따라 이 갈망회로의 동작을 억제하는 약물도 개발돼 임상에서 사용중이다.그러나 술의 노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러한 치료와 아울러 라이프 스타일의 전반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즉 좋은 일, 나쁜 일, 심심해서, 스트레스 등 과거에 술을 마시게 했던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 ‘술이 아닌 다른 방법’(운동이나 취미생활 등)을 찾아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02) 760-2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