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질서있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 엄격한 질서가 유지되며 대부분 사람들이 잘 훈련되고 절제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정한 틀에 맞춰진 이 질서의식은 일본을 세계 제일의 산업국가로 만든 원동력중 하나다. 산업사회에선 대부분의 일이 일정한 틀에 맞춰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일하는 장소, 시간, 방법이 정해져 있다. 자연히 정해진 룰에 따라 열심히 일하면 남보다 앞설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 정보화 사회는 끊임없이 빠른 속도로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일정한 틀을 벗어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가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바뀌어온 지난 90년대 이후 일본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세계경제에 불안을 안겨주고 있는 원인의 하나가 바로 산업사회에서 굳어진 질서에 계속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의 질서는 통제와 규제를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는 기본적으로 자율과 창의를 전제로 발달해 왔지만 갖가지 통제와 규제로 짜여진 일정한 틀속에서 운영돼 왔다.특히 일본은 미국과 달리 일정한 질서에 더 많은 가치를 두고 개인의 능력보다 단체 또는 집단의 능력을 중시하는 질서를 유지해 왔다. 이런 질서는 개인의 능력에 대한 인센티브보다 룰을 어겼을 경우 처벌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자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벌을 받거나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룰과 질서를 지키는 수동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다. 모험이나 위험을 회피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외면하며 현실에 안주하는 자세가 주류를 이룬다.빠른 기술혁신으로 경제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보화사회에선 이런 안이한 자세와 소극적 자세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새롭게 펼쳐지는 경제 환경에 새롭게 대처하는 모험과 혁신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고 또한 개인의 능력을 일정한 팀워크로 승화시키는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동기부여가 요구되고 있다.지금 우리나라의 기업문화도 개인들의 적극적인 혁신을 유도하기보다 일정한 틀에 사람들을 묶어두는 산업사회의 낡은 질서 위에 도전보다는 두려움이 개인 행동의 동기로 활용되는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새로운 정보화 사회가 요구하는 도전과 혁신의 새로운 기업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선 보다 과감한 능력주의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정보화 사회에서 요구되는 모험과 도전에는 언제나 실패의 위험이 따른다. 어느 나라나 어느 기업을 막론하고 새로운 발전과 새로운 경쟁력은 소수의 도전적인 혁신가들의 손에 의해 이뤄진다. 또 대부분의 혁신은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이뤄진다.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패에 관용을 베풀고 성공을 거둔 혁신에 합리적인 보상을 하는 새로운 질서가 정립돼야 한다.강압적인 방법이나 두려움에 동기를 둔 소극적 방법으로는 혁신을 유도하기 어렵다. 일정한 틀과 상식을 뛰어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이들을 대담하게 실천할 수 있는 기업문화와 질서가 새롭게 자리잡아야 한다.지금 아무도 새로운 기술혁신이 만들어낼 새로운 경제환경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 펼쳐질 새로운 경제환경은 마치 백지위에 떨어지는 잉크방울로 비유되기도 한다. 떨어지는 잉크방울이 어떤 모양이 될지 모르는 것과 같이 새로운 환경이 어떻게 펼쳐질지 점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분명한 것은 일정한 틀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