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매니저들은 대개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 대형주는 부도위험이 낮을 뿐 아니라 정보수집이 수월하고 환금성도 좋아 펀드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중소형주에 주로 투자해 성공한 매니저도 있다. 미국의 랠프 웬저(Ralph Wanger, 사진)가 대표적이다. 올해 67세인 그는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해 지난 31년간 연평균 17%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거뒀다. 높은 수익률과 명성에 힘입어 7백만달러로 시작한 에이콘펀드(Acorn Fund)는 80억달러로 늘어났다. 출범 초기에 이 펀드에 1만달러를 맡겼다면 지금 1백10만달러를 찾을 수 있다.웬저는 시카고 태생으로 MIT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콘티넨탈그룹에서 2년간 일한 후 60년에 해리스 어소시에이트사에 들어가서 애널리스트와 머니매니저로 일하다가 나중에 사장이 됐다. 92년에 따로 회사를 설립, 독립했을 때 해리스사의 이사들이 모두 웬저를 따라왔다. 그는 작년에 자기 회사를 리버티 파이낸셜사에 4억5천만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매각 후에도 5년 계약을 맺어 에이콘펀드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97년에 발간한 책 <사자나라의 얼룩말(A Zebra in Lion Country) designtimesp=21081>에서 웬저는 자신의 투자관을 재미있는 비유로 설명하고 있다. “얼룩말과 머니매니저는 상황이 비슷하다. 둘 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되 위험은 싫어한다. 또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무리의 외곽에 있는 얼룩말은 싱싱한 풀을 먹을 수 있는 대신 사자의 밥이 될 위험을 안고 있다. 반면 무리의 중앙에 있는 얼룩말은 발굽에 짓이겨진 풀을 먹을 수밖에 없지만 사자로부터는 안전하다. 머니매니저도 마찬가지다. 인기있는 우량 대형주만 산다면 크게 실패할 위험은 없다. 그러나 평범한 수익률에 만족해야 한다. 반대로 인기가 없는 중소형주에 투자한다면 위험은 높지만 성공할 경우 보상이 크다. 우리는 항상 외곽에 있는 얼룩말이 되려고 노력해왔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사자의 발톱에 할퀸 상처자국이 많다.”웬저는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사서 그 회사가 성장하기를 기다려 기업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후에 판다. 개인투자자들은 중소형주를 적정가치를 하회하는 싼 값에 팔고 나중에 가치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을 때 사는 경향이 있어 그의 거래 상대방이 되곤 한다. 그는 우량 중소형주를 찾되 추세의 선도주가 아니라 그 추세로부터 이익을 얻는 회사를 산다. 철도나 전기 석유 반도체가 세상을 바꿔 놓았지만 정작 해당 산업에 참여한 회사들은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실적이 좋지 않았다. 큰 돈은 변화를 선도한 산업 밖에서 얻어졌다. 예를 들면 트랜지스터 회사들은 별 볼일 없었으나 TV방송 케이블TV 컴퓨터 데이터처리 회사들은 많은 돈을 벌었다.5년 이상 장기보유 … 투자자산 연간회전율 25% 불과웬저는 경영진이 본연의 사업에 정통하면서 마케팅이 탁월하고 고객에게 헌신적인 회사를 좋아한다. 또 경영진이 자기 회사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기를 원한다. 우량한 중소형주를 찾아내면 집중적으로 매수해서 5년 이상 장기투자 한다. 그래서 투자자산의 연간 회전율이 25%에 불과하다. 다른 종목들을 사기 위해 연간 포트폴리오의 8분의1 정도를 팔 뿐이다. 그가 몇몇 종목에 집중투자하는 이유는 주식은 투자할 가치가 있든가 아니면 전혀 투자할 가치가 없든가 둘중 하나라고 믿기 때문이다.랠프 웬저의 우량주 조건● 높은 성장잠재력1. 시장의 성장성2. 훌륭한 디자인3. 효율적인 생산4. 건실한 마케팅5. 양호한 판매마진● 우량한 재무구조1. 낮은 부채비율2. 충분한 운전자본3. 보수적인 회계● 낮은 주가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