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평을 33평처럼, 오피스텔을 아파트처럼 … ‘아이디어 설계’ 안간힘

분양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 입맛이 까다롭게 변하면서 아파트 평면 설계가 급변하고 있다. 주택건설업체들은 더 편리한 주거공간, 더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평범해선 안 팔린다’는 게 최근 업계에 내려진 공통 명제. 반면 소비자는 평면 구조를 실용성과 재산가치를 따지는 기준으로 삼는 추세다. 이왕이면 같은 면적이라도 넓게, 고급스럽게 짓는 쪽을 택하고 그에 따라 프리미엄 두께도 달라진다. ‘인기있는 평면이 투자가치도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맞춤형·4.5-베이 등 평면 다양화 붐삼성물산 주택부문은 50평 이상 주상복합아파트에 적용하던 ‘맞춤형’ 개념을 소형 아파트에도 적용키로 했다. 지난 4월 용인 구성지구 삼성2차 25평형에 이 평면을 최초로 적용, 1백% 계약 완료를 달성한 바 있다.맞춤형 소형 아파트는 벽기둥과 보가 없는 슬래브 구조로 벽면에 전기선을 매입하지 않아 공간 가변성을 최대로 확보한 게 특징. 전용면적 18평을 거주 유형에 따라 스튜디오형, 방 1~방 3개형으로 세분화했다. 이 회사 설계팀 장준 차장은 “넓은 작업공간과 주거공간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재택근무자 및 소호창업자를 위한 차세대 인텔리전트 아파트”라고 소개했다.LG건설의 경우엔 최근 분양한 신도림 LG아파트 30평형대를 개방감과 통풍성이 높은 전면 4실 구조(4-베이)로 설계했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 방과 거실을 아파트 전면에 일렬로 배치해 40평형대 느낌을 준 것. 또 1.5평 크기의 다용도실을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 아이들의 놀이방 등으로 이용토록 했다.대우건설도 지난 4월 분양된 안산 고잔지구 아파트에 ‘DIY(Do It Yourself) 평면’을 선보였다. 일정한 공간을 입주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게 해주고 다용도실을 주방으로 쓸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DIY평면은 대우아파트 입주자를 대상으로 한 시장조사를 토대로 개발해 낸 신평면으로 현재 특허출원 중이다.현대산업개발은 새 브랜드 ‘아이파크(I’PARK)’를 런칭하면서 지난해까지 개발해 놓은 1백45건의 신평면을 순차적으로 새 아파트에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는 ‘장농이 필요없는 집’ ‘햇살 가득한 집’ ‘전망좋은 집’ 등 신평면 9개를 선보인다. ‘햇살 가득한 집’은 침실 3개와 거실 주방 발코니를 남향으로 배치할 수 있는 4.5-베이식 타워형 평면. 아파트 후면이 외부와 접해 있어 기존의 타워형 아파트에 비해 채광과 환기가 훨씬 잘 되는 게 특징이다.발코니를 3개 갖춘 십자(+)형 타워 평면도 나왔다. 대림산업은 싱가포르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십자형 타워 아파트를 개발해 한강 조망권 아파트와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국적인 외관 외에도 발코니 면적 확대로 분양면적 외 서비스 면적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오피스텔·주상복합아파트도 변신 동참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아파트도 변신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이들 주거공간은 임대사업용으로 청약하는 경우가 많아 임차인이 선호하는 평면으로 개발하는 게 핵심.삼부토건이 마포구 염리동에 짓는 삼부골든타워는 ‘최초의 2-베이식 원룸’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의 원룸형 오피스텔이 세로로 길게 설계됐던 반면 이 오피스텔은 가로로 길게 만들어 채광, 환기, 공간 확보가 용이하다. 중간에 가변형 벽을 설치하면 두 명 이상 거주해도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설명이다.천장을 1m 이상 높여 다락 형태의 공간을 추가한 복층형 오피스텔도 있다. 분당의 한화 오벨리스크와 청원 레이크빌Ⅱ는 다락방을 설치해 서재나 침실로 활용토록 했다. 이는 전용면적이 50%대로 낮아 공간 효율성이 낮은 오피스텔의 맹점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다.이밖에 건물 가운데 정원이나 안마당을 설치해 채광과 통풍 효과가 뛰어난 설계방식을 도입한 일산 장항동의 코오롱 레이크폴리스Ⅱ도 눈길을 끈다.인기있는 평면은 분양 당시는 물론 이후 시세 형성에 있어서도 효과가 나타난다. 지난 6월9일 청약접수를 끝낸 제5차 서울 동시분양에선 서울 은평구 신사동의 한신플러스타운이 눈길을 끌었다. 전용면적 18평인 23평형 아파트에 ‘욕실 2개형’, ‘욕실+드레스실형’ 등 2개의 평면을 내놓았기 때문. 수요자는 두 평면 가운데 한가지를 선택할 수 있고 3개의 방 가운데 하나도 가변형 벽체를 써서 취향에 따라 주방을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84가구에 모집에 3백40명이 몰려 입지적인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1순위에서 4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회사는 32평형에도 부부 전용 공간을 마련해 5.5대1의 성공적인 청약률을 확보할 수 있었다.한신공영은 이전에도 ‘화장실 2개’ 전략으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내년 8월 입주예정인 성동구 행당동 한신 24평형은 방 3개, 화장실 2개의 A타입과 방 2개, 화장실 1개의 B타입이 최초 청약경쟁률은 물론 시세 면에서도 격차를 보이고 있다. 1순위에서 완전 분양됐던 A타입은 분양가에서 최고 4천5백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반면 B타입은 분양 당시 1순위에서 미달된 데 이어 최고 3천5백만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A타입보다 1천만원이 낮은 가격을 보이고 있다. 즉 수요자가 선호하는 평면이 따로 있고 그에 따라 프리미엄도 다르게 형성되는 셈이다.주택건설업체들은 이런 신평면 개발 경쟁을 ‘필연’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파트 평면 개발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 사실이지만 소비자의 차가운 구매심리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형된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 “말만 그럴싸할 뿐 실제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난을 듣기도 하지만 “누가 더 많이, 더 튀는 아이디어를 내놓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주택건설업체 ‘아이 러브 PPL’드라마 통한 PR효과 ‘만점’주택건설업체들이 TV프로그램을 홍보 터전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새로운 아파트 브랜드 만들기에 일제히 나섰던 건설업계는 최근 방송 제작에 참여, 홍보전 ‘제2 라운드’를 벌이고 있다.대표적인 곳은 현대산업개발. MBC 주말드라마 <그 여자네 집 designtimesp=21155>의 주인공 태주(차인표)가 다니는 건설회사를 ‘아이산업개발’로 설정, 자사와 새 브랜드 ‘아이파크’ 홍보에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태주의 직장을 서산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설정한 것이나 태주의 결혼식을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모델하우스에서 진행하는 것도 전형적인 PPL(Product Placement·영화 등에 특정 제품을 삽입하여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 기법이다.롯데건설도 SBS의 주말드라마 <그래도 사랑해 designtimesp=21158>에서 순미(명세빈)와 기현(박상원)이 경영하는 건설회사 ‘낙산건설’로 그려진다. 자사 아파트 브랜드 ‘낙천대’를 떠올리게 하는 데다 등장인물의 헬멧이나 작업복에 ‘L’자 마크를 선명히 찍어 홍보효과가 상당하다는 평이다.이밖에 쌍용건설이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아침 designtimesp=21161>에 리모델링사로 협찬하는 등 건설업계의 PPL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주택 수요자의 청약 행태가 대기업,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많이 알려질수록 유리하다’는 게 PPL을 지향하는 업체들의 공통된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