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여건 호전, 회복반등 기대감 높아 … 구조조정 노력 더하면 ‘상승 탄력’

미국 경기의 반등 가능성, 나스닥 시장 2000선 회복 등 대외 여건 호전에 대한 기대가 높다. 국내 경기도 수출과 투자는 아직 바닥을 헤매고 있지만 민간 소비가 다소 반등하면서 저점통과후 회복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점증하고 있다. 현대증권 현대투신 등의 AIG 매각과 하이닉스 반도체 외자유치 성공, GM의 대우차 인수 등 굵직한 구조조정 문제도 해결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480포인트대를 저점으로 600포인트대 위에 안착하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여의도 증권가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 같다.최근 한국 증시가 대세 상승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낙관론이 증가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결국 대망의 1,000포인트를 넘어서 지금 대세상승을 외치는 투자분석가들이 선견지명을 자랑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세상승 주장에 몇가지 중요한 걸림돌에 대한 평가가 미진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나라의 경제는 Small Open Economy 로 해외 경제환경에 크게 민감하다. 이는 안정성은 크게 떨어지지만 동시에 해외환경 호전에 따라 매우 다이내믹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수출이 국내 경상 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면서 국내 경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그림1) 따라서 국내경기의 반등은 세계경기, 특히 미국 경제 회복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국내경제 모순이 심화된 탓에 소비나 투자 등 국내 성장동인은 앞으로 몇 년간 그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경제 반등과 얼마나 크게 오랫동안 성장을 추구하느냐에 한국 경제와 한국 증시의 대세상승이 달려 있다. 경기 회복을 위한 미국의 금리인하 정책은 경기회복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 GDP의 5%에 육박하는 미국경상수지 적자 문제도 미국의 지속팽창을 낙관할 수 없게 만든다. 2002년에 미국이 지속팽창을 할 것이냐 아니냐는 미국 연방은행의 선택이고 우리 증시의 대세상승도 미국 연방은행의 선택에 달려 있다. 지금 그린스펀 자신을 포함해 그 누가 그린스펀의 내년 미국 경제 운용방향을 알 수 있겠는가.여기에 구조적 문제도 엄존하고 있다. 현대그룹 유동성 문제, 대우차 해외매각 등 큰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 금융시장의 안정이 확보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이에 대한 대답은 ‘No’다. 물론 부실 재벌의 유동성 문제가 해소되고 이들 기업이 정상화된다면 구조적 문제 해결에 커다란 진전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남아 있는 부실 기업군의 수효와 그 통합 부실 규모는 부실재벌 못지 않게 크다. 다만 부실재벌은 덩치가 커서 구조조정을 위한 비용과 고통 정치적 영향 등으로 처리가 어려웠던 반면 기타 부실기업들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퇴출 개혁 등의 조치가 훨씬 용이할 것이다.미국경제 4분기 회복·현대 등 구조조정 ‘긍정적’문제는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것. 구조조정 문제가 내년으로 이연되면 총체적 난맥상에 빠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정치권이 구조조정을 하면 그 피해자들로부터 표를 잃을 것이고 하지 않으면 그외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가 정체할 경우 경제적 혼란이 재연될 것이다.필자는 미국경제의 4분기 회복 가능성에 높은 기대를 하고 있고 현대 대우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해외환경 변화에 보다 내구성 있는 국내 성장동인의 활력 회복과 구조조정 문제의 진지한 진전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전에는 정말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대세상승’이라는 말은 아직 아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