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위탁관리 맡겼는데 뺏을려고 한다." 대성 "합의서대로 이행했을 뿐" 입장 팽팽

대성그룹이 오너 가족들 문제로 시끄럽다. 오너 형제들간 재산싸움이 일단락 지어지기가 무섭게 이번엔 오누이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대성그룹은 지난 7월3일 3형제간 지분 및 경영권 분할작업에 착수, 장남인 김영대회장은 대성산업 대성산소 한국캠프리지필터 대성셀틱 대성계전 대성나찌유압 대성헨켈화학 한국물류용역 등 8개사를 맡고 차남인 김영민회장은 서울도시가스와 서울도시가스엔지니어링 서울에너지 등 3개사, 3남인 김영훈 대구도시가스회장은 대구도시가스엔지니어링 대구TRS 경북도시가스 한국CATV 경기방송 파주유선방송 등 6개사를 독자적으로 경영하기로 했다.성주측, 지급보증 해결 위임권 소멸이번 갈등의 장본인들은 고 김수근회장의 장남 김영대(59, 사진) 대성산업 회장과 막내 김성주(45) 성주인터내셔널 사장이다. 이들은 가죽 핸드백 등으로 유명한 독일계 패션브랜드 ‘MCM’의 사업권을 놓고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 MCM사업은 김성주사장이 75%의 지분을 소유한 성주인터내셔널이 지난 91년 국내 판매 독점권을 따냈고 대성산업이 95년부터 제품 임가공 생산을 맡아왔다. MCM 매출은 지난해 2백억원을 기록, 성주인터내셔널 총매출(2백84억)의 6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문제는 김사장이 IMF 외환위기로 경영이 어려워진 성주인터내셔널을 살리기 위해 주력사업인 MCM사업을 대성산업에 위탁관리하면서 벌어졌다. 김사장은 대성산업이 MCM사업을 부당하게 빼앗으려 한다는 생각에 MCM사업을 되돌려줄 것을 즉각 요구했고 대성산업측은 지급보증 미해결과 합의서를 들어 김사장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던 것이다.성주인터내셔널은 지난 98년 막스앤스펜서 사업부에서 2백9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자 당시 호황을 누리던 국내 구찌영업권을 구찌 본사에 2백50억원에 되팔아 빚을 갚는 대수술을 단행했다. 하지만 부족분과 회사운영을 위해 필요한 70억원의 운영자금은 대성그룹으로부터 65억원의 지급보증을 받아 해결했다.여기서부터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다. 먼저 김사장은 대성산업측이 98년께 MCM사업을 위탁관리 맡자마자 자사직원들을 내쫓고 대성측 직원들로 채웠으며 그해말 김사장에게 불리한 합의서를 강압으로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서명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99년엔 김영대회장이 김사장의 성주인터내셔널 지분중 40%를 자신에게 내놓을 것을 강하게 요구했고 올들어서는 은행에서 대출받아 지급보증을 해결하자 물품대 명목으로 19억원을 인출하고 시중에 깔린 10억원(시가 30억원상당)어치의 제품을 반품명목으로 되가져가는 등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다.김사장은 “이런 일련의 정황을 볼 때 대성산업측이 MCM사업을 성주인터내셔널로부터 강제로 빼앗으려는 저의가 다분히 깔려있는 것”이라며 흥분했다. 김사장은 이내 지난 6월28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적인 전면전을 선언했다. 특히 김사장은 정체불명의 문서 하나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성주와의 (MCM)사업권에 대한 합의가 있을 경우와 없을 경우’라는 두가지 방안으로 나뉘어져 MCM사업을 일방으로 가져가는 일종의 ‘작전계획’이 실려 있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성주와 (MCM)사업권에 대한 합의가 없을 시’의 작전 내용이다. 여기엔 ‘D-데이 30일전 MCM 본사에 성주에 대한 거래중지 공문을 요청하고 각 백화점에서의 한달 판매예상 재고를 제외한 재고반품처리 및 출하를 금지하며 백화점에 성주 매장의 퇴점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김사장은 최근 30억원 상당의 제품을 반품처리한 것 등 일련의 대성측 행동이 이 시나리오와 일치해 정체불명의 문서가 대성측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서에선 작성 주체가 대성측이라는 증거를 어느 한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대성 “MCM 관심없다” 성주측 주장 일축대성측은 김사장측과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성측은 김회장과 김사장이 지난해 작성한 합의서에서 ‘성주인터내셔날의 MCM사업부문은 대성산업에서 계속해 인사 자금 경리 관리 영업 투자 및 자재관리 등 모든 관리권을 가지고 운영하되 2000년 1월1일부터 기산하여 MCM사업부문의 기여이익(법인세전 순이익으로 약정함)이 금65억원에 달하게 되면 MCM 사업부문은 아무런 조건 없이 대성 소속으로 이전’해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MCM사업부분은 지난해 31억7천여만원의 기여이익이 발생했고 올들어서는 지난 4월까지 무려 18억원의 기여이익이 발생하는 등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49억4천여만원의 기여이익이 발생하자 김사장은 대성이 65억원의 기여이익을 얻어 성주의 MCM사업을 정상적으로 이전시키는 것을 두려워 해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특히 김회장은 김사장에게 MCM사업 이전에 따른 조건으로 기존 지급보증의 처리와 현 MCM 사업부문 종사 직원의 고용승계 및 보호를 요청했으나 이를 김사장이 받아들이지 않아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대성산업 이은우 MCM사업부장은 “김사장이 주장하는 것들은 거의 증거가 없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특히 김사장이 제기한 정체불명의 문서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함께 대성산업 김한배전무는 “김회장을 비롯, 대성측 경영진 어느 누구도 MCM사업을 성주인터내셔널로부터 가져오는데 찬성하는 사람이 없다”며 “김사장의 이성적인 판단에 따라 잘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과연 대성그룹 오누이간 분쟁이 한때 갈등 관계였다가 풀어진 형제들처럼 해소될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인터뷰김성주 성주인터내셔널 사장“뺏기면 망하는데 그냥 물러날 수 있나”이번 갈등을 재벌 오너 가족들 간 재산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아무래도 큰오빠가 운영하고 있는 대성산업과 맞붙었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부모로부터 재산을 한푼도 물려받은 게 없다. MCM사업은 내가 일궜고 중간에 경영이 어려워져 위탁관리만 맡겼을 뿐인데 이를 빌미로 빼앗으려는 것은 엄밀하게 말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다. 나는 그것에 맞서는 것이다.MCM사업권은 원래 어디에 있는 것인가.성주인터내셔널은 91년 독일 유명 핸드백브랜드인 MCM과 독점 판매권을 계약했다. 따라서 (MCM사업권은) 당연히 성주인터내셔널에 있다. 다만 IMF로 회사가 어려워 98년 대성산업에 위탁관리를 맡겼을 뿐이다.대성산업이 성주인터내셔널의 MCM사업을 빼앗으려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오빠인 김영대회장에게 위탁경영을 맡은 MCM사업을 되돌려 줄 것을 수차례 요구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하지만 말뿐이고 지금까지 돌려주지 않고 있다. 특히 그동안 문제가 됐던 대성산업측의 지급보증을 지난 6월 모두 해소했음에도 묵묵부답이다. 나는 그동안 막연하게 대성산업이 MCM사업을 빼앗기 위한 음모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입수한 정체불명의 문서를 보고 심증을 굳혔다. 그 문서엔 내가 MCM사업권을 순순히 내놓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로 나눠 MCM 사업을 빼앗기 위한 작전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중 백화점 등 매장에 나간 물품을 모두 반품이라는 명목으로 모두 되가져 가는 등의 일부는 그동안 대성산업이 내게 한 행동과 거의 일치했다. 물론 대성산업측이 그 문서를 작성했다는 근거는 없다.합의서에는 2003년말까지 대성산업이 MCM을 위탁관리토록 돼 있지 않은가.그 합의서에 내가 서명날인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합의서 자체가 강압에 의해 이뤄진 만큼 무효다. 특히 은행에서 30억원을 대출받아 대성산업 지금보증을 해결했기 때문에 MCM위임권은 원인소멸로 끝났다.극한상황까지 갈 생각인가.MCM사업은 성주인터내셔널에 있어 중요한 사업부문이다. 이 사업을 뺏기면 나나 회사나 모두 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MCM사업을 원상회복 시켜주기만 하면 오빠나 대성산업과 더 이상 싸울 이유가 없다. 자기 회사가 망한다는 걸 알면서 순순히 물러서는 기업인이 어디 있겠는가. 나도 그런 기업인들중 한사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