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분위기 살리는 데 제격' 메인모델 활용잇따라..자동차 회사들 '장외 축구전'도 후끈

2002년 한·일 월드컵을 1년 앞둔 요즘, 업계는 온통 월드컵 바람으로 들썩이고 있다.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는 후원업체대로 아니면 아닌대로 어떤 식으로든 월드컵 특수를 만끽하기 위해 온갖 묘안을 짜내고 있는 것이다.가장 흔한 것이 축구공을 이용한 각종 광고 및 이벤트다. 한마디로 축구공을 메인 모델로 사용해 월드컵 분위기도 살리고 모델료(?)도 아끼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요즘 제일 잘 나가는 모델은 ‘축구공’이란 우스개도 나오고 있다.대우자동차는 최근 ‘2002년형 누비라 II’를 출시하면서 축구공을 메인 모델로 내세웠다. “월드컵 8강에 진출하라”는 멘트와 함께 시작되는 TV광고에서 빨간 바탕의 화면 중앙으로 부르릉 거리며 질주해 오는 것은 자동차가 아닌 축구공.이어 ‘끼익’하고 급정거하는 순간 축구공 2개가 중앙에 정렬해 자동차 핸들로 바뀌면서 ‘2002’년이 새겨진다. 2002년 한국 축구가 월드컵 8강에 진출하면 2002년형 누비라 II의 할부이자와 함께 원금의 일부를 돌려준다는 것이 광고의 메시지다.대우자동차는 역시 빨간색 바탕에 축구공을 활용한 인쇄 광고에서 ‘86.7%’와 ‘1백만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1백만원’은 우리나라 축구팀의 8강 진출시 1백만원을 돌려주겠다는 내용이며 ‘86.7%’는 지금까지 15번의 월드컵 경기를 통틀어 개최국의 8강진출 횟수가 13번임을 고려할 때 1백만원을 탈 수 있는 확율이 86.7%나 된다는 뜻이다.현대자동차가 월드컵 공식 후원사임을 감안할 때 경쟁사격인 대우자동차의 이런 광고는 일종의 ‘엠부시(매복) 마케팅’. 공식 후원사가 아닌데도 우회적이거나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공식 후원사 이상의 효과를 누리는 마케팅 기법을 이른다. 프랑스 월드컵 당시 공식 후원업체는 아디다스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인 나이키가 월드컵 경기장 바로 밖에 대대적인 축구공원을 조성해 아디다스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는 축구공과 축구선수 김도훈을 활용한 기업 PR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강슛!’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스트라이커 김도훈이 축구공을 힘차게 차는 모습이 보이고 ‘월드컵 4강을 향해! 세계 BIG 5 자동차 회사를 향해!’라는 서브 헤드라인이 나온다.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선수단의 성취목표를 ‘월드컵 4강’으로 한층 더 높인 점이 눈에 띈다.광고를 제작한 금강기획 관계자는 “축구가 갖고 있는 강인한 이미지와 현대자동차의 기업이미지를 일치시키면서 현대자동차가 월드컵 공식후원을 발판 삼아 2010년에는 세계 5대 자동차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며 고 밝혔다.기아자동차의 ‘2001년형 뉴리오’ 광고도 축구를 소재로 한 대표적 광고사례로 꼽힌다. 기아자동차는 ‘개인기가 좋은 차’라는 컨셉으로 인쇄광고에서 달리는 차와 축구공을 몰아가는 선수의 발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이 광고에서 ‘원하는 순간 원하는 만큼 잘 달리고 잘 멈춘다’는 메시지를 통해 개인기가 중요한 축구선수처럼 성능이나 안전 편의 실용성 경제성 등 어느 하나 손색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카드·필름회사도 가세, 점입가경자동차 회사들이 저마다 축구공을 소재로 한 광고를 즐겨 활용하는 것은 월드컵을 앞둔 시점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자동차와 축구공이 속력(속도감) 민첩성 순발력이란 부분에서 어느 정도 공통점이 있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대우자동차나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의 광고가 일단 축구와 월드컵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똑같다. 그렇다면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 광고는 다른 자동차회사 광고와 어떻게 다를까. 인쇄광고에선 왼쪽 윗부분에 월드컵 휘장과 함께 ‘월드컵 공식 스폰서’임을 밝히는 것, 그리고 TV광고에선 마지막 1초를 할애해 공식스폰서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차별화하고 있다.월드컵 공식 후원은행인 주택은행은 지난 4월 ‘월드컵 통장’을 발행하면서 ‘월드컵 통장에 선물이 활짝’이란 프로모션을 집행했고 최근에는 주은투신운용과 함께 ‘주택은행 월드컵 펀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상품 자체에 ‘월드컵’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는 것도 공식 후원업체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 주택은행은 월드컵 펀드 광고에서 ‘월드컵이 인정한 세계적 기업에 투자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축구장과 축구공을 부각시키고 있다.월드컵 공식 후원업체인 한국통신이 6월 한달 동안 ‘메가패스 월드패스 대잔치’라는 이름으로 집행한 메가패스 프로모션 광고도 축구공을 부각시킨 광고. 인쇄 광고에선 기존의 메가패스 모델이었던 이순신 장군(메가패스 장군)이 톱을 들고 축구공 모양의 대형 박을 터뜨리는 그림으로 6월 한달 동안 메가패스 ADSL 신규 가입고객에게 행운을 준다는 내용이다.TV광고에선 ‘온 국민이 축구선수’라는 멘트와 함께 우주선이 축구공 모양의 위성에 도착하는 모습으로 한국통신이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임을 알리고 있다. 기존의 이순신장군 광고는 우주선 계기판에 삽입돼 있는 식이다.이밖에 삼성카드 야후코리아 한국후지제록스 한국후지필름 등 월드컵을 광고 및 마케팅에 활용하는 업체는 수없이 많다. 삼성카드의 경우 ‘골든카드’를 발급하면서 월드컵 본선 게임을 비롯해 국내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축구경기 예상성적을 맞히면 최고 1백만원까지 당첨금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삼성카드의 TV광고에선 축구 국가대표팀 히딩크 감독을 내세워 ‘Just One’이란 삼성카드 슬로건을 외치기도 했다.한국후지제록스는 ‘슛골인 대축제’(3월)라는 이름으로 프린터 프로모션 광고를, 야후코리아는 ‘한일대학생 2002년 월드컵 개최도시 자전거투어’(1월)라는 프로모션을 실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대우자동차 누비라 광고를 제작한 코래드 관계자는 “월드컵은 세계 각국의 축구실력을 겨루는 장일 뿐 아니라 세계 유명기업들의 스포츠마케팅 능력을 가늠하는 장이기도 하다”며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기업들은 엠부시마케팅 등 갖가지 방법으로 월드컵 특수에 편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월드컵이 열릴 때까지 ‘모든 길은 월드컵으로 통한다’ 식의 현상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