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한덕생명 잇따라 인수, 시너지 효과 뚜렷 … 하반기 영업력 확대 의욕

‘몰라보게 달라졌죠?’ 1년전인 지난해 7월 SK생명은 부실 생명보험사인 국민생명과 한덕생명을 흡수합병했다. 합병 전 SK생명은 업계 10위권 밖에 있었던 조그마한 회사. SK그룹 전체의 위상이나 브랜드 가치와는 걸맞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통합을 통해 자산(99년 3월말 기준) 2조9천억원, 임직원 1천5백명, 설계사 7천2백명을 보유해 단숨에 업계 6위 규모가 됐다. 합병의 목표는 일단 ‘규모의 경제’를 이뤄 본격적으로 장사 한 번 해보자는 것. 통합 1년이 지난 지금 그 효과가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SK생명은 올 사업연도 1분기 중 보험사의 3대 수익원인 ‘비차’ ‘사차’ ‘이차’를 집중적으로 관리해 순이익 51억원을 거뒀다. 회사측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올 당기순익이 2백억원대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수입보험료 목표액은 1조 5천억원. 지난해 1조 4천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늘려 잡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계속보험료’ 목표액을 지난해 6천4백억원에서 연말까지는 9천6백억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수익성 위주 영업으로 선회한 것이다.수익경영에 집중 1분기 순이익 51억원특히 저축성보험 등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을 팔아 들어오는 보험료를 현재 전체수입의 30% 수준에서 15%대로 낮추는 대신 종신보험 등 ‘짭짤한’ 중장기 보장성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지난해 7월 전체 상품의 70%를 차지하던 중장기 상품의 비중은 올 6월말 91.2%로 늘어났다. 자산 운용에서는 안정성을 중시할 계획. 올해부터 전체 운용자산 중 주식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채권 투자와 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지난 회계연도에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맛을 봤기 때문이다. 시장침체로 인해 5백87억원의 적자를 냈던 것. 개인대출 규모를 현재 3천9백억원에서 올연말께 9천억원대로 크게 늘릴 계획이다.이런 일련의 ‘목표치’들은 알짜 장사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양 경쟁’에서 ‘질 경쟁’으로 경영 기조를 전환하고 외국 금융사식의 수익경영을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SK가 이를 위해 내놓은 비장의 카드는 ‘VIP 시스템(Valuation & Individual Projection)’이다. 이는 기업가치평가 및 상품수익성 분석 시스템으로 최적의 수익성을 유지함으로써 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국내 많은 보험사들은 규모 경쟁에만 골몰한 나머지 적정 가격이 책정되지 않아 팔아봐야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마땅히 굴릴 곳은 없는데 자산이 너무 커져 오히려 적자가 난다 해도 ‘개의치 않고’ 위험한 질주를 계속해 왔다.보험사의 살림이 빠듯한지 넉넉한지, 속빈 강정인지 알찬지는 보험 계약자가 매달 내는 수입보험료, 사고를 당한 계약자가 타가는 지급보험금, 사업비, 준비금, 자산운용 이율 등에 따라 좌우된다. VIP는 이같은 요소들을 가장 알차게 배합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신상품을 개발할 때는 안정적 이익을 낼 수 있는 최적의 보험 상품 가격을 성별 연령별 보험기간별 보장내용별 납입 기간별로 제시하고 판매를 할 때는 예상 손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적자 상품은 팔지 않고 이익 창출 상품 위주로 전체 상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 ‘최적화’ 상품뿐만이 아니라 상품 수익성 최적화를 기반으로 투자전략, 자산부채관리 전략, 현금 흐름 등을 모두 고려해 최적화하겠다는 것. 이 시스템은 컨설팅사인 왓슨 와이어트(Watson Wyatt)가 개발한 것. 영국 등 유럽의 보험사에서 많이 이용된다.SK생명측은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 먼저 꼭 넘어야 할 산인 인력과 문화 통일이 잘 자리잡고 있다”고 자평한다. 그동안 기업의 성패가 달려 있는 화합을 빠른 시간내 이끌어 내기 위한 갖은 아이디어들이 속출했다. 더구나 국민생명은 매출액이나 인력규모 등에서 SK생명을 훨씬 앞질렀던 회사기 때문에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술을 마시면 빨리 친해진다는 의미에서 사내 ‘참참참 포장마차’ ‘호프데이 행사’ 등 활발한 접촉과 의사 소통을 돕기 위한 이벤트가 이어졌고 이런 노력들에 힘입어선지 조직 구성원들이 비교적 SK 깃발 아래 잘 모여들고 있다는 평이다.문화는 통일하되 영업에서는 이전 회사들이 갖고 있던 장점을 십분 살리겠다는 전략. 예전의 한덕생명은 부산지역이 영업 거점이었고 SK생명은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했다. 국민생명은 원래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선 새로운 영업 방식을 도입하기로 유명했던 회사다. 여기에 원래 SK생명이 갖고 있는 텔레마케팅 영업 부문에서의 노하우를 결합하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생명의 텔레마케팅 인력은 4백여명이나 되고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열세 번 이상 낼 때까지 해약하지 않는 비율을 나타내는 13회차 유지율도 일반 판매에 비해 월등히 높다.그래서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뿐 아니라 영업 전략도 다시 짜고 있다. 내부 조직 추스르기가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판단하면서 이 회사 강홍신 사장은 영업을 직접 챙기고 나섰다. 이달부터 부실점포를 우량점포로 만들기 위해 실적이 부진한 마포 송파지점에 사장이 직접 방문하는 등 현장에 나선 것이다. 맥킨지의 컨설팅을 참조했고 온갖 영업의 노하우를 담아 만들었다는 영업매뉴얼 ‘SSP’가 회심작이다. SK측은 이 매뉴얼이 ‘전투’에 임하는 세일즈맨을 위한 ‘병법서’와 같다고 자랑한다. 이 프로그램을 우선 부실점포에 적용한 다음 점차 전 영업소로 확대할 계획이다.영업매뉴얼 ‘SSP’ 돌풍 예고이 사업은 전문요원 5명이 부실점포에 3개월 동안 상주하면서 SSP내용대로 영업 및 관리가 이뤄지는가를 파악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처방을 내리는 것이다. SK생명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설계사 월 평균 급여를 대폭 향상시키고 설계사 13차월 정착률을 25%에서 35%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강사장은 “SSP는 국내 어떤 생보사에도 없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영업 활성화 프로그램”이라면서 “어떤 영업관리자, 설계사 등 본인이 이 매뉴얼을 충실히 수행할 의지만 있으면 성공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SK생명은 최근 SK그룹의 핵심 금융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룹내 재무통으로 불리던 강사장이 온 것도 이런 금융업에 대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물론 ‘생보업계 4위’의 목표에 이르는 데는 걸림돌도 적지 않다. 하지만 통합후 급속히 경영 효율을 개선하고 있는 이 회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