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그린스펀의장이 의회 증언에서 미국경제의 장기침체 우려를 제시하면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이날 그린스펀의장의 의회 증언 이후 뉴욕 월가에서는 8월20일에 있을 연준회의에서 연방기금 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으로 자리잡고 있다.현재 지배적인 시각대로 다음달 회의에서 미 연준리가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경우 올들어 7차례에 걸쳐 총 3%포인트 내리는 셈이다. 이번처럼 불과 8개월 사이에 금리를 3% 포인트 인하한 것은 미 연준리의 금리인하 역사상 가장 공격적인 금융완화정책에 해당된다.문제는 지금까지 나타난 미국경제의 상황을 놓고 볼 때 금리인하 효과가 종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미국경제는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확실하게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만한 경제통계를 찾아볼 수 없고, 있다고 해도 일관성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이처럼 올 들어 단행한 금리인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이유 중 하나는 금리인하에 따라 실제로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기업과 국민들이 금융시장의 여건(Financial Conditions)이 완화됐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미 연준리의 통화정책수단인 페더럴펀드금리는 은행간 시장의 익일물(Overnight) 대출금리로서 개인이나 기업에 바로 적용되지 않아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복잡한 파급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단순히 금리인하폭이 통화정책의 효과를 측정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금리 인하 해도 소비·투자 최저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은 금리와 환율, 자산가격의 세가지 경로(Transmission Mechanism)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먼저 금리가 인하되면 기업과 국민들은 대출에 따른 금융이용이 낮아짐에 따라 투자와 소비를 늘린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금융시장 움직임을 보면 연방기금금리를 내리면 금융기관들의 대출금리는 따라서 내리지만 기업과 국민들이 이용하는 다른 많은 대출은 대부분 채권수익률에 연동돼 움직이는 상태다.문제는 채권수익률이 정책금리 혹은 단기금리보다는 미래의 금리와 인플레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최근처럼 미 연준리가 금리인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증시와 경기부양 효과가 반감된다고 볼 수 있다.동시에 금리인하는 주가상승을 가져와 소위 부의 효과(Wealth Effect, 주가상승→자산소득 증가→민간소비 증가→경제성장 촉진)와 통화가치의 평가절하를 통해 민간소비와 수출을 촉진시켜 증시와 경기를 회복시킨다.실제로 JP 모건 체이스사의 브루스 카스만이 미 연준리의 거시경제 모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를 1%포인트 인하할 경우 미국경제성장률은 1년 후에는 0.6%포인트 늘어나고 2년 후에는 1.7%포인트 제고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 금리인하 효과가 미국경기 회복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종전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린다는 의미다.동 모형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2.5%포인트 금리를 내림으로써 1년안에 주식 가격은 22%상승하고 장기채 수익률은 0.75% 포인트 하락하며 달러화 가치는 5% 평가절하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상황을 보면 S&P 500지수는 10% 하락했고 교역비중을 감안한 달러화의 실질실효환율(Dollar`s Trade-Weighted Value)은 7% 절상해 모형에 의해 추정된 결과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중 기존에 우리가 알아왔던 통화정책의 전달경로가 크게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무엇보다 종전에는 금리인하가 경기회복에 미치는 영향의 약 40% 정도가 주가와 환율경로를 통해 나타났는데 최근에는 이 경로가 차단된 상태다. 이는 미 연준리가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통화공급을 종전보다 많이 늘려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미국 국민들의 부채부담이 높고 제조업가동률이 18년 이래 최저수준을 기록함에 따라 가계와 기업들이 설령 금융비용이 낮아졌다 하더라도 소비와 투자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처럼 유동성 함정에 처하거나 정책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장기조달비용이 하락하지 않기 때문이다.셋째 요인으로 미 달러화가 경제여건과 관계없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단기금리 회사채수익률 주가 및 환율을 미 연준리의 거시경제모형에서 도출된 가중치로 평균해 지수화한 금융사정지수(Financial Conditions Index)를 보면 미국경제에 비해 과다한 달러화 강세가 단기금리 하락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일본 유럽 한국 등 대부분 국가에서 금리인하 효과가 종전에 비해 약화되고 있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에는 오히려 증시와 경기에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게 발생한다. 이런 점을 중시해 최근 들어서는 일부 학자들 사이에 통화정책의 무력화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세계각국 통화은행, 인하 시기·폭 놓고 고민그렇다면 무력화 논쟁이 일어날 만큼 통화정책은 효과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NO’라고 말할 수 있다.만약 올해 들어 미 연준리가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면 미국주가와 경기는 지금보다 더 침체됐을 것으로 보는 것이 월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올들어 단행한 금리인하로 최근 들어서는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주택시장도 활황세를 보일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따라서 지난 4월 통화정책의 전달경로를 주제로 뉴욕 연준리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논문(The Monetary Transmission Mechanism : Has it Changed, by Jean boivin and Marc Giannoni)의 주장처럼 80년대 이후 금리인하에 따라 증시 및 경기회복에 미치는 효과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통화정책의 효과는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미 연준리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침체된 증시와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이 시간에도 금리인하 시기와 폭을 놓고 고민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