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시스템 노하우·글로벌 비즈니스 역량 ‘발군’ … 김현수·김유진 사장 등 ‘주목’

‘한국IBM 출신 벤처 CEO를 주목하라’. IT업계 인재 사관학교로 잘 알려진 한국IBM 출신들이 국내 IT업계 곳곳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 벤처 CEO로 자리잡은 한국IBM 출신 2세대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그동안 한국IBM 출신 인력은 외국계 IT기업에서 인기가 높았다. IBM이란 세계적 기업의 조직과 문화를 잘 알고 글로벌 비즈니스의 필수수단인 영어뿐 아니라 국내외 영업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 덕에 국내 진출한 IT 다국적 기업 지사장들의 이력을 들춰보면 대부분 한국IBM 출신들이 많다. 지금도 그렇지만 헤드헌팅 업계에선 한국IBM 출신 ‘헌팅’이 주업무가 되다시피 한다. 특히 ‘현직 한국IBM 사업본부장들은 차기 외국회사 지사장 0순위’란 얘기도 있어 그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우도 있다.한국IBM 사업본부장 출신의 대표적인 ‘IBM 맨’들은 여인갑 시스코프 사장, 김익래 키움닷컴 사장, 이수현 델컴퓨터 사장, 이상일 사이베이스 사장, 김광원 인포믹스 사장 등이다. 한국IBM 출신 1세대로 알려진 이들에 이어 최근 벤처업계 CEO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IBM 출신 2세대들이다. 그동안 1세대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노하우를 가지고 사업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CEO들이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 한국IBM에서 근무한 배경 덕에 영업력과 풍부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이들의 장점이다.현재 한국IBM 출신 2세대로 활동중인 CEO는 소프트그램 김현수 사장, 인프론테크놀로지 김유진 사장, 프라이즈텍 송기원 사장, 아델리눅스 이영규 사장, 네오빌의 최해원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IBM에서 오랫동안 일하다가 국내 벤처기업의 CEO가 된 경우다. 한국IBM에 몸담고 있으면서 갈고 닦은 기술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하거나 실력을 인정받아 CEO로 영입된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국IBM 출신으로 새삼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다국적 IT기업 지사장이 아닌 국내 벤처 CEO라는 점인데 이는 외국기업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외국기업과 경쟁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글로벌 경쟁무대서 사업수완 발휘인터넷 금융솔루션 개발 전문업체인 소프트그램(softgram.com)의 김현수(40) 사장은 대표적인 한국IBM 출신 2세대다. 88년 한국IBM에 입사해 95년까지 8여년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했던 김사장은 96년 한국IBM 출신들과 손잡고 소프트그램을 창업했다. 처음엔 개발실장으로 시작한 김사장은 1년 뒤인 97년에 CEO 자리에 올라 본격적인 경영에 나섰다. 김사장은 소프트그램을 인터넷 금융솔루션 전문업체로 성장시키면서 굿모닝증권 LG증권 메리츠증권 등 굵직한 사이트를 확보했다. 또 현대투자신탁증권에 국내 최초 차세대 금융권 영업 단말 시스템을 개발했고 한빛은행에 개인 자산관리 시스템인 ‘e한빛’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국내 PFMS(Personal Finance Management System)와 인터넷 금융 솔루션 시장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최근에는 계좌 통합 솔루션인 ‘eFinax CrossAccount(이파이낵스 크로스 어카운트)’를 개발해 다시 한 번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47억원의 매출을 올린 소프트그램은 지난해 6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백만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해 실력을 인정받았다.중앙의 컴퓨터와 원격지 컴퓨터간 데이터 호환을 쉽게 하는 미들웨어 제품 ‘엔테라’를 공급하고 있는 인프론테크놀로지(infrontech.com)의 김유진(43) 사장 역시 한국IBM 출신으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해 88년부터 94년까지 6년간 한국IBM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95년 미국 미들웨어 전문업체인 OEC와 합작으로 한국OEC를 창업한 그는 영업과 기술담당 이사를 지내면서 당시 전무하다시피했던 국내 미들웨어 시장을 개척했다. 그 후 98년에 영업 실력을 인정받아 CEO로 전격 승진했다.그리고 99년 합작관계에 있던 미국 OEC 지분을 전량 매입해 실질적인 오너가 됐다. 지난해 회사 이름도 한국OEC에서 인트론테크놀로지로 바꿨다. 인트론테크놀로지로 변신한 후 제품 공급선을 다양화해 웹 어플리케이션 서버 ‘파워티어(PowerTier)’ 등을 공급하면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현대택배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에 제품을 공급해 5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송기원·이영규·최해원 사장 등도 IBM출신프라이즈텍(prisetech.co.kr)의 송기원(51) 사장은 97년 프라이즈텍 영업 이사로 합류한 뒤 99년 8월초 전임사장의 유고로 공석인 된 CEO 자리를 승계한 케이스다. 송사장은 81년 한국IBM에 입사해 94년부터 97년까지 유통사업부장을 지낸 유통 솔루션 전문가. 프라즈텍은 지난 95년 10여명의 한국IBM 출신들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푸른정보시스템의 새이름이다. 송사장은 지난해 3월 소프트웨어 유통사업에서 벗어나 e비즈니스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명을 푸른정보시스템에서 프라이즈텍으로 변경했다. 초창기 IBM 솔루션을 공급하는 데서 시작한 프라이즈텍은 현재 e비즈니스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분야의 솔루션 업체로서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또한 세계시장을 겨냥해 국산 데이터베이스 온라인 분석처리(ROLAP)툴인 ‘엔터프라이즈-큐브’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현재 하이닉스반도체에 공급돼 성능을 인정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1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내년초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지난해 5월초 안철수연구소 코난테크놀로지 모코코 등 3개사가 출자해 설립한 리눅스 솔루션 전문업체 아델리눅스(adelinux. com)의 이영규(49) 사장은 한국IBM에서 21년간 근무한 정통 IBM맨이다. 이사장은 아델리눅스 설립 때 영입된 전문경영인으로 아델리눅스에 합류하기 전까지 한국IBM OEM사업본부장을 맡았다. 아델리눅스호의 선장이 된 이사장은 IBM 출신답게 IBM과 솔루션 협력사(VAR) 계약을 맺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국내에 공급하는 한편 설립당시의 자본참여 업체인 안철수연구소와 공동으로 리눅스기반 SI분야의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온라인 과금 솔루션 EBPP 전문업체인 네오빌(neobill.co.kr) 최해원(52) 사장도 78부터 97년까지 한국IBM에서 근무했다. 그는 한국IBM에서 나온 후 세계적 ERP 전문업체인 SAP 한국지사장도 역임한 바 있는 전문 경영인이다. 최사장은 특히 금융사업 부문에 경험이 많아 한국IBM 시절엔 아태지역 금융사업 솔루션담당 중역을 맡기도 했다. 전문경영인으로 잘 나가던 그가 지난해 5월 미래산업주택 신한은행 등 6개사로부터 공동 출자를 받아 EBPP 전문업체를 설립해 본격적인 벤처 경영에 나선 것.네오빌은 한국IBM을 비롯해 조이닷컴 네오로직스 코인텍 등 6개사와 제휴를 맺고 ‘소프트포럼’이란 EBPP 솔루션 패키지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소프트포럼을 기반으로 우선 사이버 아파트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EBPP 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EBPP 시장 선점을 위해 PFMS e-CRM e마케팅 전자상거래중개 서비스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한국IBM 출신 2세대들은 다국적 IT기업 지사장으로 자리를 잡은 1세대와 달리 국내 벤처에서 둥지를 튼 사람들이다. 1세대와 같이 ‘친정’인 한국IBM과의 관계를 십분 활용하면서 나름대로의 영역을 확보해 가고 있는 이들도 1세대들이 ‘아이들’이란 모임을 결성해 친목을 다지고 있는 것처럼 ‘e-Blue(회장 최해원 네오빌 사장)’라는 모임을 결성, 지식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벤처업계는 IBM이라는 선진 시스템을 경험한 이들 2세대들이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