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형 냉장고 첫 시판 외제퇴치 앞장

@@@@13002045~6년 전만 해도 문짝이 양옆으로 2개 달린 ‘양문형(Side By Side: SBS)’ 냉장고는 극히 일부 부유층의 상징 또는 사치품으로 여겨졌다. 그도 그럴 것이 양문형 냉장고는 GE(제너럴 일렉트릭)등 일부 수입 가전브랜드에서만 간헐적으로 선보였을 뿐 국산은 아예 존재조차 없었고 보통 가정에선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비쌌기 때문이다.이런 사정을 반영하듯 부유층 가정을 무대로 한 웬만한 TV 드라마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던 양문형 냉장고가 이젠 기존 냉장고를 대형으로 바꾸는 일반 중산층 가정의 고려 1순위가 되고 있다. 특별한 사치품이 아니라 주부에게 만족감을 주는 꼭 필요한 제품으로….이처럼 양문형 냉장고의 시장 확대 및 수입대체 효과에 결정적 기여를 한 제품이 바로 삼성전자의 양문형 냉장고 ‘지펠(Zipel)’이다. 국내 가전업체중 97년 처음으로 양문형 냉장고 지펠을 선보이고 그 시장을 키워온 것은 물론 당초 수입산이 거의 독점하고 있던 양문형 고급냉장고 시장을 완전 국산일색으로 바꾼 주인공이라는 뜻에서다.시장규모 2002년엔 50만대로 훌쩍양문형 고급 냉장고 시장규모는 99년 14만대에서 2000년 31만대로 급증했고 올해 43만대에 이어 2002년엔 50만대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 지난해 전체 냉장고 시장에서 20%를 차지했으나 그 비중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삼성 지펠(60%)과 LG 디오스가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던 고급 양문 냉장고 시장에 올해부터 대우전자 클라쎄가 가세, 경쟁격화와 더불어 전체 시장의 파이도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에서다.수입 양문냉장고의 경우 95~96년만 해도 전체 시장(5만대)의 80%(4만대) 이상을 차지했으나 현재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7~8%에 불과하다.지펠의 성공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전통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마케팅을 도입, 히트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연구가치가 높다.사실 삼성전자가 양문형 냉장고를 처음 내놓은 것은 94년이다. 90년부터 연구를 시작, 첫 작품을 내놓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워낙 시장이 작았던 데다 작은 시장마저 수입품이 꽉 잡고 있어 평범한 국산브랜드로선 수입품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힘들었던 탓이다.게다가 환경 및 에너지 관련 법규가 강화되면서 기존의 냉장고로선 경쟁력을 갖기 힘들고 수입개방에 대응해야 한다는 숙제까지 안겨졌다. 마침 95년 냉장고 생산라인을 수원에서 광주로 옮기면서 최신설비에서 환경 및 에너지 문제까지 고려한 신제품 개발에 나섰다. 첫 시제품으로 내놓았단 양문형 냉장고는 물론 일절 생산을 중단했다.97년 6월 출시된 신제품 지펠은 냉각기능을 강화하면서도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인식됐던 프레온 가스를 사용하지 않은데다 무엇보다 에너지 효율을 대폭 높였다. 당시 수입 양문형 대형 냉장고(7백50ℓ)의 에너지 소비가 월 4백~5백kw였던 데 비해 삼성 지펠은 45kw에 불과했다. 요즘에는 일부 수입모델도 에너지 효율을 높여 70~80kw대의 상품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국산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높다.재출시에 앞서 삼성전자측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바로 브랜드이미지. 고급 수입품이 판치고 있는 시장에서 타깃층의 소비성향은 단순한 실용성보다는 고품격 이미지 또는 과시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이 가진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로는 이들의 과시욕을 채우기에 역부족이었다.그래서 나온 것이 ‘지펠’을 이용한 브랜드 마케팅. ‘지펠(zipel)’은 ‘Zero-defect, Intelligence, Premium, Elegance’라는 영어 단어에서 만들어 낸 일종의 조어. 처음엔 ‘최정상’이란 뜻의 독일어 ‘zifel’을 고려했으나 좋지 않은 뜻도 있어 ‘zipel’로 바꿨다. 여기엔 한국인이 발음하기에 더 쉽고 강한 이미지를 준다는 점도 고려됐다.삼성로고 빼고 광고 ‘외제 아니냐’ 문의 쇄도삼성전자가 이같은 지펠의 고품격 브랜드 포지셔닝을 위해 구사한 전략은 제품이나 광고에 삼성로고를 빼는 것. 삼성이 만든 모든 제품 광고에 삼성로고를 필수적으로 내세웠던 기존의 전략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었다. 제품 광고 또한 기능보다는 이미지쪽에 초점을 맞췄다. 이 냉장고가 이러이러해서 좋다는 것보다는 이 냉장고가 바로 당신이 꿈꾸던 냉장고라는 식의 광고전략을 짰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광고 및 마케팅 전략은 한동안 일부 소비자들에게 ‘지펠이 외제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의 성공작으로 평가됐다.삼성은 이밖에도 배달 서비스 등 지펠에 관한 모든 전략을 고품격 이미지와 함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집약했다. 예를 들면 기존의 삼성제품은 대리점에서 배달을 했지만 지펠만은 삼성 본사 특별 배송팀이 맡았다. 양문형 냉장고라 비틀림이 생기지 않도록 놓는 장소 및 방법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깔끔한 제복차림에 친절로 무장한 배달팀의 이미지가 바로 상품 이미지로 연결된다는 판단에서다.이와 함께 상품구입 한달 후 소비자의 만족 여부를 묻는 ‘해피콜’제도와 냉장고 구입과 동시에 서비스 담당자가 정해지는 서비스 전담제도, 고객초청 음악회 등 ‘프리미엄 마케팅’ 기법을 동원했다.이를 통해 지펠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란 느낌을 줌으로써 재구매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올해 나온 지펠의 컨셉은 바로 인테리어 냉장고. 온통 하얀색이던 냉장고에 블루 베이지 아쿠아실버 그린 등 4가지 색상을 출시, 주방 인테리어에 맞춰 언제든지 냉장고 색깔을 바꿀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마케팅 전략면에서는 수익금의 일부를 유니세프에 내놓겠다는 후원협약을 통해 ‘지펠은 사랑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공익마케팅을 펼치고 있다.인터뷰이형석 삼성전자 전략마케팅팀 과장“국산 경쟁력 수입품 능가할 것”“지펠의 상품기획에 참여했다가 결국 이렇게 마케팅으로 옮겨와 계속 지펠을 담당하고 있으니 내가 만든 것을 내가 팔고 있는 셈이죠. “90년 삼성전자에 입사, 91년부터 상품기획팀에 속해 지펠 기획에 일조하고 99년부터 지펠 마케팅을 맡고 있는 이형석과장(38, 전략마케팅팀)은 지펠과의 질긴 인연(?)을 이렇게 표현하면서 “기획단계에서 미처 예상치 못했던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그 중 하나가 양문형 냉장고 시장의 급성장. 이과장은 “기획당시에는 이렇게 단기간에 양문형 냉장고가 40만대 규모까지 늘어나리라 예상치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이과장은 이에 대해 “6백80ℓ짜리 기본형이 일반 중류층까지 확산되면서 시장 급팽창을 이끌어 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LG 디오스 등 다른 회사 제품과의 경쟁도 시장확대에 기여했다는 것이 이과장의 평가. 이과장은 이와 함께 “대우전자의 클라쎄 출시로 시장이 격화되고 지펠의 시장 포지션이 약간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 시장이 3자 구도로 감으로써 제품의 질 향상 및 시장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지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 삼성 로고를 빼느냐 넣느냐를 놓고 회사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로고를 빼자는 의견으로 윗분들을 설득하고 결과적으로 그 마케팅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죠.”이과장은 “회사나 지펠 입장에서 무엇보다 큰 의의는 수입품에 잠식될 뻔한 시장을 국산으로 무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에너지 효율이나 가격 서비스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산의 경쟁력이 수입품을 훨씬 능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