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코스를 여행하다 보면 별의별 손님들이 다 있다. 대개의 경우엔 부부동반이어서 인솔자가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간혹 혼자 여행을 하는 손님도 있게 마련이다. 여행사에선 남자손님이 싱글 룸을 쓸 경우엔 경비절약 차원에서 남자 인솔자를 배정하고 여자손님일 경우엔 여자 인솔자를 배정하곤 한다. 두 사람이 굳이 따로 방을 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그러나 문제는 종종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유럽 4개국을 돌던 단체여행 팀에 혼자 여행하는 60대 남자 손님이 한 명 있었다. 그동안의 관례대로 남자 인솔자가 방을 함께 쓰기로 했고 그 인솔자가 하루일정을 마친 후 잠에 골아 떨어졌을 때 시작된 에피소드하나.피곤했던 탓에 별 생각 없이 잠이 들었는데 자꾸만 한쪽 다리가 간지럽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엔 벌레가 기어가는 것으로 생각돼 몸을 흔들었으나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놔두고 잠들었는데 간지럼의 강도가 계속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벌레인지 뭔지는 계속 위로위로 올라왔고 중요한 그곳(?)까지 올라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게 뭘까?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그건 같이 한 방에 투숙했던 60대 할아버지의 손이었다.아뿔싸! 한국에도 물론 호모가 있겠지만 60대 할아버지라니…. 그런데 이를 어쩌나, 미리 알았다면 모를까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 이 할아버지가 무안해 할 테고 경로사상이 앞서기도 하고 이것도 서비스업인데 참자 참아.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몸만 살짝 돌아누웠지만 계속되는 간지럼엔 도저히 견딜 재간이 없었다. 더군다나 할아버지는 이쪽의 태도를 긍정으로 눈치챘는지 더더욱 적극적이 돼 가고…. 별 수 없어서 벌떡 일어난 인솔자는 마치 처음 잠을 깬 것처럼 어슬렁거리며 화장실을 향해 돌진, 변기 위에서 잠을 잤다.다음날 화장실에 갔다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고 둘러댔지만… 쩝. 그 다음날은 또 무슨 핑계를 대고 화장실에서 자야 하는 건지. 여행인솔자는 정말 괴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