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주택은행장(가운데)이 통합은행장으로 선정된 뒤 선정위원들과 악수하고 있다.국민·주택 초대 합병은행장으로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선정됐다. 합병은행 선정위원회 김병주 위원장은 26일 “선정위원 6명이 전원합의 형식으로 김정태 행장을 행장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정태 행장은 선정 발표 후 “김상훈 국민은행장에게 통합은행의 이사회 의장을 맡아줄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김정태 행장은 효과적인 통합 작업을 추진키 위해 국민은행 김덕현 김유환 상무, 주택은행 부행장, ING베어링 추천인사 등 5명으로 일단 경영진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희망 퇴직을 제외하고는 강제 인력 감축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김상훈 행장은 의장 수락 여부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으나 “합병은행에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에 따라 행동할 것”이며 “국민은행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태 행장은 앞으로 합병은행의 뉴욕증시 상장을 주도하고 10월 중순 열릴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은행장으로 최종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화학적 융합 이뤄질까합병은행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두 은행간의 융화. 이번 통합은행장 선임과정에서 워낙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던 만큼 합병에 따른 후유증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6일 김정태 행장 선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은행 사람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규모나 영업력에서 뒤지는 은행서 합병은행장이 나오는 것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 26일 국민은행 노조는 ‘정부가 강제로 주도한 합병은 무효이며 김정태 합병행장 후보 선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합병의 최대 난제로 꼽혔던 합병은행장 후보 선정이 끝난 이후에도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김정태 행장 역시 이를 충분히 의식, “양 은행의 현 임원진들은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 계속 근무하도록 해 조직 안정에 노력하겠다”며 “새로운 경영진은 3월 주총에서 선임하되 출신은행 등 연고에 따른 파벌주의를 배제하겠다. 기업문화를 통합할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합병은행 규모 세계 60위, 경쟁력은 몇위?김정태 행장은 “두 은행의 상반기 이익 총계는 1조 2천32백4억원(국민 6천6백25억원, 주택 5천7백17억원)이며 11개 시중은행의 전체이익 대비 점유비율 48%를 차지하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1천1백20여개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업망을 갖고 있어 합병은행의 고객들은 더 이상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다른 은행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이같은 지배적 위치는 오히려 약점으로도 지적된다. 김행장은 “강제 인력 감축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으나 통합은행이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업무 중복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 따라서 합병 이후 점포와 부서 인원을 통합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에서는 합병은행이 출범하기 직전 각 은행별로 10∼15%의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돌고 있다.김행장은 “대기업여신은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고 중소기업과 특히 자영업을 하는 고객에 대해 여신을 확대할 예정이다. 개인고객의 주 타깃을 중산층과 부유층으로 끌어 올려 고급은행으로 변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은행을 넘어서 보험 뮤추얼펀드 수익증권 등 종합 금융 서비스 제공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그러나 이같은 소매은행 지향 방침은 최근 거의 모든 은행들이 똑같이 내세우고 있다. 자산규모로 세계 60위 안에 드는 대형 은행이 전혀 차별화되지 않고 있는 것. 기업금융 및 투자금융 쪽으로 업무를 확대해 수익 기반을 다양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