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는 대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 설명회를 한다. 여행국가의 환율과 기후, 기타 주의사항에 대해 미리 알려줘야 뒤탈(?)이 적기 때문이다. 인솔할 가이드 또는 담당직원이 설명하는 이 자리에서는 간단한 여행정보 책자와 함께 여행일정표도 배부된다.이 일정표에는 각 여행지별로 들르는 박물관과 유명관광지에 대한 안내가 자세히 나와 있고 첫째날부터 투어가 끝나는 날까지 시간대별 주요 스케줄도 나와 있다. 그런데 이 일정표가 말썽을 일으킬 줄이야….모 여행사에서 60대 손님이 그런 일정표를 받고 여행을 떠났다. 첫번째 여행지인 파리에서부터 마지막 여행지인 로마까지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한 호텔.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니 잘 주무시라”는 인솔자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호텔을 휘휘 둘러보던 이 손님은 갑자기 인솔자에게 원색적인 욕지거리를 퍼붓기 시작했다.얘기인즉, 여행사가 일정에 나와 있는 호텔은 들어가지 않고 엉뚱한 호텔에 들어갔다는 비난이었다. 게다가 이 손님은 귀국 후에 반드시 여행사를 상대로 고소를 해야 한다고 동행한 단체 여행객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뜻밖의 상황에 당황한 인솔자는 기겁을 하고 이유를 물었다. 그 손님이 인솔자 코앞으로 일정표를 내밀며 하는 말, “이것 봐, 일정표에는 분명히 ‘체크인’ 호텔에 들어 간다고 돼 있는데 계속 엉뚱한 호텔에서만 묵었잖아. 이렇게 여행객을 속여도 되는 거야(생 고함을 지르며)?”손님의 일정표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파리 도착 후 호텔 체크인/로마 도착 후 바티칸 대성당 카타콤베, 트레비 분수 등 시내 관광 후 호텔 체크인 등등…’이라고.인솔자는 그제서야 그 손님이 ‘호텔 입실’이란 뜻의 ‘호텔 체크인’을 ‘체크인’ 호텔로 잘못 이해했음을 알아 차렸다. 체크인 호텔엔 언제 들어가나 하고 눈을 닦고 봐도 그런 호텔은 없더라는 손님의 노기 띤 설명과 함께. 해외여행 초기에 있었던 웃지 못할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