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리카 재팬이 무료로 빌려주고 있는 광고 게재차량도심을 달리는 자동차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광고탑’이다. 보는 이에 따라 시각차는 있지만 형형색색의 광고로 뒤덮인 자동차는 일단 주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자동차를 이용한 광고는 노출빈도와 관심자극이란 두 가지 면에서 상당한 점수를 벌고 들어간다.자동차를 매개수단으로 한 광고는 한국에서도 보편화돼 있어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장사에는 귀신들만 모였다는 일본이지만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 광고가 등장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아 이 부분에서는 한국이 한발 앞섰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가 살림을 맡고 있는 도쿄도가 재정 수입 확보를 위해 버스에 광고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 2000년 4월부터니 이제 고작 1년반을 바라보고 있다.차체 전체에 광고 게재 수입 짭짤그러나 일본인 특유의 섬세함과 모방을 통한 창조적 발상은 자동차 광고 비즈니스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광고로 도배한 자동차를 수요자들에게 빌려 주고 여기서 수입을 챙기는 사업이다.도쿄 시부야에 본사를 둔 후리카 재팬(Freecar Japan)의 사업 방식은 독특하다. 이 회사는 차체 전체에 광고가 게재된 승용차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빌려준다. 물론 자동차는 이 회사 소유다. 임대 기간은 1~2년이고 차를 빌려간 사람은 다른 돈은 내지 않고 연료비 등 차 유지에 필요한 실비만 부담한다. 자동차를 공짜로 빌려 준다니 잘못 이해하면 장사가 아니라 자선 사업같아 보인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이 회사의 알짜 수입은 크게 나눠 두 군데서 나온다. 첫째가 자동차를 팔아서 챙기는 돈이다. 이 회사는 광고주들로부터 광고 요금을 받는다. 가격이 2백만엔인 자동차에 싣는 광고라면 차 값에 해당하는 연간 약 2백만엔이 광고료다. 따라서 차를 처음 살 때 들어간 돈은 광고 수입으로 메워진다. 계약 기간이 끝난 차는 중고차 시장에 내다 판다. 이때 중고차 값에 해당하는 돈이 후리카 재팬의 진짜 몫이 된다.후리카 재팬은 자사 자동차 외에 개인이 갖고 있는 차에도 광고를 게재한다. 이 경우 자동차 소유주에게는 매달 2만~3만엔의 보수를 지불한다. 하지만 광고주로부터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아 낸다. 일종의 광고 대행 서비스도 함께 병행하면서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후리카 재팬이 광고를 입힌 후 굴리고 있는 자동차는 현재 35대다. 본사는 도쿄에 있지만 도쿄뿐 아니라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전역을 활동 무대로 삼고 있다. 폴크스 바겐의 ‘비틀’,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스마트’ 등 일반인들의 눈에 낯설고 디자인이 개성적인 차량만을 투입하고 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외국차들이 나타난 데다 차체 전체가 이색 광고로 덮여 있으니 시선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광고 효과에 관한 한 합격점을 크게 뛰어넘은 셈이다. 이 회사가 자동차 광고 사업에 눈을 돌리게 된 동기는 의외로 간단하다. 다케다 켄 사장은 “자동차 광고는 미국에서 태어난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보행자가 많은 일본 대도시에서 더 적합할 것 같다고 생각해 지난해 12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지만 후리카 재팬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은 매우 뜨겁다. 호기심을 돋우는 자동차를 무료로 빌려 준다는 소문이 퍼지자 타고 싶다는 희망자가 줄을 잇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희망 신청을 받고 있는 이 회사에는 벌써 1만5천명의 사람이 이름을 걸어 놓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희망자가 구름처럼 몰려 있다는 것 자체가 광고주들에게는 매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이 회사는 사업방식 못지않게 자동차를 이용할 사람을 뽑는 절차도 독특하다. 홈페이지에 실린 1백50여가지 질문에 대한 희망자들의 응답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면접을 거쳐 철저하게 적임자를 가려낸다. 선발 참고 자료에는 취미 성격 행동 스타일과 운전 습관에서 평소에 차량을 몰고 다니는 지역에 이르기까지 희망자들이 대답한 각종 데이터가 하나도 빠짐없이 활용된다.예를 들면 이 회사는 일용잡화품 광고가 실린 차라면 주부를 운전자로 뽑는다. 슈퍼마켓에 갈 때나 유치원 학교 등에 자녀들을 태우고 다니면서 광고의 타깃 고객들과 자주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 경우 운전자로 뽑은 주부에게 샘플 상품을 싣고 다니게 하면서 공짜로 나눠 주도록 하고 있다. 달리는 광고탑을 상품 배포의 기능까지 갖춘 다목적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자동차를 이용해 잠자고 있던 시장을 새로 개척한 또 하나의 업체로는 고베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고베 에코카 파스칼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의 사업 아이템은 자동차중에서도 남들이 눈여겨 보지 않는 바퀴쪽에 있다. 바퀴가 구를 때마다 바퀴에 달린 휠 캡은 당연히 같이 돌아가게 돼 있지만 회전하지 않는 휠 캡을 만들어낸 후 이를 비즈니스의 발판으로 삼은 것이다.돌지 않는 휠 캡의 구조는 간단하다. 타이어의 휠에 베어링과 특수한 추가 달린 접속 부품을 붙인 후 여기에 휠 캡을 씌운 것이다. 특수한 추는 괘종시계의 추처럼 움직이면서 균형을 잡아 줘 휠 캡이 회전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발휘한다. 이 기술은 일본과 미국에서 특허취득을 끝낸 상태며 다른 20개국에서도 특허를 신청해 놓고 있다. 회전하지 않는 휠 캡은 원래 버스 회사가 앞바퀴 휠에 승객의 옷소매가 말려 들어 안전사고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한 것인데 고베 에코카 파스칼은 버스 회사들과 공동으로 개발에 성공, 사업 기회를 거머쥐었다.이 회사의 고야나기 히로시 사장은 “돌아야 할 부분이 돌아가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한 외부인들의 시선이 꽂힐 것이라고 판단해 회전하지 않는 휠 캡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렌터카 사업이 원래 주력이지만 “고객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어떻게 하면 광고 수입을 늘릴 수 있을까 궁리하다 만들어 낸 것이 회전하지 않는 휠 캡”이라고 털어놓고 있다.이 회사는 광고 매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회전하지 않는 휠 캡’의 메인 타깃을 택시에 맞추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캐나다 미국 싱가포르 등 5개국의 업체들과 대리점 계약을 맺은 후 쏠쏠한 외화수입을 올리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1천6백대의 택시가 회전하지 않는 휠 캡에 광고를 부착한 후 거리를 누비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모두 6천여대의 택시 버스가 같은 휠 캡을 장착하고 있는 중이다. 이 회사는 회전하지 않는 휠 캡을 택시회사에 판매할 때 4바퀴 기준, 5만엔을 받고 있다. 또 이 캡이 장착된 택시에 광고를 내고자 하는 업체들로부터는 월 2만엔의 요금을 거둬 들이고 있다.회전않는 휠 캡 광고로 돈방석회전하지 않는 휠 캡은 지방도시의 소규모 렌터카 회사에 불과했던 고베 에코카 파스칼을 돈방석 위에 올려 놓았다. 이 회사의 올 한햇동안 매출은 약 20억엔으로 예상돼 렌터카 한가지에만 매달렸던 작년에 비해 무려 20배가 뛸 것으로 전망한다.하지만 자동차를 이용한 광고 시장은 일본의 경우 아직 완전한 노다지가 아니다. 우선 광고를 내는 기업들의 신중한 자세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광고주 기업들은 버스처럼 운행코스가 정해진 차량은 광고효과를 계측할 수 있지만 자가용처럼 이용패턴이 날마다 바뀌는 자동차는 효과가 미지수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또 하나의 장애는 옥외광고에 대한 행정규제 등 관청의 소극적 자세다. 도쿄도는 조례를 통해 자가용과 택시를 이용한 광고에 직간접으로 덫을 쳐놓고 있다. 일정한 경로를 운행하는 버스는 광고와 주변 경관의 조화 여부를 사전에 심의할 수 있지만 택시와 자가용은 이같은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게 도쿄도 교통국의 설명이다.때문에 후리카 재팬의 경우 규제가 덜한 치바현에서 차량넘버를 받은 차량을 도쿄 시내에 돌아다니게 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이와 관련, 고야나기 사장은 “차량과 소비자들이 몰려 있는 도쿄에서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일본의 자동차 광고 비즈니스는 활성화되기 어렵다”며 “행정관청도 이제는 사고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