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 대부분의 주식들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금빛’을 발하는 주식들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주식들은 말 그대로 ‘금빛’을 내는 금 관련 주식들. 주로 금을 캐내 파는 광산회사 주식들이다.미국 주식의 업종별 주가 추이를 잘 보여주는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의 업종별 주가지수를 보면 금 관련 주식들이 얼마나 빛을 발하는 지 알 수 있다.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의 업종별 지수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뉴욕 증권거래소보다 더욱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거래소의 금(은 포함)관련 업종의 지수(XAU)는 지난 1년간 9% 올랐다. 신경제 구경제 기업들에 치우친 나스닥이나 다우지수보다 객관적으로 미국 기업의 전반적인 주가흐름을 알려주는 S&P500지수가 같은 기간 20% 가량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상승률이다.금관련 업종 지수 1년간 9% 올라각종 업종별 뮤추얼펀드 중 금 관련 주식의 비중이 높은 금 주식펀드들은 대부분 실적우수펀드의 상위랭킹에 올라있다. 개별 종목들도 발빠른 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음은 물론이다. 월스트리트에서 거래되는 3대 금 광산회사는 플레이서 돔(Placer Dome) 뉴몬트(Newmont Mining) 배릭골드(Barrick Gold). 이 중 플레이서 돔은 지난 한햇동안 무려 25% 뛰었고 뉴몬트도 13% 상승했다.그러나 세 회사 중 재무구조가 가장 좋은 배리골드는 3% 떨어졌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 회사가 금값 등락에 따른 위험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헤지 프로그램이 가장 잘 짜여져 있는 회사라는 점이다. 이는 금값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 회사의 주가는 오르고 그렇지 않는 회사의 주가는 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값의 움직임이 주가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이 성립되는 셈이다.그러면 금값은 지금 오르고 있는가. 답은 ‘노(No)’다. 그렇다면 왜 금 관련 주식값은 오를까. 이에 대한 답 역시 ‘노’다. 여러가지 견해만 무성할 뿐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이상징후’인 금 주식의 상승에 대한 논란을 어렴풋이 들여다보면 미국 경제의 전망을 다소나마 읽을 수 있다. 주가가 경기선행지표라는 가정이 맞는다면 금 주식의 움직임으로 미국 경제의 동향을 조금이나마 빨리 알 수 있지 않을까.금 주식이 오르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달러 과대평가론’을 얘기한다. 밴 데크 글로벌이라는 펀드회사를 운영하는 데렉 밴 에크는 “달러화의 가치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조만간 예상되는 달러화의 가치하락에 대비해 금관련 주식을 사고 있다”고 말한다. 통상 달러값과 금관련 주식의 가격은 하나가 오르면 다른 하나가 내리는 이른바 트레이드오프관계에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JP모건증권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갬바델라는 “달러뿐 아니라 경제전반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는 투자자들은 지금 전반적인 시장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이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와 주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해석한다.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투자를 위해 금주식을 산다는 얘기다.KBW자산관리회사의 웨인 노르드버그 부사장도 투자자들에 금 주식을 권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지금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과대평가 됐다”며 “그러나 금은 무엇보다도 안정적인만큼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보험을 드는 마음으로 금 주식을 산다”고 말한다.이들 외에도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정보기술(IT)분야에 묻어둔 자금을 빼내 새로운 안식처 중 하나인 금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얘기한다. 물론 이들은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거나 금값이 계속 가라앉는다면 자금이 현재 금 주식쪽으로 유입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빠져나갈 것이란 데는 모두 동의한다.‘달러가치 하락으로 금값이 오를 것’이라는 견해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많다. 특히 직접 광산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은 더욱 부정적이다. 남아프리카에서 광산을 운영하는 하모니골드의 상품운영담당임원인 페드리 디펜나르는 “금값의 변화가 없는데도 주식거래량이 배 이상씩 늘어나는 것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우리 회사 등 금관련 주식을 사서 주가가 오른 것은 고맙지만 우리는 투자자들을 실망시킬까 두렵다”고 말한다. “현재 금 생산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금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도 금값이 오를 것 같지 않다”고 전망한다.뉴욕 CPM그룹의 금속애널리스트인 제프 크리스찬은 아예 “필라델피아 거래소의 XAU지수는 종종 금값의 움직임과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곤 했다”며 “지금도 금값 동향에 대한 잘못된 신호를 전달해 주고 있다”고 단언한다.이는 부분적으로는 사실이다. 금값은 최근 몇년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20여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 97~98년 아시아와 러시아의 금융위기때도 금값은 일시적으로 조금 움직인데 불과했다. 지난 99년 9월 15개 유럽 중앙은행이 공적분야의 금 판매량의 상한선을 결정했을 때 조차도 금값은 상승세를 지속하지 못했다. 이런 움직임은 금이 더 이상 안전한 투자처가 아니라는 분명한 사인으로 해석되고 있다.실제 급격한 금값의 하락은 금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금 주산지인 남아프리카에는 5년전만 해도 35개의 회사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5개뿐이다. 현재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금 관련주식의 시가총액은 4백억달러에도 못 미친다. 이는 월트디즈니 단일 회사만도 못한 금액이다.금 펀드 운영자 “금값 상승 가능성 적어”이들은 “많은 금 관련 회사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갖고 있고 주식들의 유동성도 적은 편이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대상이 아니다”며 “누가 주식을 조금만 사도 주식값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토크빌 자산관리회사(뉴욕)의 금 펀드를 운영하는 존 하타웨이는 “아주 적은 사람만이 금 주식에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금 주식은 관심밖”이라고 말한다.이들은 금값이 조만간 오를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본다. “올해 금값은 대부분 광산들의 생산원가인 온스당 2백65달러에서 현재 가격인 2백75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것”(벤 에크)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연내 2백95달러선까지 오를 가능성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금 생산업체들이 공급감소를 전제로 하는 얘기다.결국 금 주식값은 현재보다 앞으로의 경기여하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달러화와 금값 그리고 실질금리의 움직임들이 금 주식값을 리드할 것이란 얘기다. 향후 경기동향을 조금이라도 먼저 알려는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이 금값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