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은 거창 산청 그리고 전북의 남원 장수에 인접한 고장이다. 북쪽에는 덕유산 연봉이, 남쪽에는 지리산 연봉이 자리잡고 있어 어느 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보이는 건 산줄기뿐이다. 산줄기는 또 그만큼 많은 계곡을 품고 있다. 함양읍을 중심으로 위쪽에는 용추계곡과 화림동계곡, 아래쪽으로는 지리산을 낀 칠선계곡과 한신계곡, 백무동계곡 등이 펼쳐져 있다.함양은 정자가 많기로도 유명한 곳. 26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육십령 고개를 넘어 전북 장수로 가게 되는데 서하면 남계천(또는 남천강) 주변에 농월정을 비롯, 동호정 군자정 거연정 등의 정자가 줄을 잇는다. 강변에 정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은 풍취가 그만큼 아름답다는 뜻이다. 함양에는 모두 약 1백50여개의 정자와 누각이 있고 이 중 화림동계곡을 ‘정자문화의 1번지’로 손꼽는다. 현지 사람들은 농월정에서부터 거연정에 이르는 경치좋은 골짜기를 통틀어 화림동계곡 또는 안의계곡이라고 부른다.함양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뭐니뭐니해도 ‘함양상림’이라는 숲이다. 함양이 고향인 사람들은 타지에 살면서도 이 숲을 늘 그리워한다고 한다. 함양읍 운림리에 있는 함양상림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 된 인공숲으로 낙엽활엽수림 1백10여종이 1.6km의 위천둑을 따라 폭 80∼200m 규모로 조성돼 있다.신라시대 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이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1천1백여년전 천령군(지금의 함양군) 태수를 지낸 최치원은 여름마다 위천이 범람해서 읍내가 물바다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 거대한 숲을 만들었다. 이것이 1천여년 동안 함양을 지키고 있는 상림이다.상림 중심부의 3천여평 땅은 공설운동장으로 변모해 시민들의 휴식처로 이용되고 있다. 그 잔디밭 북쪽에는 함화루라는 누각이 기품을 자랑하며 꼿꼿이 서 있다. 함화루는 조선시대 함양읍성의 남문이었던 것을 1932년 이 곳 상림으로 옮겨 지은 것이다. 본래 이름은 ‘멀리 지리산을 바라본다’는 뜻에서 망악루였으나 이전과 동시에 함화루로 변경됐다. 함양 상림 숲은 여름철 더위를 피하기에도 좋고 단풍철에 찾아가도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주변의 산과 계곡들도 여름 피서지 및 가을 단풍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여행메모: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함양행 심야버스가 오후 10시30분에 출발하는 것을 비롯, 거창 경유 직행버스가 하루 8회 있다.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 김천IC→거창→함양 또는 호남고속도로 전주IC→남원→88고속도로→함양 코스를 달린다. 화림동계곡 농월정 주변에는 화림가든(055-962-0056), 거창식당(962-4498), 동호정에는 동호정식당(962-9346), 동호정모텔식당(963-9197), 거연정에는 거연정휴게소(964-0675), 거연식당(963-5598), 새들매점민박(962-9373)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