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10층에 가면 이색적인 교실이 하나 있다. 이른바 ‘디지털 교실’인데 이 교실에서는 칠판과 분필없이 수업이 진행된다. PC에 연결된 프로젝터가 주사한 대형 스크린이 칠판인 셈이다. 교사가 PC 앞에 앉아 타블렛(펜마우스)으로 글씨를 쓰면 그대로 스크린 위에 판서가 이뤄진다. 첨삭 줄긋기 수학풀이 등이 자유자재다. 원격교육시스템 전문 벤처기업인 씽커즈(www.thinkers.co.kr)가 지난 2월 개발해 출시한 교육용 소프트웨어 ‘이지펜(Eas-ypen)’이 시연되고 있는 것이다.이지펜의 성능은 칠판과 분필을 없앤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다. 교사의 PC에 저장된 어떤 문서라도 불러와 그 위에 밑줄을 긋고 보충 설명이나 풀이를 써 넣을 수 있다. 문서뿐만 아니라 인터넷으로 접속한 모든 웹페이지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풍부하고 다양한 자료를 활용한 생생한 ‘디지털 수업’이 가능하다. 이 회사 인터넷사업부 정재헌 차장은 “기존의 원격교육용 첨삭 소프트웨어가 ‘교안 불러오기’식 저작도구여서 해당 문서 안에서만 판서가 가능했다”며 “이와 달리 이지펜은 파일 형식에 관계없이 페이지를 여는 동시에 화면을 스캔해 ‘내 문서’로 만들어 어떤 창에서도 그 위에 첨삭과 판서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교사가 수업 중 필요한 자료를 불러오거나 인터넷에 접속해 웹페이지를 열어 그 위에 판서를 하며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컴퓨터나 인터넷 수업에 효과적이다. 학생도 자기 자리에서 타블렛을 이용해 전자칠판 위에 문제를 풀 수 있다.스캔 기능이 판서하는 문서창을 전체 영역으로 확장했다면 실시간 저장 기능은 반복 학습을 가능케 한다. 자체 개발한 음성화상 압축기술로 50분짜리 수업 내용을 20MB 정도의 동영상 파일로 담을 수 있다. 이를 이용해 교사의 판서 과정이 펜마우스의 움직임, 교사의 음성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동영상 파일 형태로 저장해 재생할 수 있다. 즉 학생은 집에서 교사의 홈페이지에서 리플레이 기능을 이용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공부할 수 있다. 재택 수업이 가능해진 셈이다. 또 원하는 부분만 따로 선택해 들을 수도 있어 효율적인 반복학습이 가능하다. 카메라와 마이크로 얼굴과 목소리를 담고 배경음악이나 동영상 자료를 삽입할 수 있다. 교육 내용을 컴퓨터에 저장할 수 있어 교사는 같은 수업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교육 내용을 CD롬으로 만들거나 인터넷에 올려 원격으로 가르칠 수도 있다.이지펜은 현재 세종사이버대학 경희사이버대학 등 국내 유수 사이버대학를 비롯해 인터넷학원 등에서 원격교육 자료를 제작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네브래스카대학 퍼듀대학 등 해외 대학들도 이지펜을 수입해 쓰고 있다. 정차장은 “수백만~수천만원대 교육 도구의 기능을 갖췄으면서도 가격이 50만원 정도로 저렴해 인터넷 교육사이트 등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가격 저렴, 인터넷 교육사이트서도 인기최근엔 이지펜을 탑재한 전자칠판 형태의 교육시스템을 패키지로 내놓았다. 컴퓨터와 리어프로젝터를 내장해 초대형 센스 터치 보드로 만든 전자칠판도 선보였다. 교사가 직접 전자분필을 들고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판서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프로젝터가 모니터 뒤쪽에서 주사하기 때문에 교사의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이점이 있다. 역시 VOD로 다시 방송할 수 있다. 이지펜 전자칠판 패키지의 구축비용은 2백50만~5천만원 정도까지 다양하다.이 회사는 이지펜을 저가로 공급하기 위해 하드웨어 업체와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지펜을 교사가 학생별 학습 상황을 체크하고 학교측에서 교사의 수업진행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이 회사는 ‘멀티폰웹’이란 다자간 화상통신 솔루션 개발업체로 출발했다. 화상 채팅에서 끊김 현상을 방지하는 ‘안티알리아싱’ 기술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왔다. 다자간 화상통신 솔루션인 ‘텐투게더(Ten Together)’와 안정성과 효율성이 뛰어난 화상통신 솔루션 ‘식스투게더(Six Together)’가 대표적이다. 식스투게더는 컴퓨터 화면에 6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제품이다. P2P(Peer To Peer) 방식으로 대규모 접속에도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게 장점이다. 이를 이용해 ‘씨엔톡(www.seentalk.co.kr)’ 이란 화상 커뮤니티 사이트도 운영한다. 지난해 말엔 미국 퍼듀대학 네브래스카대학 등과 캐나다에 1백만달러, 중국에 50만달러 규모의 화상통신 솔루션을 수출했다.이 기술력을 응용해 보안 감시 솔루션인 ‘부리부리’도 내놓았다. 웹카메라로 서버용 PC에서 6개 화면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어 기존 CCTV를 대체할 수 있다. PC 저장방식이어서 반복 녹화에도 화질의 변동이 없다. 이 회사는 판매 실적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53억원 매출에 21억원 순익을 올렸다. 현재는 국제전자센터에 인터넷 화상쇼핑몰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02)3465-3743인터뷰황진성 사장“수업의 질 높이는 좋은 SW죠”“이지펜이 이제까지 칠판에 갇혀 있던 수업을 디지털 환경으로 끌어낼 것입니다.”황진성(49) 씽커즈 사장은 이지펜을 구축한 디지털 교실에선 칠판과 분필뿐만 아니라 학생의 무거운 책가방도 필요없다고 말한다. 모든 데이터가 교내 홈페이지에 저장돼 학교나 집 어디에서든 꺼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사의 노동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열린 교육’을 구현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황사장은 내다보고 있다. “교사가 화상통신을 이용해 수업뿐 아니라 학생과 상담도 할 수 있고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학습진행 상황을 분석해 보다 질 높은 수업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황사장은 80년대 영국 리딩대학에서 국제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에서 선임자문관으로 일한 국제경제 전문가다. 귀국 후 96년 상공자원부 산하 기업세계화 지원 기획단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다가 97년 회사를 차려 원격교육 사업을 시작했다.“선진국의 개인교사 시스템과 토론식 교육방식을 보면서 교육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인터넷 원격교육을 위해선 화상통신 솔루션 개발이 급선무였죠.”이렇게 해서 98년 ‘멀티폰웹’이란 다자간 채팅 솔루션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북미지역 공급권에 대한 해외 업체간 경쟁으로 1백50만달러 정도가 수출됐다. 그 후 99년 인터넷 화상전화를 비롯해 인터넷 화상 쇼핑몰 시스템, 인터넷 화상 교육 시스템을 차례로 만들어 구축해왔다. 국내 PC방 학교 군 경찰서 지방의회 방송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해외에까지 솔루션을 공급했다.이지펜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교실뿐 아니라 회사PT실 회의실 등에 설치해 운영할 수 있고, 기업과 상품 홍보 자료도 손쉽게 디지털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펜이 만드는 ‘분필 없는 교실’은 지금까지 개발한 솔루션들을 총체적으로 결합시키는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화상통신과 접목되면 본격적인 디지털 교실이 우리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