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붐의 절정을 이뤘던 지난해 초 마이사이먼닷컴이라는 가격 비교사이트를 미국회사에 매각해 1억달러를 손에 쥔 재미사업가 마이클 양(양민정, 39)이 한국에 왔다.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인 넷지오(www.netgeo.com) 회장으로 변신한 마이클 양은 국내 투자 유치를 계기로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이를 교두보로 아시아 시장을 석권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마이사이먼닷컴을 매각한 자금으로 첫 투자한 곳이 넷지오입니다. 전세계 42억개의 IP(인터넷 주소)를 데이터베이스화시켜 사용자의 위치와 사용기관 등을 파악하는 인터넷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죠. 이미 미국에선 온라인 카드결제의 인증서비스나 온라인 타깃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넷지오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마이사이먼닷컴으로 미국서 한인벤처 돌풍넷지오는 미국회사지만 한인 기술자들이 중심이 돼 설립한 벤처회사다. 지난해 일약 거부가 된 양회장은 첫 투자처를 물색하던 중 조산구 박사가 개발한 인터넷 이용자의 추적기술이 눈에 번쩍 뜨였다. 조박사는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지난 88년 한국통신 연구원시절부터 네트워크와 인터넷을 연구한 이 분야의 1세대. 지난 98년 미국 텍사스A&M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뒤 2년 동안 이용자 추적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까지 받았다. 하지만 조박사는 회사 설립 자금과 추후 연구개발비를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이에 양회장은 자금을 대고 조박사는 기술을 제공하는 공동 창업자가 되기로 두 사람은 결의한다.“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부시 캠프에서 넷지오의 기술을 응용해 웹사이트 사용자의 지역별 정보를 얻어 다각적인 홍보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입니다. 이 뿐 아니라 보안 광고분야 그리고 로드밸런싱(Load Balancing) 등 기술분야에도 넷지오의 기술이 적용될 수 있죠.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정부쪽에서도 해커퇴치와 관련해 우리 기술에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양회장은 지난 76년 미국 실리콘밸리로 이민을 떠난 재미교포다. 이미 실리콘밸리에서 한인 사업자로 성공한 황규빈 텔레비디오 회장이 그의 숙부. 14세부터 실리콘밸리에서 생활하면서 그는 애플컴퓨터와 인텔 등 기라성 같은 기업의 성장사를 지켜봤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 그의 꿈은 ‘하이테크 사업가’였다. 이런 이유로 그는 UC버클리대에서 전자공학을, 동부 컬럼비아 대학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제록스 연구소, 삼성전자 미주법인 등에서 일하면서도 야간엔 버클리대에서 MBA 과정을 다니며 사업가의 꿈을 키웠다.사실 마이사이먼닷컴의 성공으로 그가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을 번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그는 숱한 ‘시련과 좌절’을 경험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면서 그가 다니는 회사가 문을 닫아 실직자 생활도 해봤고 구조조정으로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라는 말도 있듯 벤처기업을 세워 성공했다. 아내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상품의 가격이 모두 달라 불편한 것을 보고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것이 바로 가격비교사이트인 마이사이먼닷컴이었다.“성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돈 벌어서 어려운 사람 도와주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할까요. 앞으로 저는 서번트 리더(Servant Leader)가 될 겁니다. 경영자로서 리더역할을 하지만 직원들을 받들어 섬기면서 기업을 운영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싶어요.”